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공부를 시켜보면 학생들은 무턱대고 읽거나, 문제를 풀거나, 밑줄 긋고 요약정리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내용을 숙지하려 한다. 만약 공부를 식사에 비유한다면 누군가가 준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맛없이 꾸역꾸역 먹는 꼴이라고 해야 할까? 참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로서 이런 아이들을 보면 좀 맛있게 먹자고 추동을 해보고 힘내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맛있는 소스도 뿌려주고 싶지만 그런다고 해서 없던 밥맛이 다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잘 생각해보면 식사란 배고파야 맛있어지는 것이란 진리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졸자는 교육은 결핍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많이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것과 같이 기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배고프지 않은 사람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일처럼 괴롭고 잔인무도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감옥의 죄수들도 음식을 거부할 권리는 있는데 하는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제도권 교육에 물리적 시간으로 따라가야만 하는 현실은 학습의 자율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폭력적인 것이다. 부모는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기껏해야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고마워 할 것이다” 등의 현실 부정적인 궤변으로 위안과 압력의 말을 던지는 것밖에 없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부모로서 모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훗날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게 억지로 공부했는지, 왜 그렇게 강요당하며 공부했는지 진절머리가 난다고 후회된다고 그 후회의 몫에 정말 부모의 잘못은 없는 것일까 반성해 보아야 한다.
공부의 욕구는 자신의 결핍을 인식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먹고 싶은 음식이 솔솔 냄새를 풍기거나 아니면 맛있게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그 배고픔을 느끼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국어공부도 학습 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국어공부의 식욕은 스토리와 어휘의 질감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단어가 혀에 닿는 하나하나의 맛과 냄새라면 문장과 스토리는 닭다리와 배추포기 같은 것이다. 몇 번 더 찢어주고 씹어주면서 서서히 그 맛을 향해 잘게 부숴가는 물어뜯기의 즐거움이 그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적결과를 요구하는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이미 국어공부의 맛을 알아야하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점점 정보매체에 길들여져 가는 우리 아이들은 마치 이미 먹기 좋게 갈아 만든 인스턴트식품들에 길들여져 이미 이빨과 잇몸이 약골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갈비를 던져주고 산해진미를 던져주어도 스스로 그것을 물어뜯고 맛을 음미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시기에는 새로운 단어와 스토리를 찾아가는 정확한 읽기습관을 갖추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말 이빨로 물어뜯고 혀로 맛을 음미하며 삼키고 있는지 끝까지 지켜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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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스터디 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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