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굣길. 하루가 시작되는 설렘과 긴장을 안고 삼삼오오 학교로 오는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들려주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해솔초등학교(교장 이병옥) 오케스트라단원이 그들이다.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부비며 아름다운 연주를 완성시키는 해솔 오케스트라단을 만나본다.
학부모 재능기부로 오케스트라단 꾸려
해솔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은 한 학부모의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우연히 어떤 강연에서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생님들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고 학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학부모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피아노를 전공한 이지연(해솔 오케스트라 단장)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해솔초에 오케스트라단을 만들어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적다보니 개인주의적인 면이 다소 있는 것 같아요. 악기를 통해서 여럿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내면서 타인의 소리를 듣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만의 힘으로 꾸리기엔 벅찬 일이다. 먼저 이지연 단장은 함께 재능기부를 할 학부모를 찾아봤지만 클래식 악기를 가르치고 합주를 지도할 수 있는 학부모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분 중에 첼로합주단을 맡아 운영한 분이 계셔서 해솔초 학부모가 아닌 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게 됐어요.”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파트를 지도하면서 지휘를 맡은 윤정현씨(해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이지연씨의 열의에 감동해 재능기부에 동참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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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오디션으로 단원 선발해
이씨는 올 초 학교의 승인을 얻어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인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했다. 그 결과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을 연주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20명의 오케스트라단이 꾸려졌다. “처음에는 학생들 실력이 제각각이었어요. 악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학생도 있고, 몇 년씩 연습해 실력이 좋은 학생도 있었어요.”
해솔 오케스트라단은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50분간 합주 연습을 했다. 개인 일정이 바빠 전체가 모이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짜낸 방책이다. 이른 아침 시간에 모이는 게 쉽지 않지만 단원 전체가 모여 합주를 해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여름방학 때는 주 2회씩 모여 합주 연습을 했고, 다가오는 겨울방학 때는 날씨가 추워진 만큼 주 1회 모이되 연습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각종 교내외 행사에 축하공연 해
해솔 오케스트라단은 6개월 동안의 연습기간을 거쳐 지난 8월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시범공연을 시작했다. 9월에는 해솔초 ‘책 잔치 축제’에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아침 등굣길에 교내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 선율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또 10월에는 학교 인근 해솔도서관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공연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조금씩 무대를 넓혀가는 해솔 오케스트라단은 지난 12월 3일에는 운정행복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운정2동 가족음악회에서 오프닝 축하공연을 했다. 어린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은 청중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가올 17일에는 지혜의 숲에서 주최하고 고양문화원이 후원하는 바자회 행사에 오프닝 축하공연을 할 예정이다.
올 초 20명으로 시작된 해솔 오케스트라단은 현재 바이올린 7명, 플루트 7명, 첼로 3명으로 모두 17명이고 12월에 추가 단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개인적인 사정이나 졸업으로 단원이 줄어든 만큼 인원을 보충해 내년에는 더욱 활발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학부모들의 순수한 재능기부로 시작된 해솔 오케스트라단이 일회성 동아리로 끝나지 않고 해를 거듭하면서 해솔초등학교의 전통으로 남고 싶다고 이씨는 다부지게 말했다.
<미니인터뷰>
1. 이지연(운정2동) 단장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기 악기 소리를 크게 내거나 다른 악기 파트가 연습할 때 장난을 치곤했어요. 하지만 친구의 악기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하면서 자기 악기와 다른 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걸 배우게 됐어요. 아침 일찍 모이는 것은 어른인 저도 힘든데, 가끔 아이들이 저보다 먼저 와서 악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2. 송지윤(5학년)양
처음 오케스트라를 시작했을 때는 화음이 잘 안 맞았는데 계속 연습하면서 서로 맞추다보니 이제는 화음이 잘 맞아요. 학교에서 공연을 하니까 친구들이 너무 좋다며 다음 공연도 듣고 싶다고 말해줘서 기뻤어요. 공연을 위해서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지루할 때도 있지만 무대에서 공연을 끝내고 나면 뿌듯해요.
3. 김재국(4학년)군
아침 공연을 할 때는 솔직히 힘들었는데 듣는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그동안 노력했던 수고를 덜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큰 악기를 좋아해서 첼로를 배웠는데, 그동안 혼자서 독주만 연습하다가 오케스트라단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화음을 맞추며 합주 연습을 하니까 서로 친해져서 좋아요.
4. 홍정현(5학년)양
오케스트라 연습에 늦게 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연주 흐름이 끊길 때면 조금 속상했어요. 하지만 9개월째 연습하니까 실력이 많이 늘어서 이제는 실제 오케스트라처럼 화음이 잘 맞아요. 무대 위에 서면 떨리는데 객석에 있는 친구들이 박수를 쳐줘서 힘이 났어요. 앞으로는 더 큰 무대에도 서보고 싶어요.
5. 서예원(5학년)양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이 덜 깬 채로 악기 연습할 때도 있지만 연주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져요. 그러면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 돼요. 저는 방과후 수업에서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소리가 잘 안 났지만 계속 연습하니까 소리가 깔끔해졌어요. 플루트 소리가 잘 나오면 기분이 좋고 뿌듯해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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