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선물하는 착한 연주회’ 개최한 김수연(북일고 국제과3) 학생]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음악, 많은 아이들이 배우면 좋겠어요”

김나영 리포터 2017-03-13

칼바람이 매서웠던 2월 중순, 천안시청 봉서홀에 따뜻한 선율이 울렸다. 지난달 16일(목) 열린 연주회의 제목은 ‘악기를 선물하는 착한 연주회’. 악기를 배울 기회를 갖기 어려운 어린 학생들에게 악기를 기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한 자리다. 천안시립교향악단이 주최하고 ‘KAYSO(Korea Academy Youth Symphony Orchestra. 이하 캐이소)’가 주관했다. 전국 학생들이 모여 재능을 나누는 연주회의 취지에 공감한 천안시립교향악단이 뜻을 모았고, 대전성모초등학교 졸업생 출신 학생들로 구성된 메리워드 윈드 앙상블도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연주회를 준비한 북일고 국제과 3학년 김수연 학생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임에 한 명 두 명 뜻을 같이 하고 천안시립교향악단에서도 함께해주셔서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힘으로 올린 공연, 그리고 기금 마련

‘악기를 선물하는 착한 연주회’는 김수연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김수연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음악 연주 봉사를 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오보에를 처음 배우게 되면서 6학년 즈음부터 함께 악기를 배우는 친구들끼리 모여 요양원이나 고아원 등에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중학교 때는 아예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보다 본격적인 연주봉사를 해나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의 양이 많아지다 보니 악기를 연주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다스리곤 했어요. 음악을 통한 힐링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또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죠.” 김수연 학생은 북일고 국제과에 진학 후 곧 음악연주 동아리 ‘칸타빌레’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악기 연주를 위주로 했던 동아리는 김수연 학생이 가입하며 점차 연주봉사도 해나갔다.
처음에는 연주봉사였지만, 점차 아이들을 위한 악기 교육봉사도 하게 되었다. 봉사를 나가는 그룹홈의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동아리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연주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악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룹홈 아이들에게 악기를 사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떠올린 것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오케스트라 공연. 이것이 ‘악기를 선물하는 착한 연주회’의 시작이다. 



공연과 함께 스토리펀딩 통해 목표금액 마련

“북일고 국제과는 인원이 적다 보니 학교 동아리만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은 어렵거든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께할 친구들을 모집하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공문을 만들어 일일이 전국 각 고등학교에 보내고 참여할 친구들을 모아 ‘케이소’를 창단했죠.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니 단원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학생들 참여로 창단할 수 있었어요.” 북일고 한일고 충남외고 외대부고 서대전여고 대전탄방중 대전예고 대전외고 양정고 학생들로 구성된 단원들은 서울 공주 대전 거제도 등에서 천안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연주 연습을 진행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다음 순서는 공연장 섭외. 학생의 힘으로 공연장을 구하자니 막막했고, 실제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곳저곳 무조건 문을 두드리며 공연장을 물색했는데,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천안시청 봉서홀 대관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공연장 대관은 물론, 천안시립교향악단의 관심까지 이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공연을 올려 어려운 아이들에게 악기를 선물하고자 한다는 마음을 기특하게 여긴 어른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과 재능으로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김수연 학생은 스토리펀딩도 진행했다. 연주공연 초대를 리워드로 2월 15일까지 32일간 진행한 스토리펀딩은 많은 이들의 호응과 격려 속에 282건의 후원으로 목표 금액 2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열정과 노력과 따뜻한 마음은 2월 16일 아름다운 선율로 천안시청 봉서홀을 채웠다.
마련한 기금은 천안아동복지센터를 통해 기부하려고 한다. 기금으로 악기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캐이소 단원들이 교육봉사도 진행하며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기반이 되어주려고 한다. 곧 천안시청에서 천안아동복지센터와 협약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들 힘으로 이룬 후원, 꾸준히 이어지도록 준비 

공연을 끝마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 김수연 학생은 아직도 얼떨떨하다. 대관장소를 알아보는 과정의 힘든 기억,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외출증을 끊고 스토리펀딩 계약서를 쓰러 다녀왔던 일, 공부나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어른들의 시선 등이 스치면 ‘어떻게 기금 마련과 공연까지 해냈지?’ 싶은 마음에 여전히 가슴이 뛴다고.
함께 한 단원들도 마찬가지 마음을 토로한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 천안까지 오가며 연주연습을 하느라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염려가 컸고 스스로도 불안함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고.
동시에 하고자 하면, 하려고 하면 마음이 모이고 결국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공부에 바쁜 시간을 쪼개 공주에서 거제에서 모인 단원들이 있기에, 학생들을 기특히 여겨 공연을 함께해주고 단원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천안시립교향악단이 있기에, 그리고 스토리펀딩으로 마음을 모아준 282명이 있기에 지난 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캐이소의 활동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누군가를 돕기 위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저희가 얻게 된 것이 오히려 더 크거든요. 무언가를 이루어내고자 집중하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좋은 걸 하니까 밤을 새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악회는 올해도 마음을 담은 음률을 고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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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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