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김명숙 요리 연구가

일상의 모든 것을 플레이팅 하다

지역내일 2017-03-23

수납장 속에서 장식품으로 잠들어 있던 신선로 냄비에 자작하게 물을 붓고 그 위에 듬성듬성 들꽃을 꽂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가을이라면 적당히 단풍든 감잎 한 장을 수저받침으로 깔아도 좋다. 봄기운이 움트는 지금이라면 봉긋한 꽃망울이 달린 홍매화 가지도 그녀의 플레이팅 재료가 된다. 눈에 닿는 모든 것이 그녀의 손을 거치면 식탁을 빛내는 조연으로 거듭난다. 조금 색다르고 멋스러운 요리 연구가, 김명숙의 식탁이다.



남편 도시락을 싸던 아내, 대기표 뽑고 듣는 유명 요리강사가 되다
처음 시작은 도시락이었다. 그때만 해도 요리와 인연이 없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동료들과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인근 사회복지관에서 개설한 요리강좌부터 등록했다.
좀 더 그럴싸한 도시락을 남편에게 싸 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발한 요리 수강이 미래의 ‘김명숙’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요리 수강생에서 대기자가 속출하는 인기 요리강사를 거쳐 지금은 아이 밥상을 위해 자연주의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가 됐다. 그녀의 요리가 유달리 주부들의 애정을 받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요리 입문 계기였던 가족에 대한 애정이 음식에 오롯이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 강좌 들으며 따라 했던 것을 집에서 해보면 정말 그 맛이 나와서 좋아요. 가족하고 잘 먹었어요’라는 수강생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죠. ‘저도 할 수 있네요’라며 요리에 자신감이 부쩍 늘어난 주부들을 보면 빽빽한 강의 스케줄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김 연구가는 요리와 처음 인연이 없었던 것이지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복지관을 다니며 지인들에게 맛보인 요리는 호평 일색이었다.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을 수료하고 푸드 코디네이터 아카데미 라퀴진에서 테이블 세팅을 공부한 김 연구가의 요리를 배우고 싶었던 사람들이 자택을 찾았다.
한 명 두 명 가르치던 숫자가 어느새 백여 명이 훌쩍 넘자, 급기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가정집에서 가르칠 수 있는 인원이 아니었다. 1996년 세이브존의 문화센터로 터를 옮긴 김명숙 요리 공작소는 ‘쉽고, 맛있고, 간편하고, 그리고 폼 나는 요리’를 내 손으로 재현해 낸 주부들의 활기찬 입소문과 함께 불철주야 성황을 이뤘다. ‘김명숙’s 가정 요리’는 강의 신청과 마감이 동시에 이뤄지는 신기록을 세우며 여러 문화센터의 러브콜을 받았다. 김 연구가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 호흡으로 달려온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맛과 멋 그리고 건강, 요리 연구가의 소임을 담다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정식과 특별한 날을 더욱 빛내 줄 세계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김명숙 연구가의 요리 강좌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평소와 다르게 근사한 성찬이 차려진 것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겁부터 먹었다던 수강생의 남편 이야기와 사위들에게 따뜻한 ‘장모표 밥상’을 대접하고 싶어 2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60세 할머니 이야기까지. 소소한 재료로 훌륭한 ‘음식’을 마법처럼 만드는 그녀의 식탁처럼, 연구가의 주방을 거쳐 간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지만 끊임없이 그녀를 연구하게 만드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지금은 둔산에서 유성으로 지역을 옮겨 효모를 활용한 요리 강좌를 하고 있어요. 아직도 저를 잊지 않고 먼 걸음을 하는 제자들이 있어서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연구하는 힘이 되죠. 매일 밥상에 오르는 건강한 반찬과 김치 레시피의 정량화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각종 김치, 이유식을 마친 우리 아이의 첫 반찬에 대한 바람직한 요리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요리 연구가의 소임은 맛과 멋, 그리고 건강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더 배울 게 있나 싶은 연구가는 올 초 경희사이버대학 외식조리경영학과 과정을 마치며 졸업장 수를 늘렸다. 이처럼 욕심 많고 고집스런 연구가의 소신은 IC푸드를 만나며 활동 영역이 확장됐다.
“맛은 살리고 싶은데 건강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 기존 재료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 기능적인 면은 IC푸드에서 개발한 효모로 보완했죠. 연구가의 소임은 음식으로 ‘신’과 ‘심’을 고르게 채워주는 것이니까요.”


김명숙 요리공작소 http://blog.naver.com/ms560424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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