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디자인 문화고등학교 발마사지 동아리 “A·D·C”를 만나다
“눈빛으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들 보면서 제가 위로 받아요”
매주 토요일 아침 할머니들에게 손자손녀가 되어주는 학생들
누가 요즘 학생들이 개인적이고 남을 배려할 방법을 모른다고 했나?
디자인문화고등학교 발마사지 봉사동아리 학생들을 만나던 날, 리포터는 인터뷰 도중 너무 순수하고 착한 학생들 모습을 보면서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서안산 노인전문병원’에서 한주도 빠짐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발을 마사지해주는 십대 청소년들이 이들이다.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이 학생들 이야기를 리포터는 12월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미담으로 선택했다. 나름의 사연과 꿈을 품고 봉사하는 학생들과 김용길 교사 이야기다.
대장암 완치 후 봉사의 삶을 선택한 김용길 교사
김 교사는 학교에 발마사지 동아리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2000년에 대장암4기 수술을 받고 완치판정을 받으면서 봉사하는 삶을 결심했다. 대학원에 들어가 심리학을 공부했고 발마사지 자격증도 땄다. 그러면서 제자들 인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2015년에 발마사지 동아리를 만들었다. 김 교사는 말했다. “제자들에게 섬김과 봉사 그리고 효 사상을 가르치고 싶었다. 사람이 가장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것이 남의 발을 마사지하는 일이다. 노인요양병원은 정말 냄새나고 치매 노인들이 계신 곳인데 학생들이 친할머니처럼 너무 잘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강하게 거부했다. 당황해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오기만 기다리신다. 처음 만든 사람은 나지만 지금 동아리는 70명 학생들이 꾸준히 활동하면서 활성화되었다. 학생들에게 고맙고 대견하다.”
이제 봉사는 인성교육을 넘어서 할머니들과 아이들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우울증을 극복한 성경과 해피바이러스 주헌
수줍게 인사하는 2학년 정성경은 매우 얌전한 인상을 풍겼다. 성경이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중학교 때 왕따를 경험했던 것.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생했었다. 하지만 발마사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성경이는 할머니들이 아닌 본인 병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성경이는 말했다. “할머니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말벗이 돼드리면서 많이 밝아졌다. 나한테 크림을 던지던 할머니가 어느새 안아주시고 반겨주시는 걸 겪으면서 행복해졌다. 이제는 함께 봉사하는 친구도 선배도 생겼다. 내년에 1학년들이 들어오는데 나처럼 봉사로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
선경이의 꿈은 사회복지사이다. 한편 연신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미디어콘텐츠과 2학년 이주헌은 표정처럼 봉사도 즐겁게 했다. 주헌이는 “처음에는 발마사지 순서도 잘 몰랐고 별 감흥도 없었어요. 냄새도 나고 그랬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은 할머니들 성함과 연세 그리고 어디가 편찮으신지까지 다 알게 되었어요. 보고 있으면 친할머니 같기도 하고 할머니들에게 친근한 마음이 생겼어요. 부모님께서도 토요일이면 당연히 가는 줄 아시고 격려해주세요.”
봉사하면서 진로를 정한 노현승·김원진
매주 토요일 초지동 서안산 노인병원으로 오는 현승이는 집이 시화다. 버스타고 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성실하게 봉사하고 있었다. 현승이가 처음 봉사 갔던 날 치매할머니가 자신을 보고 욕하는 것에 당황해 울음을 터트렸을 만큼 순하고 착했다. 디·문고에 입학한 것은 취업을 위해서였지만 봉사를 하면서 ‘물리치료사’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 현승이는 말한다. “워낙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이라 함부로 마사지를 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해드리는 일은 마사지도 있지만 기쁨과 위안을 드리는 일이에요. 물리치료사가 되어서 전문적으로 노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치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눈빛으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순수해보이기는 원진이도 매한가지. 원진이에게 할머니들은 난생 처음 자신을 환대해준 고마운 분들이었다. 원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워낙 낯을 가리는 조용한 성격이라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극진한 환영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폐쇄된 공간에 계신 할머니들이 나를 보고 ‘와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할 때 마다 감동을 받는다. 봉사를 하면서 취업할 계획을 접고 간호사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리더 임초록과 모두에게 칭찬의 박수를..
올 한해 리더로 활동해온 인터넷비즈니스학과 3학년 초록이는 회계와 금융 쪽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리 후배들에게 초록이는 이렇게 말을 했다. “동아리를 누구에게 물려줘도 아무걱정 없을 만큼 모두가 다 든든한 동아리 원이다. 우리 동아리는 졸업생이 와서 봉사를 할 만큼 모두 애정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봉사를 하면서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눈이 변했다. 그분들을 돌보고 공경해야한다는 마음을 얻었다. 잊지 못할 2년이었다.”
이 학생들을 보면서 솔직히 어떻게 봉사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학생들은 숫기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매주 할머니들 앞에서 트로트를 부르기도 하고 답답한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들의 손자가 되기도 했다. 할머니들의 외로움과 아픔에 이미 공감할 줄 아는 이 십대들을 보면서 이날 리포터는 돌아오는 길이 내내 따뜻했다. 이들에게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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