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부부의 연으로 출발했는데 삶을 살아내느라, 아이들을 키우느라 온 신경을 다 쏟고 난 부부에게 남은 것은 부모라는 이름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해지는 부부들. 그들에게 새해를 맞아 건강한 춤바람을 추천한다.
매주 한 번,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댄스를 완성하는 부부들이 있다. 젊은 시절의 숨 막힐 듯한 설렘과 비교되지 않는 농익은 천의 감정을 함께 나누며 한 스텝 한 스텝을 내딛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건강한 춤바람의 세계로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인생의 반려자와 함께 특별한 춤바람을~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분당 스타파크에 위치한 ‘현 댄스 스튜디오’를 찾는 부부들이 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부모라는 이름이 더 편한 지긋한 연배의 부부들은 이 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소중한 반려자로 서로를 마주한다.
8년 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 구부정해지는 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소미선씨(62세·분당동). 그는 낯선 댄스 스포츠를 함께 한다는 것이 멋쩍어 망설였던 남편을 설득하기 잘했다고 회상한다.
“아마 혼자서 댄스 스포츠를 취미로 삼았다면 지금껏 계속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그동안 생활 분야가 달라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 아쉬웠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지금 함께 하는 부부들과 마음이 맞아 댄스와 함께 소소한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어 더욱 좋답니다”라며 남편과 함께 하는 취미라서 8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웃음 지었다.
곁에 있던 손현숙씨(59세·정자동) 또한 남편과 함께여서 지금껏 취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처음엔 여고 동창생들이 먼저 댄스 스포츠를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들떠서 이야기하는 댄스 스포츠를 남편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손현숙씨는 남편과 함께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것에 대한 장점을 묻자 능숙하게 출 수는 없지만 송년회나 모임에서 함께 공연을 해 주변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무엇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비록, 출장이나 세미나로 자리를 비워야하는 불가피한 남편의 불성실함(?)으로 인해 춤이 느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더 없이 좋은 취미라고 자랑했다.
부부 댄서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시간들
이 모임의 연장자는 80대 부부라고 한다. 아쉽게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다른 부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팔십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어느 커플보다 환상적인 댄스를 춘다고 한다. 그들은 얼마 전에 치른 금혼식에서 댄스 공연을 선보여 그들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고 김주희 강사는 말한다.
또한, 오랜 시간을 댄스 스포츠를 매개로 함께한 부부들이 축하공연에 나서 그 어느 금혼식보다 화려하고 잊지 못할 순간을 서로에게 선사했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 댄서와 비교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축하하는 마음을 담뿍 담아 정성껏 호흡을 맞춘 공연은 부부들은 물론 보는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춤바람타고 들어온 활력과 건강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댄스 스포츠는 낯선 취미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댄스 스포츠를 즐긴다고 하면 금세 곱지 않았던 시선을 거두고 선망의 눈길로 바라본다고 한다. 온기운씨(61세·정자동)는 매주 부부가 함께 이곳에 와서 호흡을 맞추다보면 자세가 곧아지는 긍정적인 몸의 변화와 함께 삶도 유쾌해진다고 부부 공동 취미에 대한 예찬을 이어간다. 현용복 원장은 부부가 함께 댄스 스포츠를 하면 함께 누릴 수 있는 인생 취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물론 평생 파트너 걱정도 없다고 부부 댄스 스포츠의 장점을 설명한다.
좀 더 잘하고자하는 욕심에 감정이 상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완벽한 호흡을 경험하는 댄스 스포츠를 사랑하는 부부들. 그들의 모습에서 부부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2017년 새해를 맞은 지금, 부모라는 역할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뒤로 밀쳐두었던 부부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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