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요즘 만화 카페 가 보셨어요? 깜짝 놀랐어요. 우리 어릴 때 봤던 침침하고 꼬질꼬질한 만화방이 아니에요. 마치 카페 같아요. 좌식방도 있어 편안하게 뒹굴며 만화를 볼 수 있더라고요. 사춘기 티내느라 톡톡 쏘아대던 아들들과 오랜만에 웃으며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온 거 있죠.”
아는 동생이 놀라워하며 말한 곳은 요즘 뜨고 있다는 만화카페다. 우리가 익히 상상이 가는 소싯적 만화방이 아니란다. 기존의 만화방 이미지를 완전 바꿔놓았다고.
그래서 직접 다녀봤다. 천안 아산에 가족이 함께 가도 좋을 만화카페 중 3곳을 소개한다.
신방동 ‘코믹 몬스터’
“만화를 워낙 좋아했어요. 우리 어릴 때는 만화를 보면서 힐링하곤 했잖아요.”
코믹 몬스터는 위지명(33) 대표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와 함께 개업한 만화카페다. 실내가 밝고 깔끔해 카페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쾌적한 실내를 증명하듯 대형공기청정기가 돌고 있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위지명 대표가 신경 써서 꾸몄단다. 위 대표는 “1만 5000권 이상 소장하고 있고 매주 새 책을 입고한다. 인기 웹툰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만화도 많다. 마니아들이 보는 마블은 150여 권 이상 구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자와 테이블은 물론, 편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좌식방도 있고 벌집 모양 토굴처럼 생긴 방들이 옆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책을 읽기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토굴방은 3~4명이 충분히 앉아서 만화를 볼 수 있다.
만화를 보면서 먹는 주전부리는 또 하나의 재미. 컵라면은 물론 볶음밥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1만5000원이면 종일 이용권과 냄비라면, 음료를 제공하는 코몬종일팩을 사용할 수 있다.
코믹 몬스터는 신방동에서 출발한 천안 태생 프랜차이즈가 될 조짐이다. 12월 말 쌍용동에 2호점을 개업한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수곡1길 12-10 2층
전화 : 041-579-1424
새샘중학교 앞 ‘마실’
마실은 무려 3만권에 이르는 만화를 보유하고 있다. 만화가 무지무지 좋은 박민성(38) 대표가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룬 곳이다.
본업이 있는 박민성 대표는 낮에는 주로 아내에게 맡기고 저녁이면 마실로 퇴근해 만화광의 저력을 발휘하곤 한다. 특히 박 대표는 만화카페에 처음 오거나 어떤 만화를 보면 좋을지 고민하는 손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다.
“손님들은 보던 것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별 또는 주제별 작품별로 분류해서 알려주거나 흥미 있는 것을 찾아주면 손님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그동안 쌓아온 만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했더니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단골도 늘었다.
마실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여성들의 환호가 나올 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구석구석 인테리어가 세심하다. 학교 앞이라는 이점도 살려 주차 걱정도 덜었다.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이 줄을 잇는다. 인심 넉넉한 박 대표 내외는 손님이 적을 땐 가족단위 손님에게 서비스 시간을 주곤 한다.
또한 마실은 만화를 보는 공간이 독특하다. 낭만 가득한 텐트가 카페 가운데를 가득 차지하고 있다. 마치 캠핑 온 듯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만화와 휴식은 달콤하고 편안하다. 늘어지게 뒹굴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텐트 뿐 아니라 2층으로 되어있는 독립된 좌식방도 열독하기 좋다.
마실은 흡연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실내엔 공기청정기 2대가 열심히 돌고 있어 환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주전부리 역시 다양하다. 커피는 물론, 청소년, 커플, 가족, 식사 세트를 구비했다.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고 음료를 제공하는 종일팩은 1만2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통정5로 108 2층
문의 : 041-577-3869
아산 온양온천역 앞 ‘놀숲’
아산에는 온양온천역 앞에 있는 놀숲이 유명하다. 놀숲은 방송인 하하가 모델로 나와 광고하는 프랜차이즈 만화카페로, 젊은 층에게는 익히 알려진 장소다.
이혜옥(39) 대표는 서울에 유명한 만화카페를 꼼꼼히 살펴보고 아산에서 놀숲을 오픈했다. 만화카페의 건전성에 마음이 갔던 것. 놀숲 역시 밝고 깔끔하고 쾌적했다. 갔던 만화카페 중 좌식 형태 토굴방이 가장 많아보였다. 흡연실은 별도로 설치했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했다. 이혜옥 대표는 “여전히 원피스, 겁쟁이 페달, 하이큐 등의 만화가 인기 있다”며 “요즘은 쿠폰도장 모으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정금액 이상 4회 이용시 핫팩 인형을 증정하는 행사다.
만화를 볼 때 즐겨 찾는 떡볶이 라면 볶음밥 등 다양한 식사메뉴도 판매한다. 3가지 타입 음료세트를 선택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놀숲은 프랜차이즈 장점을 살려 신간 입고가 빠르게 진행된다. 도서검색대가 이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 돼 있어 손님이 직접 원하는 도서검색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오픈된 공간이어서 그런지 학생 가족 연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찾는다”며 “놀숲은 만화가 주는 즐거움을 카페가 주는 편안함에서 찾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3곳 모두 1시간 이용료는 2400원.
위치 : 아산시 시민로 363-33(온양온천역 1번 출구 CU편의점 지하)
문의 : 041-545-9870
만화가 주는 장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만화를 보고 즐기는 공간의 특성이 달라졌다. 70~80년대만 해도 동네 만화방은 후미진 곳에 먼지 케케묵은 만화들을 손 때 묻히며 신나게 보던 추억의 장소였다.
요즘은 현대화된 시스템을 활용, 트렌디한 콘텐츠와 접목해 만화카페라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손기환 교수는 “요즘의 만화 소비패턴은 예전과 다른 웹툰이라는 방식이 주를 이루지만 만화 형식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림과 글의 만화는 계속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화가 주는 순기능에 주목한 시대도 있었다. 학습만화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책을 읽지 않는 자녀들에게 재미와 학습을 병행시켜 줄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손기환 교수는 “만화가 가지는 스토리의 요약이나 간결성 또는 상징적 압축 능력은 대단하다. 만화는 좋은 가치를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경제성까지 갖춘 대중예술”이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또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좋은 내용의 만화를 부모와 함께 보는 것은 정서적으로 바람직하다”며 ‘한국만화 명작 100선’과 ‘한국만화 100년’에 소개된 만화, 또는 SICAF 선정 만화 등을 추천했다.
곧 겨울방학이다. 올 겨울엔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만화로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눈높이 맞는 엄마와 대화하는 아이라면 더 감성 풍성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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