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트리옹프 제과점’ 주엽·후곡점 최명갑 대표]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랑스 빵의 대가

지역내일 2016-12-24 (수정 2016-12-27 오후 10:45:53)

“지금 편하고자 하면 나중에 고생을 하게 되는 법이죠. 고생이라는 차원, 그 수준을 넘어야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 -최명갑 대표-
어렸을 적부터 제과제빵을 시작해 이십대 중반에 이미 몇 십 명을 거느리는 공장장이 되었던 최명갑 대표. 한국에서의 편한 길을 내려놓고 빵에 대한 열의로 프랑스 유학을 떠난 후 오늘 날 ‘트리옹프 제과점’을 설립했다. 35년 동안 한 길만 걸어 빵의 대가로써 실력을 보여주는 최명갑 대표를 만나 빵과 함께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젊은 시절 제과의 일 천직으로 여겨
눈처럼 하얗고 장작 모양의 케이크를 손에 든 최명갑 대표.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얹어진 케이크를 조각으로 잘라 맛보라고 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에 사르르 녹는 것이 산딸기 맛이 났다. “케이크 중간에 바삭하게 씹히는 이 맛이 뭐지요?” 그 맛은 부드러움 속에 바삭함이 스며들어 다른 케이크와는 또 다른 식감이었다. 최명갑 대표는 그 바삭함이 산딸기 씨라고 했다. “부쉬 프랑보아즈? 아니, 산딸기 케이크? 노엘 케이크?” 아직 이름이 없는 최명갑 대표의 두 손으로 갓 태어난 케이크, 새로운 이름이 지어져 이번 크리스마스에 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될 것이다.
최 대표는 전라북도 진안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제과라는 말 자체가 매우 귀한 시절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은 그의 큰 형이 먼저 제과에 입문했고 자연스럽게 16세이던 최명갑 소년도 큰 형의 영향을 받아 서울로 상경해 제과 일을 배웠다.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었던 꿈도 접고 시골에서 지내다 스승인 셰프에게 제과만 배우는 일은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십대인 그에겐 고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제과에 재미가 붙기 시작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24세쯤 되었을 때 느낌이 왔어요. 이 일이 제게 천직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 최 대표는 오후 5시에 작업이 끝나면 저녁 10시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그가 26세 때, 순천 시내의 60평 매장, 80평 공장을 갖춘 ‘화월당’의 총괄 셰프를 맡게 되었다. 그 후로도 서울의 대형 과자점의 공장장으로 근무하며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을 진두지휘하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맛볼 수 있었다.




 모든 것 내려놓고 파리로 유학 떠나
 1993년도 즈음 한 제과점에서 근무할 당시 프랑스의 명성 높은 셰프의 마카롱 세미나가 국내 최초로 열렸다. “셰프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셰프의 명함을 받아든 순간 그는 언젠가 프랑스에 가겠노라고 결심했고, 서울의 대형 과자점의 공장장으로써 셰프의 전성기를 맛보던 2003년 그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학을 떠났다.
파리에 도착한 그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유리창 안으로 보였던 ‘엘레강스’(트리옹프 제과점의 유명 케이크)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당당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제과점에 바로 들어가 사장님과 면담을 요청했고 거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곳이 바로 그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몸담았던 곳이자 지금의 ‘트리옹프’가 시작된 ‘파티스리 르 트리옹프’다. ‘트리옹프’에서 이제까지 한국에서 쌓아 온 기술에 더해 프랑스의 기초적인 제과를 모두 섭렵했다. 이후 케이크와 마카롱의 최고봉인 ‘피에르 에르메’에서 근무하며 마카롱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고 초콜릿과 초콜릿 케이크의 최고봉인 ‘장 폴 에방’에서 빵을 만들면서 초콜릿의 모든 것을 섭렵했다.
명품 제과로 유명한 ‘아르노 라헤’, ‘티에르 무니에’에서 일하며 최고의 프랑스 제과를 배웠다. “셰프에겐 배합비가 생명이잖아요. 그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어요. 행여 잊어버릴까봐 퇴근하면 메모장에 잽싸게 적곤 했지요. ‘장 폴 에방’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완성한 적이 있는데 그때 프랑스의 셰프들이 극찬하며 인정해 주었죠. 참 보람되었어요.” 



제자들 독립해서 진출할 때 뿌듯함 느껴
최 대표는 현재 주엽 트리옹프 제과점과 후곡 르 트리옹프 제과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지하에 위치한 공장에서 직원들과 케이크를 만들고 빵을 반죽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청소까지 포함한 모든 작업들이 끝이 난다.
“저희 딸이 요리를 공부하는데 이 집 빵만 먹으려고 해요. 이 집 크루아상이 저희가 프랑스 여행 갔을 때 먹은 맛이랑 똑같아요. 머릿속에서 그 맛을 기억 하는 거죠.” 최 대표 인터뷰 중에 빵을 사기 위해 들른 고객인 배경희(후곡)씨가 빵을 사가며 전한다. “파리에서 유행하는 빵은 곧바로 저에게 전해져요”라는 최 대표는 파리의 유행을 국내에 빠르게 소개한다.
이제는 평생의 업을 삼고 셰프의 일을 배우겠다고 오는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그들을 키워내고 있다. 최명갑 대표는 밑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기술을 잘 습득해 밖으로 진출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최 대표의 프랑스 전통 빵은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물과 밀가루, 소금, 천연 효모만을 사용해서 만든다. 재료는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 100% 우유 버터, 국내산 천일염으로 항상 좋은 것만 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재료를 좋은 걸 쓰지 않으면 한계가 있어요.”
트리옹프 제과점의 대표적인 빵들을 소개한다면 그 중 최고의 케이크는 ‘엘레강스’이다. 아이스크림 맛으로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다크, 밀크, 화이트 3가지 초콜릿으로 만든 케이크이다. ‘뽕빠도르’는 레아 치즈크림이 듬뿍 들어가 맛이 세련되고 깔끔하다. ‘티라미수’는 이탈리안 치즈를 이용해서 만든 것인데 커피를 직접 내려 커피의 향이 풍부하다. ‘생크림 케이크’는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100% 생크림을 이용해 만든다. “제과업계는 오로지 실력으로 하는 거예요.”실력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그는 오늘도 여전히 파티시에(patissier)로의 길을 걸으며 노릇한 빵을 구워내고 있다.


권주심 리포터 wnt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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