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된장찌개가 구수하다는 친정어머니의 말은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었다.
큼큼한 냄새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 맛이 대체 왜 구수한건 지.
코를 막으며 도리질을 치는 나를 어머니는 안타깝게 바라보곤 하셨다.
어느새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조금은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
식탁 앞에서 친정어머니가 하셨던 같은 말을 내 아이들에게 한다.
이제 해를 갈수록 구수함의 깊이가 더해지는 ‘전통 장’의 진정한 맛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일반인은 물론 어린아이들과 외국인들에게 ‘전통 장’맛을 교육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허숙경씨.
40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열린 ‘2017 전통음식 아카데미’를 마치고 피곤할 법도 하건만
밝은 미소와 함께 바로 장독대로 안내하는 그의 모습에서 ‘전통 장’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전통 장’ 맛
서울에서 분당으로 시집 온 허숙경씨. 이곳 분당 이매동도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농촌이었다며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았던 그 시절 이매동 살이를 풀어 놓았다. “젊어서부터 장을 담그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시집와서 처음 배웠지. 손맛 좋기로 입소문이 났던 시어머니께 한 해 두 해 배우다 보니 얼추 그 맛을 따라 내게 되더라고요.” 허씨는 인근에서 장맛 좋기로 소문난 집에 시집와 시어머니에게 황금빛 노오란 된장 색과 구수한 맛을 내는 비결을 전수 받을 수 있었다며 웃음 지었다.
“지금도 직접 콩 농사를 짓고 있어요. 좋은 장맛을 위해서는 좋은 콩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농업진흥청에서 받은 품질 좋은 콩을 직접 농사지어 장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라며 허씨는 15년이 넘도록 ‘전통 장’ 교육을 하면서 한창 농사로 바쁠 시기에는 남편을 도와 직접 콩을 재배한다고 전한다. ‘전통 장’의 시작인 콩 재배부터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 발효교육으로 전문성 더해
시어머니 된장 맛과 색을 갖추며 주변 지인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었다는 허씨. 그는 6년 정도의 시간동안 성남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효식품 교육을 받았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손맛을 가진 장맛이 아니라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허숙경식’ 장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맛과 색만 낸다고 ‘전통 장’은 아니잖아요. 왜 우리 몸에 좋은 건지, 어떻게 발효시켜야 더 좋은 맛이 나는지,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만 우리 ‘전통 장’이 될 수 있어요. 전통은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점점 변해가는 우리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 ‘전통 장’의 명맥을 이을 수 없다고 생각한 허씨는 입에 감도는 감칠맛을 내주는 장이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민간 보약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전통 장이 현대에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으로 허숙경 장인의 전통 장과 청국장은 주부들은 물론 한 번 맛본 어린아이들이나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다양한 교육으로 ‘정통 장’ 알려
허씨는 맛있는 ‘전통 장’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성남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꾸준히 교육을 해오고 있다. “교육을 하면서 발효와 부패의 차이를 우선 설명하고 있어요. 발효기간을 거치며 우리 몸에 이로운 바실러스 균이 생기고 건강한 장이 완성되는 것을 알게 되면 어린아이들도 좀 더 친숙하게 장을 대하더라고요.” 교육 전에는 된장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빻아 만든 청국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발효식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생길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허씨. 청국장 만들기 교육을 비롯해 인절미 교육과 된장. 고추장 만들기 교육으로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장은 담근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2년 간 숙성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답니다”라며 방금 담근 장이 세월을 거쳐 깊은 맛을 내게 될 날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전통 장’ 사랑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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