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지 주민들의 아마추어 모임_ 다온합창단]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행복한 합창… 누구나 환영합니다”

송정순 리포터 2017-02-02

수요일 저녁 8시, 밤도 깊어 으슥한 시간 목동아파트 3단지 상가 지하에서 아름다운 합창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아아아아” 발성 연습에 이어 들리는 칸초네 나폴레타나의 대표작 ‘오~ 솔레미오’는 서로 다른 파트가 만나 아름다운 화음을 이뤘다. 가곡, 가요, 팝, 성가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합창의 재미에 빠진 이곳은 3단지 주민들이 만든 다온합창단이다. 비록 천상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음악으로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다온합창단 단원들을 만났다.



부모와 부부가 함께 하는 가족합창단
다온합창단은 초등학생 자녀와 엄마, 아빠, 부부, 이모와 조카, 아빠와 딸 등 13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 어르신은 55세,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13살이다. 평균 연령이 45세로 젊은 합창단에 속해 노래를 습득하는 속도도 비교적 빠르고 합창에 대한 감각도 있는 편이다.
합창단의 시작은 지난해 6월로 그리 역사가 길진 않다. 하지만 다온합창단 이전에 같은 장소에 또 다른 합창단이 있었다. 지휘자 사정으로 해체된 지 1년 반, 아쉬워하던 단원 몇 명이 합창단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해 새로운 지휘자를 영입하고 단원들도 충원해 새로운 이미지의 합창단이 창단됐다.
새로운 합창단의 첫 시작은 10명이었다. 모집 공고를 내고 알음알음 소개로 모여든 사람이 15명으로 늘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떠난 2명을 제외하고 13명의 단원이 현재 화음을 맞추고 있다.


1년에 4번, 분기별로 연주회 열어
다온이란 이름은 지휘자의 아이디어로 지어졌다. 창단 당시 단원들에게 합창단 이름을 공모하자 ‘희망’ ‘사랑’ 등 평범한 이름이 거론됐고 윤선재 지휘자가 ‘다온’이란 의견을 내자 모두가 찬성하면서 합창단 이름으로 확정됐다. 윤선재 지휘자는 “‘다온’이라는 뜻은 ‘좋은 모든 일이 다 온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라며 “우리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소개한다.
합창단 단원 대부분은 목동아파트 3단지 주민들이다. 지휘자도 지역 주민으로 기꺼이 재능기부를 해주었고 노래연습을 할 장소도 상가 우리들교회에서 제공해주면서 어엿한 주민합창단의 모습을 갖췄다.
단원들이 모두 이웃 주민이다 보니 친밀감과 소통은 말할 나위 없이 좋다. 배우기 힘든 성악에 대한 이론과 발성법, 호흡법 등 지휘자가 배우고 익힌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회원들의 열정은 노래에 배어 나온다. 김미진 회원은 “다온합창단은 편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부담감이 없다”며 “여기서 마음껏 소리 내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배웠던 노래가 아이들 음악 수행평가 곡과 같아 같이 연습하면서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덧붙인다.


아마추어합창대회 출전 계획
지난해 6월 창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9월 공연을 했다. 공연을 위한 비용은 목5동 마을공동체 사업공모에 당선돼 단원들의 회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공연 주제는 9월의 분위기에 맞게 ‘음악은 가을을 두드린다’였다. 3개월 후 12월 21일 ‘메리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테마로 두 번째 연주회를 열었다. 연습이나 실력이 부족해도 연주회를 준비하면 그만큼 실력이 빠르게 늘기 때문에 아마추어합창단이지만 정기공연을 목표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내년 4월 정기공연을 앞두고 다온합창단은 신입회원을 모집 중이다. 노래를 사랑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회원이 늘어나고 실력이 쌓이면 아마추어합창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미니 인터뷰

윤선재 지휘자
“제가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뻘 되는 회원들이 ‘선생님’으로 깍듯하게 대우해줍니다. 단원들 간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선생님’으로 호칭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습니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홍정숙 회원
“집 가까이서 좋은 선생님, 가까운 이웃과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좋아요. 시간을 내어 노래를 배우러 왔으니 열심히 배워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래에 집중하면 잡념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롯이 노래 부르는 것에 집중해서 즐거워요.”

신형 회원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면서도 상대방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이 모여 좋은 곡을 만들어요. 주부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정기연주회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고 뿌듯했습니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박경화 단장
“중학교 때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만큼 합창을 좋아하고 다온합창단 분위기도 좋아요. 독일은 동네마다 합창단이 있고 3대가 같이 합창을 한다는 것을 듣고 마을공동체, 음악의 도시 독일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좋은 문화가 동네마다 생기면 좋겠습니다.”

유기용 회원
“부인이 합창단을 하면서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부부끼리 함께 합창을 하게 되니 소통이 더 잘 되고 같이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 대화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집에서도 같은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으니 분위기가 더 화목해진 거 같아요.”

김희대 회원
“부인이 바이올린을 전공했는데 합창단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주어 딸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를 맞은 딸과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서먹서먹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함께 무대에 올라 화음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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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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