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눈 ‘편견’

지역내일 2017-02-12

삶은 제각각이다. 같은 나이 같은 이름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삶은 천양지차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엇비슷하다. 어느 사이 우리의 눈에는 동일한 필터가 끼워져 범주를 조금이라도 벗어난다 싶으면 날카로운 시선을 꽂는다. 그리고 ‘일반적’이 아니라는 범주로 편견의 잣대를 댄다.
각양각색의 삶에 곱지 않은 시선을 들이밀거나 때로는 스스로를 옥죄었던 적은 없었을까.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편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각자 다른 선택 인정하고 존중해야 

미혼이 아니다. 비혼이다. 한마디 더 붙이자면 자발적 비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혼자인 지금의 삶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고 무언가를 책임지기에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나의 삶에 만족하는 것과 별개로 나의 어려움은 외부적인 것에 있다. 나이가 차도 비혼 상태인 여자를 향한 무례한 시선과 질문, 도를 넘는 간섭과 이어지는 훈수는 때로 폭력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은 웃어넘길 만큼 나이를 먹었다. 다시 안 볼 사람들에게는 그냥 “애가 둘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신기할 정도로 군소리가 없다.
사람들이 쉽게 입에 올리는 시집 못 가는 이유는 신체적 문제, 실연의 상처 또는 이기심 등이다. 남자들은 자유연애주의자나 연애지상주의자 운운하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의 비혼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어떤 이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돌보는 삶에 만족한다.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운영해 나가는 방식에 편안함을 느낀다. 사회생활을 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그 테두리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조금 외롭지만 더 행복한 편을 택한 것뿐이다.
굳이 어려움을 찾자면 이해받지 못하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내가 다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듯 즉 “왜 결혼해서 그 모든 어려움을 자초했느냐”고 따져 묻지 않듯 나의 선택이 존중받기 바란다. 내가 원하는 존중은 그저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거나, 자기만 못한 사람으로 여겨 가르치려 하거나, 자기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다. 결혼이든 비혼이든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어쭙잖은 훈수 두는 일보다 자신의 삶을 돌보는 일에 집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강인영(가명 39 아산시 권곡동)


사람들 시선보다 엄중한 삶의 무게 

스물 셋 되던 해 아기엄마가 되었다. 어린 마음에 시간이 지나면 아이 아빠와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님 그늘 아래 있었고 가족 같은 동네 어르신들과 지냈기 때문에 다행히 험한 꼴을 당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아이는 쑥쑥 자랐고 언제까지 부모님 신세를 질 수 없었기 때문에 밥벌이에 나서야 했다. 변변한 기술이 없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닥치는 대로 했다.
주변의 쑥덕거림이나 뒤통수 따가운 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낙천적이고 속 아픈 일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게다가 두 모녀 먹고 사는 일은 어마무시해서 다른 사정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친척 언니가 있는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 왔을 때는 동네 교회의 돌봄을 받게 되었다. 외롭게 자라던 딸아이는 친자매 같은 친구들을 얻었고, 나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 돕고 살게 되었다.
딸아이는 몸도 맘도 건강하게 자라 제 앞가림을 하며 살고 있다. 고맙고 든든하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다면 없는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자. 슬프고 힘든 것보다 소중하고 귀한 것을 바라보자. 엄마가 제대로 살고 있으면 아이는 잘 자란다. 오늘 눈물 흘렸던 일을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온다. 좋은 이웃들에게 가서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 서로 돕고 살면 한결 수월하다.
최근 어떤 자료에서 미혼부는 40대, 미혼모는 30대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도 나처럼 애쓰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기회 닿는 대로 미혼모관련 봉사 일에 참여하고 있다. 또 기회 닿는 대로 연애도 해 볼 작정이다.

-. 김인자(가명 55 천안시 백석동)


“남편 없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일찍 떠났다.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살아온 세월이 길다.
별별 오해를 받았다. 심지어는 ‘나이 많은 영감의 후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돌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아줌마들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욱 놀랐다. 사실대로 남편 없음을 얘기했을 뿐인데, 내 상황을 알게 된 여자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렇다고 싸울 수 없고 일일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닐 수도 없었다. 같은 여자들이 비난한다는 것에 더 슬펐다. 소문 낸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는 결론만 얻었다.
업무 때문에 또는 업무적인 일로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하게 되면 동석한 남성들의 부인들은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경계했다. 가만있는 나를 색안경을 끼고 판단했다.
혼자 된 것이 내 탓인가. 그게 마치 내가 잘못한 일인 양 나를 흉보고 헛소문을 퍼트리고 비난했다.
점점 스스로 벽을 치게 되고 ‘나를 우습게 보나? 무시하는 건가?’ 염려가 생겼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실대로 나를 말하기 싫어졌다. ‘혹시 저 남자가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고 남편이 외국에 가 있는 것처럼, 남편이 있는 척 나를 방어했다.
사별한 것도 가슴 아픈데 편견에 시달려야 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인데 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걸까.
세월이 흐르니까 나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사회도 그만큼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가뜩이나 시린 세상이다. 이제는 비난하지 말고 서로 따뜻하게 이해하며 살면 참 좋겠다.  

-. 나지영(가명 45 아산시 권곡동)  


“내 힘으로 일하며 건강까지 챙기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올해 예순여덟이다. 65세 넘으면 노인이니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 옛날얘기다. 지금 세상이 어디 그런가.  
2010년 퇴직 후 손주들 돌볼 겸 천안으로 왔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면 운동도 게을러진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천안시 시니어클럽의 실버택배 일을 하고 있다.
업무는 오전 9시 50분에 시작해 택배 분류와 배송 등을 하면 대략 오후 1~2시 마무리된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니 즐겁고, 아파트 곳곳을 오가니 운동량도 상당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도 운동을 하는데, 일하다 보면 운동이 되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어 손주들에게 간식을 사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을 하니 게을러질 수 없고, 일에 집중하다 보면 치매예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함께 일하는 동료 둘은 모두 70이 넘었는데, 누구도 그 나이로 보지 않는다. 계속 활동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노인이 일한다고 꺼리거나 안타까이 여기는 시선은 없다. 세상이 험악해 택배를 받을 때도 불안한데, 오가며 항상 만나는 노인들이 가져다주니 안심이라고 한다. 오히려 편견은 우리 노인들이 갖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일을 해야 하나’ ‘안 좋은 시선으로 보면 어쩌나’ 등의 이유로 세상에 다시 나서길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 정도 위치였는데 어떻게 허드렛일을 하느냐고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저 일하는 것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 일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의미가 훨씬 더 크다. 

-. 이종철(68 천안시 백석동)


천안아산내일신문 취재팀 공동 mynaei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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