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2017년 학생부 기재요령에 대한 변경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변경된 기재요령을 보며 다들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변경안입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 의도는 명확하나 실효성은 의문이 드는 그러한 변경안입니다.
변경안을 살펴보자면 진로사항의 ‘학부모 진로희망’란의 삭제와 수상경력의 교내/외 구분처럼 진작 없어졌어야 할 불필요한 부분의 삭제가 이루어졌고 행동특성 및 종합 의견에서 추상적인 칭찬을 지양한다는 내용 등의 작은 변화부터 과제연구와 독서활동, 방과후활동 항목의 간소화처럼 큰 논란을 가지고 올 변화까지 많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금 이야기 한 방과후활동 항목과 독서활동 항목 등의 축소입니다.
방과후활동은 활동 특기사항을 적던 방식에서 변경된 이번 1학기부터는 30자 이내로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적게 됩니다. 독서활동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 읽은 책과 그에 대한 특이사항 등을 기재할 수 있었던 기존의 방식에서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동아리 활동란에 작성할 수 있었던 R&E나 소논문, 보고서 등의 내용도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작성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주장하는 변경의 이유로는 담당 선생님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입니다.
많은 항목을 세심하게 적어야 하는 학생부의 특성상 선생님들의 작성에 대한 부담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학생들과도 이야기해 보면 한 반의 학생들을 모두 이야기해 보고 일일이 확인해 작성하다보니 작업량이 많아지고, 때문에 선생님마다 시간을 내서 잘 써주는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으로 나눠진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때문에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으로 정해지느냐가 학생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곤 했죠. 바로 이러한 부분을 몇 가지 항목에서라도 줄여 선생님들이 적어야 할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단점 또한 너무도 명백합니다. 현재 가장 많이 받는 비난은 바로 학생부 종합 전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난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맞는 생기부 작성의 애초 취지가 선생님들이 상시 학생을 관찰해 기록하겠다는 정성평가의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변화는 그러한 내용을 모두 삭제한 것이기에 애초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연구활동이나 방과후활동도 학생이 정말로 열심히 참여했는지, 그 안에서 이 학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활약을 했는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적혀있어야 할 부분이 전부 사라지게 되었고, 그렇다면 그냥 참여만 한 학생과 정말로 열심히 한 학생을 나누는 기준이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자소서 등에서 충분히 서술할 수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불성실한 학생이고 연구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소서를 작성할 때 거짓말을 덧붙여서 글만 잘 쓴다면 충분히 다른 학생들보다 열심히 하고 잘 한 학생으로 탈바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학교활동에 충실하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목적에서 벗어나 자소서 첨삭을 잘 받는 학생들이 유리해지도록 변질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열심히 변화하는 종합전형에 맞추어 함께 변화하고 노력했던 고등학교들의 그동안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또한 크게 노력하지 않던 고등학교들에게는 유리하게 적용되는 조금은 불합리한 정책이 되어버렸습니다. 활동의 질이 아닌 활동의 개수로만 판단하게 된다면 학생부의 하향평준화를 유발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 때문에 대학은 학생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성평가가 줄어들수록 대학이 원하는 입학전형과는 멀어지고 그만큼 대학에서 확인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져 불만이 쌓이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입니다.
현재까지는 이 변경안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에서 대부분은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은 학교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고스란히 안고 가게 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시행하고 적용해 보아야 알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현재의 변화한 제도에 맞추어 준비하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변화하는 제도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후회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길 바랍니다.
미스터밥 입시전략연구소
정철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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