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은 각 학교에서는 새로운 동아리 부원 모집이 한창이다.
학교를 대표하는 인기 동아리부터 신생 자율동아리까지.
달변으로 무장한 선배들의 소개는 자칫 계획에 없던 동아리에 지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아리는 절대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3년간의 활동이 고스란히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열정을 가지고 참여한 동아리 활동의 기록은 나만의 생활기록부를 완성해주고
자기소개서의 좋은 소재거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합격생들은 3년 동안 어떤 활동을 했으며 원하는 동아리의 선발기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올해 대학에 합격한 합격생들과 학교 동아리장에게 이런 궁금증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들어보았다.
합격생들이 전하는 나의 동아리 활동
첫 번째 조언: 동아리 선택 이유를 명확히 설정할 것
희망하는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과 탐구 노력들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선택에 명확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활동의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올해 분당대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고경희 학생은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경영’이 정규 과목에 없어 새로운 경제경영 자율동아리인 BITNIT를 개설했다. 기존 동아리에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자율동아리를 만든 이유는 자신이 지원할 경영학과를 좀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순천향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한 설재홍 학생은 고경희 학생과 달리 많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 자사고의 특수성이 반영된 활동이었지만 그저 흥미로 선택한 활동은 없다. 점심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도서부와 경기도 후배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참여한 송설 홍보단 외에도 다양한 스터디 동아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동아리 활동의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언:동아리 활동을 전공분야와 관련된 심화 탐구 기회로 활용할 것
매년 똑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학년에 따라 점차적으로 심화된 탐구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고경희 학생의 경우를 보면 1학년 때는 <경영학 무작정 따라 하기> 같은 경영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경영학을 접했지만 2학년 초에는 방과 후 국제경제 클러스터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해 부원들과 함께 심화학습으로 확장시켜 나가며 학문으로 경영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2학년 말에는 ‘경영전략의 흐름’이라는 논문을 결과물로 얻을 수 있었다.
설재홍 학생 또한 다르지 않다. 관심분야인 법의학을 접하기 위해 의학 동아리인 ‘드오닥’에 들어갔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법의학 소책자를 발간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법의학 교수들을 만나며 궁금증을 풀어나갔고 법의학 전공서적을 직접 구입해 관심 있는 부분을 요약 정리해 나갔다.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리한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소책자를 만들어내 누구보다 심층적으로 관심사를 확장해 나갔다.
세 번째 조언: 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계획할 것
학생들 중에는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를 선택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어떤 동아리에 속했느냐가 아니라 동아리에서 어떤 활동을 했으며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실제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1번부터 3번에 이런 동아리 활동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고경희 학생은 “동아리 활동으로 갈등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의견 충돌이나 역할 분담 등으로 생기는 갈등상황은 일반적인 학교 활동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어 이런 상황을 극복하며 느낀 점들은 자기소개서의 좋은 소재거리가 되어 줍니다”라고 말했다.
자사고의 특성으로 많은 동아리에 참여한 설재홍 학생은 새롭게 만든 봉사동아리 SBS의 리더로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이끌어내며 교내 대표 봉사동아리로 자리 잡게 만든 것은 잊을 수 없는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고경희(분당대진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입학)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동아리를 결성해보세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이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라는 것은 비단 교과 성적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수많은 학교 활동들 중에서 자신의 전공적합성이나 역량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동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율동아리 활동은 부원들 모두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자유롭게 탐구해보고 심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고1 3월에는 각종 동아리 지원서와 면접을 보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원한 동아리에 모두 합격할 수 없습니다. 만일 관심 전공과 연결시킬 수 있는 동아리에 선발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분야가 같은 친구들과 함께 자율동아리를 개설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풍성한 동아리 활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재홍(김천고등학교졸업, 순천향대학교 의예과 입학)
하나의 동아리라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사고에 진학한 저는 봉사동아리(SBS), 의학 동아리(드오닥), 도서부, 송설 홍보단을 비롯해 스터디 동아리인 기술창업 스터디, 의학 스터디, 미래 기술조사 스터디 등 많은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나름의 이유로 선택한 동아리들이었지만 동아리와 학업을 함께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포기하기 싫었던 저는 스스로 플래너를 적으며 체계적으로 시간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수시전형을 위해 무리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성실한 학교생활에 대한 평가는 성적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내용이 영향을 주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여러 동아리를 하다가는 자칫 형식적인 활동에 그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활동의 다양성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아리장에게 듣는 신입부원 선발기준
동아리 선발권은 학생들에게 있다. 고1들에게 지원서와 면접을 거친 선발과정은 궁금하기만 하다.
이에 서현고등학교와 송림고등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장에게
2017학년도 신입부원 선발 기준을 들어보았다.
서현고등학교 화학동아리 ‘알케미스트’
토론 통한 만장일치로 신입부원 선발
19년 전통의 ‘알케미스트’는 2014년부터 3년간 최우수 동아리로 선정된 이력을 제외하고도 서현고 대표 동아리로 인기가 많다. 서현고 진학의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알케미스트’였다는 정문기 동아리장은 동아리 부원들의 화학에 대한 흥미는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재능기부 활동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5.5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알케미스트’는 많은 지원자 수 때문에 면접을 나눠 진행했다. 만장일치로 신입부원을 선발하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촬영한 면접을 함께 보며 그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갈고닦은 토론 실력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특징이다. 정문기 동아리장은 인성면접이 주를 이루지만 기본적인 화학지식을 묻기도 한다고 전한다. 지난해에는 ‘만약 동아리 총무가 공금을 빼돌리는 것을 봤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정해진 답이 없어 누가 충실히 대답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면접 팁을 덧붙인다.
화학동아리지만 이과학생들만 선발하지 않는다며 과학에 관심만 있으면 문과학생들도 문제없다고 한다. 시험 전주에도 활동을 진행할 정도인 ‘알케미스트’의 중요한 선발기준은 바로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송림고등학교 인문학 동아리 ‘휴머니타스’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이 선발 기준
‘휴머니타스’는 일반적인 인문학 동아리가 아니다. 이과계열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휴머니타스’는 독서토론만 하는 인문학 동아리가 아니라는 것이 유동훈 동아리장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전인 <어린왕자> 책을 테마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며 다양한 책을 접하는 것은 물론 책을 매개로한 다양한 활동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휴머니타스’는 실제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다. 다양한 관심분야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관심분야와 생각을 나누며 호기심을 확장시키는 것이 동아리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부원 중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TV프로그램 ‘고등 랩퍼’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이 있을 정도다.
자율동아리인 ‘휴머니타스’는 학생들이 모든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따라서 열정이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 13명의 신입부원 선발에 6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 ‘휴머니타스’는 면접에서 사회적 이슈 관련 제시문을 읽고 그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이때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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