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재수” 그 힘든 결정의 순간
치열했던 2016년도 얼마 안 남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불수능을 경험한 우리 학생들의 시원섭섭한 심정이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수능 성적 발표와 함께 조바심나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시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현재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과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마지막 남은 정시지원을 위한 배치 상담이나 컨설팅을 원하는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시기다. 곧 그들도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학과에 당당히 합격해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가족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쓰디쓴 패배감으로 우울한 겨울과 만나야 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상처 자리에는 새 살이 돋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거짓말처럼 털고 일어나 힘을 내야 하지만, 이제 막 스물이 된 청춘들에게 “실패”와 “재도전”은 늘 보통일이 아니다. 이쯤 되면 대입 재수는 이미 선택 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실제 상황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기에는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불안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재수가 아니면 선택할 수 있는 “플랜B”가 그 학생들에겐 많지 않은 것이 이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힘든 재수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우쭐해하는 학생들을 떠올린다. 이제는 결과론적으로 “새옹지마”를 얘기할 때가 된 것이다.
성공할 재수생, 실패할 재수생?
담당했던 재수생 제자들이 조카나 막내 동생로 여겨지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햇병아리 강사 시절을 거쳐, 이제는 내가 아버지가 되고 그들이 실지 자식처럼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점점 학생들을 더 냉정하게 다그치지 못하는 것 같고, 좀 더 마음으로 그들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도 같지만, 여전히 재수생들의 모습은 늘 같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성공할 재수생’은 정해져 있다. 반대로 ‘실패할 재수생도 그렇다. 다만 성공해야 할 학생이 간혹 실패하기도 하고, 절대 성공하면 안 될 것 같은 학생이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사회가 그렇듯, 모든 분야가 그렇듯 이해되지 않는 결과는 늘 존재하는가 보다.
기억해 보건대, 힘든 재수시기를 버텨내고 많은 성적 향상을 이루어 결국은 성공한 학생들은 주변에 휘둘리기 보다는 충분히 자신을 돌아볼 줄 알던 학생들이었다. 절대로 건방지지 않았다. 순간의 작은 실패들을(모의고사 결과 등) 주변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자존감과 뚝심을 가졌다. 그래서 때론 괴짜같이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때론 의젓한 어른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학원 내에서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이 많지 않으나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 학습 계획을 세우는데 과하게 시간을 쓰지 않고, 오히려 그 계획의 실천에 목숨을 걸었다. 매사에 학습에 관해서는 꼼꼼했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는 예의바른 모습이었으며 모든 과목에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몸 보다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할 줄 알고, 시간을 아까워하며 늘 바쁘게 움직였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들의 강의에 집중을 잘 하는 편이었고, 성적이 좋은 과목의 수업도 절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식당을 가거나 등하원을 할 때에 손에는 작은 영어 암기장 등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공부거리가 늘 들려 있었다. 지각이나 조퇴, 결석 등을 거의 안했고, 수업이나 자습시간에 간혹 졸다가도 선생님들이 깨우기라도 하면, 눈을 비비며 멋적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줄 아는, ‘참 가르칠 맛 나는’ 학생들이었다.
재수를 결심할 때 쯤 주위를 보면 좋은 시설과 거대한 시스템을 갖춘 대형 학원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수많은 경험과 빅데이터를 가지고 재수 성공을 약속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인기강사에 환호하는 수강 후기들이 넘쳐나고,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독학 학원도 트랜드다. 어디가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가 늘 어렵고 복잡하지만, 선택이 무엇이 되었건 가장 중요한 열쇠는 학생들 스스로가 갖고 있다.
어차피 재수를 해야 한다면 성공할 재수생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들에게 성적 향상은 마치 ‘떼어 놓은 당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산 웨스턴학원 김형진 원장전) 서대문정일, 목동정일, 청솔학원 영어과
전) 엘림에듀 수능영어 인터넷 강의
전) 전국모의고사 출제/검토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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