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불끈불끈 근육맨만 도전할 것 같은 암벽등반. 153cm의 단신이라는 불리한 신체조건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고양 출신 김자인 선수가 증명하듯 스포츠 클라이밍은 두 발로 설 수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됐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아름다운 누리>의 스포츠 클라이밍 동아리를 만나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 이야기를 들어본다.
경기도 재활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클라이밍 동아리 꾸려
‘아름다운 누리’는 (사)주내자육원에서 운영하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이곳은 주내자육원 산하 ‘새얼학교’와 직업재활시설 ‘우리자리’, 파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 다니는 지적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지난해부터 ‘아름다운 누리’에서는 경기도와 파주시, 경기도 장애인복지시설연합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재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스포츠 클라이밍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생활이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라 여가시간이 적지 않은데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곳 친구들에게 신체활동능력 뿐 아니라 정신력까지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스포츠 클라이밍을 알게 됐어요.”
‘아름다운 누리’ 스포츠 클라이밍 동아리를 인솔하는 사회복지사 김정현씨는 스포츠 클라이밍이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 긍정적이라는 결론을 얻고 파주 운정에 위치한 애스트로맨 클라이밍 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클라이밍 센터가 있어서 지적장애인들도 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센터장님께 먼저 상의를 드렸어요. ‘두 발로 걸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본격적으로 클라이밍 동아리를 꾸리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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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장배 클라이밍 대회에 전원 출전해
스포츠 클라이밍 동아리는 주중에는 학교나 직장 생활로 여가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 중에서 신체적 활동이 가능하고 클라이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했다. 최종 선발된 동아리 회원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월 2회 클라이밍 수업을 받았고, 신체적인 능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사회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클라이밍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김정현 사회복지사는 “보통 이곳 친구들은 의사 표현이 많지 않은 편인데, 클라이밍 활동을 하면서부터 부쩍 대화가 많아지고 자기표현이 늘었어요. 동아리 활동은 격주로 이뤄지는데 매번 ‘이번 주에는 클라이밍 가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처음 3개월 동안 스포츠 클라이밍의 기본기를 배운 뒤 지난해 6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등반대회에 참관했고 9월에는 고양시장배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7명 전원이 참가했다. “클라이밍 대회는 여성부, 남성부로 나뉘어 있어서 이곳 친구들도 일반인들과 함께 경쟁하게 됐어요. 대회를 마친 뒤 친구들이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서 다음 대회에서는 더 잘 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클라이밍은 나와의 싸움, 멈추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은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사회성 향상에도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재준 애스트로맨 클라이밍 센터장은 “클라이밍은 혼자서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운동이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번에 정상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더 높이 올라가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이 커지고 사회생활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밍이 주는 신체적, 정신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누리’뿐 아니라 일반 학교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학생 자율 동아리 활동, 방과후 수업, 특수학급 재활 프로그램 등으로 클라이밍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동호인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심리적 지지를 나누게 되어 공감을 통한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니인터뷰
김정현(39세⋅사회복지사)
스포츠 클라이밍을 통해 이곳 친구들이 새로운 운동을 접하면서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했습니다. 실제로 클라이밍 동아리를 하면서 우리 지역의 클라이밍 동호인들과 만나고 등반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강병수(37세⋅직업재활시설 ‘우리자리’ 근로인)
강병수씨는 원래 운동하는 걸 좋아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뿐만 아니라 합기도를 배우고 있는데 신체 조건이 좋아서 운동을 잘 하는 편입니다. 클라이밍 수업 시간에는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데, 일반 성인 남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클라이밍을 잘 한다고 칭찬 받곤 합니다.
원유승(23세⋅파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용)
원유승양은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할 때 조금 어려워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곤 했는데 1년쯤 지나면서 대처 능력이 매우 좋아졌어요. 이제는 암벽 홀더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등반할 줄 압니다. 클라이밍을 배우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고 옆에서 지도해 주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김세연(20세⋅새얼학교 학생)
김세연양은 처음에는 다소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클라이밍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자기표현이 많아졌어요. 클라이밍을 할 때만큼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려 하고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합니다.
이재준(50세⋅클라이밍 코치)
클라이밍은 신체조건과 체력이 좋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핸디캡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운동입니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면서 근력과 함께 자신감도 커집니다. 그 힘은 사회생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아름다운 누리’ 친구들의 경우에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벽을 허물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치 파주시 목동동 939-2 월드타워 2차 8층
문의 031-949-0570
태정은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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