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은 갑을오토텍 노동자 파업 200일째를 넘긴 날이었다. 이날 오후 6시 아산시민연대 회의실에서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 금속노조를 포함한 지역 노동계 관계자와 가족들,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등 50여 명이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갑을오토텍 노조,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헌 갑을오토텍 노조 지회장은 구사대 사무직 노동자들과 맞서 싸우는 하루일과를 공개하며 “처음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은 죽지 않기 위해 싸운다. 회사가 드러난 범죄로 처벌을 받고도 계획된 불법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 하고 있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다. 갑을의 불법과 범죄를 막지 못한다면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뺏기는 것”이라고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갑을오토텍지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사측은 전과자를 포함한 전직경찰과 특전사 출신 노조파괴용병들을 위장채용해 현장과 노조탄압, 교섭 거부, 대체인력 투입, 외주용역경비, 불법 직장폐쇄, 기숙사 난방·수도 중지 등을 단행했다. 사측의 노조파괴 문건인 Q-P시나리오가 드러났음에도 노사 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 “삶을 무너트리는 노조파괴와 헌법파괴 막아야”
유성기업사태의 발단은 반복되는 조합원들의 원인 모를 죽음을 막으려고 하면서부터다.
유성기업 노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측은 27명 조합원 일방해고, 정직·중징계 처분, 투쟁 참여 조합원 징계 탄압과 몰래카메라 감시, 업무 지시 문제점 항의 시 경고와 협박, 잔업·특근 차별, 임금 무차별 삭감, 복지금 횡령, 체불임금 32억 등을 감행했다. 노조측은 해고, 출근정지, 고소·고발, 폭언 및 폭행, 근태관리 등 갖은 방법으로 고통을 당해온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다고 밝혔다.
윤영호 유성기업 노조 지회장은 “7년째 회사의 차별과 탄압을 당해왔고 경찰에 짓밟혔으며 검찰과 노동부의 직무유기와 안일함에 고통받아왔다. 이제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며 “노조파괴를 끝장내고 한광호 열사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 관심과 사회적 문제 제기 있어야
충남노동인권 장경희 활동가는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사측이 취했던 전략 중 하나는 노동자들을 궁핍으로 내몬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차별, 감시, 정신적·물리적 폭력, 모멸감과 수치심 유발을 통해 자존감 훼손 등을 매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성기업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 43%가, 갑을오토텍 노동자 38%가 우울증 고위험군”이라며 “두 사측의 반인권 반노동적 행위는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모든 인간관계까지 파괴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사법제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생명권과 인격권 보장, 신체·사상의 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들은 노조파괴 현장에 없다”며 “폭력과 인권유린이 만연한 작업장 안에서 민주주의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세계 노동자 중에서 초국적기업 글로벌 공급사슬에 관여된 노동자는 94%에 이른다”며 “각 정부는 모든 기업이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도록 강제할 의무가 있다”며 대기업과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진행을 맡은 이진숙 충남인권지킴이단 아산모임 대표는 “두 사업장의 노조는 노조파괴 범죄에 방어적 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파괴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행정부와 사법부가 나서야 함에도 현실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투쟁 기업은 모두 현대자동차 협력기업이다. 현대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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