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바리스타가 내리는 ‘낭만커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새터민의 정착과 자립 도와요”

김나영 리포터 2017-02-12

거리거리마다 있는 커피전문점은 길을 가는 사람보다 많다. 노래가사를 읊조린 것이 아니다. 한 번 휘 둘러만 보아도 몇 집 걸러 한 집에서 커피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  
‘낭만커피’도 흔하게 보이는 커피전문점 중 한 곳. 무심히 보면 고만고만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야기가 담겼다. 자유를 찾고자 하는 절실함, 새로이 터전이 된 땅에 정착하고자 하는 바람을 품었다. 작고 아기자기한 공간이건만 그 안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충남 최초 새터민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창밖 칼바람은 모르는 일인 듯 큰 창을 넘어 들어온 햇살은 다사롭고 커피향은 그윽하다.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은 두 손 가득 부여잡은 컵의 온기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듯 보인다. 여느 커피전문점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오후의 풍경이다.
익숙한 풍경은 낯선 억양에 곧 새로워진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는 새터민.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이들이다. ‘낭만커피’가 오직 단 하나의 커피전문점으로 다가온 순간이다.
천안시 쌍용동 컨벤션센터 맞은편에 자리한 ‘낭만커피’는 새터민 바리스타 두 명이 운영한다. 새터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반찬가게, 커피전문점 등이 전국적으로는 일곱 곳 정도 있다지만, 현재까지 충남에서는 ‘낭만커피’가 최초인 동시에 유일하다.
운영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안지역자활센터(센터장 조응주)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일명 남북하나재단의 ‘탈북민 자활근로사업 공모’에 카페사업단 운영 계획을 공모하면서부터다. “새터민들이 점차 많아지는데, 정작 자립과 정착이 쉽지는 않습니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죠. 분단이 오래 지속되어 온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새터민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는 터라 되도록 깔끔하고 안락한 일자리를 조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카페사업을 고안하게 됐어요.” 천안지역자활센터 김정훈 팀장의 설명이다.
9월 공모에 선정된 후 준비는 곧 시작됐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바리스타를 양성하기 위해 천안지역자활센터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던 두 명의 새터민에게 참여를 제안, 교육에서부터 자격증 취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시범운영을 시작, 1월 20일 개소식을 가진 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많은 이들 관심으로 운영 … 자활사업단 넘어 자활기업까지 나아갈 계획 

정신없이 달려온 끝이라 관계자들은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사실, 처음에는 카페사업단이 선정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노라고 털어놓는다. 카페 지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남북하나재단의 잠정적인 결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고. 남북하나재단이 그동안 각 지역에 지원해오던 카페 중 많은 곳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용적인 제약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공간을 마련하게 됐던 터라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기 어려웠던 이유가 크다.
하지만 ‘낭만커피’의 경우 그 부분에서 굉장한 장점을 갖는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천안시의 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 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갖게 한다. 이 부분은 재단측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본 지점이고, 때문에 앞으로 운영 성과에도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김정훈 팀장은 “낭만커피가 문을 연 지금 자리는 이전에도 커피전문점이 운영되던 곳으로, 카페사업단을 생각할 당시 마침 운영하시던 분이 개인사정으로 내어놓게 되어 운 좋게 계약할 수 있었다”라며 “기기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취지에 공감해 건물 임대비용도 상당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보았을 때 관계자들은 ‘카페 다온’이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긴다. 천안시와 남북하나재단의 지원은 물론, 운영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많은 이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 두 명의 새터민 운영자가 몇 개월 만에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증 취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믿고 지지하는 이들의 힘에 기댄 결과. 그리고 그 힘에 기대어 ‘낭만커피’가 반드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나갈 생각이다. 자활사업단을 넘어 자활기업까지 나아가는 것이 ‘낭만커피’의 목표다. 


“문화 나누고 정착 지원하는 거점공간으로도 활용할 것”

문을 열고 이제 한 달 남짓. 아직 운영이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대신 탄탄히 나아갈 생각이다. 아직은 바리스타로 적응하며 운영에 대해 익히는 시간으로 여기고 조금씩 노하우를 넓혀갈 예정. 지금은 음료 위주고 베이크 메뉴는 직접 만들어내지 않지만, 매장 내 오븐 등 베이킹 기기와 공간을 갖고 있는 만큼 욕심내는 부분이다. 또한 작은 문화공간으로도 꾸려내려고 한다.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 아기자기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공연도 계획한다.
무엇보다 새터민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모이고 소통하고 새로운 계획을 시도할 수 있는 거점공간으로도 자리하려고 한다. 충남의 새터민은 현재 1230명, 그중 천안에 거주하는 이는 336명이다. 이들의 안정된 생활과 자립, 정착을 위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낭만커피’가 잘 운영되고 정착하면 그 가능성으로 곳곳에 새로운 공간이 도모될 수 있을 것이기에 잘 운영하겠노라는 포부가 크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에 들게 되는 커피.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지금은 낯선 억양이 새롭고 호기심으로 찾는 이들이 많지만, 커피가 그러했듯 ‘낭만커피’ 역시 익숙한 풍경이 될 것. 그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낭만커피’에서 두 명 바리스타는 커피를 내린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누군가에게는 작은 여유,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자립과 정착을 위한 소중한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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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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