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2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발표했다. 국민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으며 다양성과 균형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거세게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일부 내용을 보완 수정해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희망하는 학교를 이달 15일까지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사용케 하고, 예산과 가산점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유기적인 관계에 있는 김종민(40) 충남역사교사모임 회장을 만나 국정교과서 문제점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좀 더 재밌고 의미 있게, 삶에 도움을 주는 역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 1987년부터 모인 전국 역사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와 함께 2014년 천안에서 한·중·일 캠프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다시 한국에서 개최한다.
-.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출간한 책이 있다면
2002년 3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초판을 발행했다. 서술방식이 기존 교과서와 달랐다.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보여줬으며 재미를 보강했다. ‘역사 교과서와 역사 수업을 바꾼 최초의 한국사 대안교과서’라 불리며 역사서술방식에 대한 새로운 반향을 이끌었다.
-. 충남역사교사모임의 두드러진 활동은
지난 2년간 국정교과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사들이 자신의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주변교사들의 응원이 많았고 행인들도 응원해주어 힘이 났다.
40명 정도 활동하는 충남역사교사모임은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고 정기답사를 진행하는 등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역사캠프와 축제 등을 12년간 운영했으며 올해는 교육청 연계사업으로 준비 중이다.
-. 국정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첫째, 취지의 문제다. 특정세력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교과서를 이용하려 든다. 검인정 집필기준을 주고 반드시 쓰게끔 하고는 그대로 따른 부분에 대해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는 자체가 앞뒤가 안 맞다. 근거가 빈약한 억지 논리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토론은 의미가 없다.
둘째, 다양성의 문제다. 역사는 수능과 연계되는데 한 가지 교과서로 못 박아 한 관점을 강요받는 것은 옳지 않다. 국정교과서는 주로 독재국가에서 사용했다. 일본과 통제가 심한 중국도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유발행 교과서를 사용한다.
셋째, 국정교과서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역사학자의 90% 이상이 반대하며 교사의 97% 이상이 반대한 역사교과서다. 기존 교과서 집필진의 대부분이 이번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내용만 어렵게 2단 편집으로 나열식 정리가 많다.
넷째, 너무 급하게 숨어서 했기 때문에 오류투성이다. 공개검증을 받지 않고 집필진과 집필기준안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적 고민 없는 비전공자가 쓴 게 많이 나타나 한 마디로 엉망이다.
-. 교육부가 2018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라는 방침을 내놓았는데…
검정역사교과서를 발행하려면 최소한 2년은 걸려야 하는데 교과서를 실질적으로 6개월 안에 만들어 쓰라는 건 교육부의 얄팍한 꼼수다. 교육부의 행태에 한국사집필진협의회조차 검정 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기로 밝혔다.
-.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따른 각 시·도 상황은 어떤가
교육부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감 권한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했다. 울산 및 몇 학교만 연구학교를 하겠다는 상황이다. 충남 등 14개 교육청이 반대했다.
-.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충남은 어떤 단계인가
전북은 주도적으로 보조교재 발간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보조교재를 사용하고자 하는 교육청에게 원본을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광주 강원은 보조교재 발간에 참여 중이며 충남은 소속된 역사교과연구회와 충남역사교사모임이 이 참여하는 ‘역사교육정상화를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보조교재는 올해 8월 발간 예정이다. 경북 대구 울산은 검토 중이다.
-. 국정교과서 문제의 시작점은
미순이 효순이 사건, 세월호 등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를 정부가 교육문제로 해석하고 이념문제를 들어 학생들이 좌경화됐다며 교과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금성교과서 근현대사 탄압부터 시작해 근현대사 비중을 점점 낮춰가더니 급기야 국정교과서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 역사교과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국정교과서는 보수적인 역사 교수와 교사들도 매우 많이 반대할 만큼 오류투성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며 정상화 돼야 한다. 정부와 보수단체가 이념문제로 몰고 가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크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충남역사모임은 이런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 아이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우려면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많다. 절대로 암기과목이 아니다. 여행 갈 때 인상 깊은 거 떠올리듯이 역사도 인상적이고 중요한 것을 알고 이해하면 된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면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힘과 비판적 사고가 생긴다. 무엇을 얻을지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역사를 배워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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