[전국 최초 5개 대학 연합 잡지 ‘안서아일랜드’]
섬 같은 안서동의 삶, 함께 나누는 대학생들 이야기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은 상명대학교 단국대학교 호서대학교 백석대학교 백석문화대학교 5개 대학이 한 곳에 밀집된 보기 드문 지역이다. 대학생 인구만 무려 5만 여명에 이른다. 덕분에 안서동은 5개 대학이 한 곳에 모인 유일한 지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리는 동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서동은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살리며 대학생 문화와 교류에 기여하는 콘텐츠 하나 없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현실을 안타까워한 청년 한 명이 내민 도전장은 다름 아닌 잡지 창간. 출판물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사실은 어느새 상식이 돼버린 요즘 아닌가. 그런데 웬걸, 역발상은 통했다. 단점일 것 같은 안서동의 특징을 부각시키며 대학생들의 삶에 공감대를 일으킨 ‘안서아일랜드’. 안서아일랜드를 창간한 권용을 대표(26)를 만났다.
왼쪽부터 권용을, 김미림
안서동 대딩들의 삶 여과 없이 보여주기
“처음 2년은 기숙사 생활을 했었고 지금은 통학해요. 느낀 점이 많았죠. 5개 대학이 모여만 있을 뿐 소통과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더군요. 심지어 자취하는 친구들은 옆집에 대학생이 살아도 다른 학교 학생이라는 이유로 소통 한 번 없이 살아가는 모습도 봤어요.” 5개 대학이 걸어서 모두 10분 거리에 있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교류가 없다는 것.
섬 같은 안서동에 모여 또 각자의 섬 생활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줄 끈이 필요했다. 권용을(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4년) 대표가 안서아일랜드를 창간한 계기다.
마침내 권 대표는 지난해 9월 9일 꿈같은 잡지 창간에 성공했다. 평범함을 강점으로 무장하고 학생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왔다. 내 친구의 사는 이야기, 소문으로 듣던 우리 학교 명물 이야기가 올라간 잡지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읽을거리가 됐다.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그림을 올려 스타가 된 ‘익킨’이 알고 보니 우리학교 학생이었어요. 반가웠죠. 유명밴드 ‘에잇오클락’의 이야기도 실었어요. 학생들 관심이 많았어요.”
권 대표는 대표로서 편집장과 취재, 사진까지 골고루 떠안고도 안서아일랜드가 학생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마냥 기쁘다.
솔직히 궁금한 남의 자취방, 기숙사 내부 모습, 동네 편의점 가는 친구들의 소탈한 거리 패션 등 소소하지만 은근 관심 있는 콘텐츠를 게재했다. 얼마에 방을 얻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느 잡지에서도 다루지 못한 친구들의 삶이 상세히 보인다. 학생들은 그 이야기를 읽으며 소중한 팁을 얻는다. 또 나처럼 사는 모습에 공감한다.
또한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투고를 받는다. 쓰레기 분리배출 등 안서동 전체의 공익적 성격의 글도 올렸다. 문화소식도 빠지지 않는다. 안서동 대학생들이 필수로 읽어야 할 실속 있는 콘텐츠로 채웠다.
쌍방향 소통으로 잡지 품격 높이기
안서아일랜드의 순조로운 발간 뒤에는 권 대표의 사비 출자가 컸다. “지금까지 제작비용은 대부분 어머니 대출로 마련했어요. 앞으로 지원받을 곳을 찾는 것이 과제예요.” 고민을 살짝 드러낸 권 대표는 일명 ‘어머니 대출’이라며 자신의 용단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안서아일랜드는 지금까지 방학을 제외하고 총 3호를 발간하고 곧 4호 발간을 앞두고 있다. 매월 500부를 발행한다. 주로 카페와 각 대학 시설에 배포했다. 잡지라는 고전 아이템으로 학생들 사이에 파고들며 해를 넘기자 알아주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지원받는 곳이나 도움 줄만한 인물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수많은 격려 문자를 받았다. 힘이 났다.
권 대표는 잡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만족도와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분석했다. 친구들 사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의견, 만족한다며 꾸준히 만들어달라는 요청 등 세세한 소통들이 반가웠다. 희망하는 잡지가격은 5000원이 가장 많았다. 월말 나오는 3월호부터는 5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호 언제 나오냐’며 기다리는 학생들이 생겼어요.” 잡지의 가치를 아는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거다. 이러한 반응은 권 대표와 팀을 흥분하게 했다. 더 잘 만들고 싶었다.
네 번째 안서아일랜드는 통학생들의 최대 고충 시내버스 이야기를 싣는다. 천안버스기사 인터뷰를 통해 시내버스의 실상을 전달한다. 통학생을 통해 본 대학생의 하루일과, 한껏 부푼 마음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의 스트릿 패션도 공개한다.
각자의 섬을 이어주는 다리, 안서아일랜드는
권 대표는 안서아일랜드의 성공적 출판에 힘입어 ‘아트큐브136’에서 공유스쿨을 열어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안서아일랜드는 각자의 섬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며 진정한 안서동 대학생들의 잡지로 승부하고 싶다”며 “지난 3회 발간의 경험을 토대로 네 번째 발간하는 2017년 3월호는 더욱 알찬 콘텐츠 가득한 잡지로 거듭난다”고 밝혔다.
다리 같은 역할에 걸맞게 안서아일랜드 발행팀에는 상명대 단국대 나사렛대 등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권 대표는 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더 영입할 예정이다.
때로는 노곤한 그들의 하루들을 모아놓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각종 불평을 쏟아내는 페이지도 좋고 때로는 질척한 음주가무에 대한 논평도 좋겠다.
대학생활의 산소호흡기 같은 안서아일랜드. 그들이 만든 세상에는 현실을 어루만지는 소통으로 공감하는 따뜻한 친구들이 살고 있다. 즐거운 안서동 대학생활에 힘이 되는 네 번째 안서아일랜드, 기대와 관심 속에 ‘Coming So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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