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초대전 여는 충남 유일 공모 출신 미술평론가 임재광 작가]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으로 승화된 미술세계 선보여

노준희 리포터 2017-01-02

1996년 미술전문평론잡지 ‘월간미술세계’ 공모에서 미술평론상을 수상하며 정식 데뷔한 미술평론가 임재광(60) 작가. 임재광 작가의 미술평론은 첫 평론부터 일본에서 번역해갈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나같이 미술시장의 큰 흐름의 분석에 시선이 쏠려 있을 때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한국미술의 지역적 특성에 관하여’ 비교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에 의미 있는 비평문화의 새로운 관점과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평범한 미술교사로 출발했던 그는 현재 공주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평론 못지않게 자신의 작품세계 구현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 갤러리를 두루 거친 저명작가지만 천안의 전시공간으로 북카페 ‘산새’를 선택했다. 사람들의 온기와 작품이 가장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에 마음을 두었다.
최근 사물에서 형상을 떼어 내는 기법에 심취한 임재광 작가를 만나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미술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물음을 던졌다. 


임재광 작가, 임재광 작가 작업실


-. 공모 출신 미술평론가로는 충남·세종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이력을 지녔으며, 한국미술가협회 감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안다. 미술평론가로서 미술평론이 관객들에게 주는 의미를 설명한다면

현대의 미술평론은 비평보다는 해설 또는 번역에 가깝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관객들에게 해석해주고 설명해주는 해설가의 역할이 강조된다. 미술평론가는 관객이 미처 알지 못하는 작가와 작품의 매력 또는 의미를 찾아내어 설명해주며 일상의 용어로 번역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 미술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직업인 교직에서 명퇴했다. 그럴만한 인생의 계기는

미술을 배운 적 없지만 미술부 학생들을 제치고 상을 타는 재능을 보였다. 고교 축제 전체를 기획해 성공하는 경험도 해보고 감히 신춘문예에 응모해보는 패기도 부려봤다. 그러나 직업은 현실적인 교사를 택해야 했다.
기회처럼 미술평론이 당선되면서 내 인생에는 미술평론의 로드맵이 먼저 펼쳐졌다. 3년간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월간미술세계 뉴욕특파원 활동도 했었다. 뉴욕미술의 동향을 파악하는 평론을 쓰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다시 교사 신분으로 돌아왔는데 마음대로 활동할 수가 없었다. 미술에 대한 지식적 확장과 작품세계 구현이라는 복합된 열망은 더 불타올랐다. 일생의 결단을 내려 명퇴를 선언했다.  

-. 그 후 지금의 공주대 교수로 바로 임용되었나

아니다. 남들은 모르지만 끝이 없을 것 같은 고배를 연속적으로 마셨다. 대학교수, 미술계 관직 등에 응모했지만 무려 16번 실패했다. 약 3년간 크나큰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실패한 만큼 배운다 생각하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도전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성공 확률조차 없다.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아 오히려 치유예술 평론을 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설중매, 실버들
 

-. 지난 5월 가나아트스페이스 전시는 ‘겹()’이라는 주제로 테이프를 활용한 기법을 담은 작품들이던데…
 
테이프를 붙인 뒤 채색하며 다시 떼어내는 기법을 반복 활용한 새로운 시도였다. 기법은 탁본과의 상관성이 크지만 작품은 매우 이채로운 이미지를 구현한다. 판화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  이번 산새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나

그렇다. 테이프를 활용한 작품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작품세계다. 또 자연물을 선호하는 정서에 기반해 나무 꽃 풍경 등이 계절과 어우러진 작품들이 많다. 이밖에도 그동안 몰입했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 얼마 전 당진에서 진행한 미술 강좌가 인기가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강좌였나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가, 토종 작가, 한국 출신 외국 거주 유망작가 등 현재 살아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었더니 수강생들의 흥미가 높았다. 지역미술을 나만큼 연구한 사람이 없을 듯하다. 


-. 한국미술계에 일침을 가한다면

작가의 태도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들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미술적 갈망에 부응해 왔다. 우리나라는 소신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유명해지고 싶거나 잘 팔리는 작품을 하고 싶은 진심과 다른 잣대를 표방하며 작가들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미술관련 졸업생은 인구 수 대비 너무 많으며 기법만 가르치는 대학 교육은 오히려 재능을 사장시킨다. 생존을 위한 미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 미술품 감상에 있어 우리가 알면 좋은 것이 있다면

시각 예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으면 된다. 음식은 ‘먹는 맛’, 음악은 ‘듣는 맛’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미술 감상은 ‘보는 맛’을 즐기면 된다.
현대미술은 감상의 영역을 넘어 이해를 요구한다. 미니멀, 추상, 팝아트, 개념미술,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사조가 공존하는 현대미술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면 금상첨화다. 작가에게 질문하거나 배경에 대한 조사를 하는 등 작품의 배경, 제작의도, 재료와 방법에 대해 알아둘수록 이해가 쉽다. 아는 것은 이해를 위한 첫걸음이다. 


<임재광 초대전>
임재광 작가는 2016년 공주금강자연비엔날레 기획 및 총감독 등 다수 비엔날레 기획에 참여해 왔으며, 개인전과 기획전을 30여회 이상 지속해 온 중견작가다. 또한 그의 미술평론 활동은 20여년에 이르며 특히 지역미술과 작가들을 짚어내는 관점이 탁월하다.
전시기간 중 ‘작가와의 만남’이 준비돼 있다. 1월 12일(목) 오후 3시 산새에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간 : 2017년 1월 2일(월)~2월 4일(토)
장소 : 천안시 쌍용동 북카페 산새
문의 : 010-8804-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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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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