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땅이 만나는 곳에는 점이지대(漸移地帶)가 있다. ‘점이지대’란 각기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지역과 지역사이에 두 지역의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지리적 범위를 말한다. 안산의 자연 생태계적 특성이 바로 그러하다.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것은 당연하다.
수암봉 계곡에서 서해 바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가진 우리 지역의 숨겨진 모습을 시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해안 최대의 공단이 자리 잡은 도시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오염’이라는 오해를 받는 안산의 생태계.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있는 작은 생명들을 찾아 나선 ‘시민탐사단’이 보내온 편지를 소개한다.
보물이 있었다
시민탐사단은 올 한 해를 지난 4월부터 시작되어 11월까지 안산 곳곳을 걸어 다니며 있는 동·식물들을 찾고 기록했다. 보통 3~5km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서로 이름을 찾으며 배우기도 한다.
시민탐사에 참여했던 김경애 회원은 “처음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고 따라다니기만 했다”며 “식물도감을 보며 이름을 찾고 또 작년에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선배들에게 배우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다녀온 건강한 자연사구 선창갯벌에서 그는 보물을 만난 기분이었다고 한다.
“칠면초와 해홍나물이 가득한 갯벌은 바다가 붉은 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식물이 자라기엔 극한 조건에서도 나름의 삶을 키워나가는 생명들이 잘 지켜야 할 보물처럼 느꼈다.”
우리만 알기엔 아깝고
시민탐사단을 안산나들길을 다니며 모니터링을 했고, 그 활동을 토대로 ‘시민탐사단이 보낸 편지’라는 작은 엽서를 작성했다.
두 장의 엽서 중 한 장은 해안산지 식생의 보고(寶庫) 마산 · 광덕산 · 칠보산을 탐사한 내용과 사진이 담기고 다른 한 장은 고잔습지 · 선감마을 수로 · 선창해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소개되고 있다.
시민탐사단과 함께 한 시화호생명지킴이 이희경 모니터링 팀장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동·식물의 신비한 모습들도 있었고 또 낯선 장소도 있었다. 우리는 안산의 아름다운 생태 환경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민탐사단이 보낸 편지’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시민탐사단 회원들은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접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서식지가 줄면서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한 보호종들이다. 해발 230여 미터 나즈막한 칠보산에는 칠보치마나 덩굴박주가리 들 희귀한 식물이 살아가는 장소이다. 주변에 논이 있어 이른 봄에는 두꺼비가 산란을 하러 온다. 최근 칠보산을 끼고 대규모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끈끈이주걱이나 해오라비난초 등 습지식물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서위해안에서 만난 단풍잎 돼지풀은 자칫 주변의 식물이 자라지 못할 정도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이다. 시기가 지나기 전에 뽑아야 안전한 것이다.
이 팀장은 “우리 지역에 더 많은 시민탐사단이 만들어져서 소중한 우리 생태 환경을 알리고 지키는 일이 퍼져나가길 기대한다”며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소개한 한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를 소개했다.
“사랑하며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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