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7학년도 수능영어 33번 지문에 관한 소고

지역내일 2016-12-17

원문
Grief is unpleasant. Would one not then be better off without it altogether? Why accept it even when the loss is real? Perhaps we should say of it what Spinoza said of regret: that whoever feels it is "twice unhappy or twice helpless." Laurence Thomas has suggested that the utility of "negative sentiments" lies in their providing a kind of guarantee of authenticity for such dispositional sentiments as love and respect. No occurrent feelings of love and respect need to be present throughout the period in which it is true that one loves or respects. One might therefore sometimes suspect, in the absence of the positive occurrent feelings, that one no longer loves. At such times, negative emotions like grief offer a kind of testimonial to the authenticity of love or respect.

해석적 사유
일단, 단어들이 난해해 보인다. 솔직히 utility, dispositional, authenticity, occurrent, testimonial 등의 단어들은 외국의 일상에서도 그리 흔히 쓰이는 말들은 아니다. 그럼 과연 무엇에 관한 지문일까? 해석은 이렇다. 슬픔이란 불쾌하고 불필요한 것일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슬픔을 받아들일까? 스피노자는 후회에 대하여, 즉 ‘후회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두 배로 불행하고 두 배로 무능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로렌스 토마스는, ‘부정적 정서의 효용성이란, 결국 긍적적, 성향적 정서들에 대한 진위 여부를 제공해 주는 역할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랑과 존중의 감정이 존재하고 있는 동안 반드시 그러한 감정들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며, 오히려 그러한 긍정적 감정들이 존재하지 않아서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하는 상황이 되면 그때서야 사랑과 존중에 관한 진위여부를 알고 깨닫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술적 사유
위 글은 철학과 윤리학의 한 부분을 인용한 지극히 기능적인 사회과학 분야, 즉 부정적 감정의 효용성을 언급해 놓은 행동심리와 윤리학에 관한 내용이다. 결과론적으로, 부정적 감정의 효용성에 관한 활용범위는 뇌 과학부터 행동심리나 인지 심리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 범위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유용성을 지닌 지식이나 사상이 어떻게 도출되고 왜 인용되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의 철학 사상이나 가치관이 역설적으로 현실에 반영 가능하거나 유사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그만큼 현대 사회를 정의할 만한 중핵적 가치관이나 철학들이 난무하거나 부재한 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물리적인 삶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의 정신적 삶에서 파생되는 아노미와 두려움 속에서,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우리 인간 스스로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고찰할 수 있는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즉 인문학에 목마른 것이다. 

철학적 사유
그럼 스피노자는 왜 언급되었을까? 스피노자는 범신론과 유물론, 합리론에 기반을 둔 17세기 근대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데카르트와 함께 근대적 합리적 철학을 사유를 하던 사람이었다. ‘후회하는 자는 두 배로 불행하고 두 배로 무능하다. 즉 최초에 후회할 만한 욕망에 지배가 되면, 곧 슬픔과 후회에 의해 정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논지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그나마도 뒷부분은 편집이 된 채 문제로 제시가 됐다. 세상 만물이 모두 신의 일부분이고 그러한 신의 뜻 속에서 모든 생명들의 운명은 정해진 인과법칙을 통해 발현되는데, 그러한 신의 뜻을 인간은 이성을 통해서만이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관점이다.  스스로의 삶이 결과가 아닌 원인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비록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신이 정해놓은 삶 속에서 그 뜻을 헤아리면서 보다 나은 행복을 구현하고 추구할 수는 있다는 내용의 실천 철학으로, 이 글에서는 스피노자에 의해 언급된 ‘후회’를 부정적 감정의 하나로 비약시키고 있다.

실용적 사유
인간의 감정도 물리량을 지닌 물질처럼 인과법칙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고, 한 번의 후회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후회를 벗어나는 길은 그 후회를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삼아 다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스피노자의 관점을 빌어서, 로렌스 토마스는 부정적 감정들도 역시 그 효용성의 범주 안에서 기능적 고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거창하게 포스트모더니즘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변증법적 논리를 성립시킨다. 절대적 존재나 진리가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헤아릴 수가 없는 세계에서는 결국 역설적으로 그 진리를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인식의 주체인 인간마저도 자신의 존재의 인식을 상대를 통해서 밖에 할 수 없는 상대계의 운명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들이 차지하는 인간 삶에서의 존재가치는 매우 크고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억압과 결핍, 공황과 같은 단어들이 이제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소통 언어가 되어 있다. 모두 철학적 사유와 접근 덕분이다.  

현실적 사유
소위 수능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문제들은 이런 종류의 것들이다. 그저 간단하게 해석상으로 접근해서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엔 너무 미안한 글들이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접근의 준비가 되어있나? 무엇보다 수능영어의 목적이란 독해력 평가를 통한 외국어의 실용적 능력의 강화이지만, 한 층 더 내려가 보면 궁극적으로는 현대 사회에 요구되는 시간 내 정보처리 능력의 극대화이고 결국 사유나 소고의 대상도 그저 한 때 필요한 정보로서 취급될 뿐이다. 그런 용도로 보기에는 너무나 내용이 깊고 무겁다. 물질문명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아이들에게 철학은 고사하고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 또한 철저하게 학생 개인 몫으로 돌려지는 게 현실인데, 설상가상으로 논술이나 수학능력 시험의 전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감하게 아이들의 사고체계를 통해 나온 주관적 값을 요구한다. 이미 아이들은 이러한 시험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본능적으로 지니게 된다. 

후기
그러나 부정적인 상황과 현실이 갖는 역설이 또한 그 반대급부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지식이란 총체적인 양적 접근으로도 가능하지만, 또한 경험을 통해 동일한 지식에 대한 점진적 접근도 가능하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온통 어른들의 거짓말로 점철된, 어린 시절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강요당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해답은 있는 것 같다. 그토록 스피노자가 부정하던 ‘자유의지’를 인간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위대한 신의 설계 속에 자리한 왜소한 인간이라는 부품의 의지이든 아니든, 최소한 현실 속의 나를 구현하는 삶의 주체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인 선택을 통해 일관된 원인을 구축해가면 삶의 모양들이 어느새 결과들로 바뀌어 갈 것이다. 결국 교육이란, 그게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그들이 그러한 선택이 지속적이고 일관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 해주는 것이며, 위와 같은 수능 지문들은 그 선택의 기회로써 앞으로도 끊임없이 세상에 문제화되어 나오게 될 것이다. 아주 역설적인 삶이 아닐 수 없지만 이 또한 부정적 감정들이 가져다주는 효용성일 것 같다.


일산 에이포인트영어학원 안정준 원장

031-905-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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