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있는 성남 밴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동호회원들을 찾아 나선 날.
내비게이션과의 불통으로 한참을 헤맨 후 들어선 연습실에 울려 퍼지는 트롬본과 색소폰, 아코디언과 타악기가 어울린
신나는 연주는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점점 고조되는 연주는 어느새 근심과 짜증을 내려놓고 발을 까닥거리며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연습실 가득 채워진 관현악기들의 환상적인 어울림으로 묘한 떨림을 선사하는 ‘성남 뮤젤 밴드’.
그들의 하모니는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풍성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음악을 즐기는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몸소 확인시켜준다.
서로의 악기에 귀 기울여 완성하는 원숙한 연주 실력은 저절로 소리 높여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뮤직 엔젤’, 음악으로 사랑을 실천하다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난해 7월 결성한 ‘성남 뮤젤 밴드’. 최융해 단장(75세·분당구 서현동)은 음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연주로 사랑을 전하기 위해 모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동호회를 소개한다.
실제 회원들은 따로 시간을 내 요양원, 복지관, 병원을 비롯해 각종 기관들과 교회 등에서 연주 봉사를 한다. 게다가 최근, 그들의 실력이 알려지며 대구, 부산, 진주 등 지방 공연도 다녀온다고 최 단장은 말한다. 함께 다니는 연주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한복씨(59세ㆍ광주시 오포)는 오디오와 비디오 등 각종 시설이 갖춰진 차량을 뜻 깊게 사용할 수 있어 좋고 한바탕 연주를 하고나면 오히려 좋은 에너지가 생긴다고 답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황규동씨(65세·분당구 궁내동) 또한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연습하는 것은 힘들지만 한 곡 한 곡 열심히 연습해 연주한 후에 보내주는 관객들의 박수는 지난 어려움을 모두 잊게 해주는 보람을 선사한다고 덧붙인다.
음악이 좋아 모인 회원들,
꾸준한 연습으로 수준급 실력 자랑해
이곳 회원들 대부분은 취미로 악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음악이 좋아 열심히 연습해 오늘 날의 실력을 완성하게 된 연습벌레들이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배종환씨(65세·중원구 은행동)는 “밴드는 색소폰 동호회와 다른 재미가 있어요. 트롬본과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와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타악기로 연주되는 밴드 연주는 악보부터 다릅니다. 모든 악기가 같은 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밴드만을 위한 편곡에 맞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금관악기가 주축이 된 ‘뮤젤 밴드’ 음악의 특징을 설명했다.
혼자 연주할 때는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정확하게 소리를 내야하는 연주를 위해서는 정기 연습 외에 개인 연습은 필수.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의 정기 연습 외에도 매일같이 시간을 따로 내 개인 기량을 갈고닦는다고 한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멋진 색소폰 소리를 들려주는 이철씨(65세·수정구 신흥동)는 회원들이 꼽는 연습벌레다. 멋모르고 덜컥 시작한 아코디언과 행복한 씨름을 하고 있다는 황규동씨는 색소폰보다 조금 더 쉬울 것 같은 생각에 아코디언을 시작했는데 오른손은 멜로디를 치고 왼손은 베이스를 쳐야 해서 생각보다 무척 힘들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느라 굳어버린 손가락이 정년 후 시작된 음악 활동을 방해하지만 연습으로 조금씩 이겨나가고 있다며 웃는다.
틈틈이 자신들의 연주 실력을 연마하며 서로의 소리를 맞춰 신나는 음악을 완성하는 동호회원들. 그들의 연주 실력은 결성된 지 3개월 만에 참가한 ‘2015 경기도 재능 나눔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대단하다.
인생 뭐 있나?
좋은 사람들과 즐기면 그만이지
동호회 회장인 김수민씨(76세·중원구 상대원동)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도 즐겁지만 연습 후에 이어지는 시간이 더욱 기대된다고 털어 놓는다. 타악기를 맡은 그는 때로는 틀리기도 하지만 잘했다고 격려해주는 회원들이 있어 연습에 빠질 수 없다고 한다. 막내인 이한복씨 또한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인지 뒤풀이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형님”이라고 부르게 된다며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나이 차는 잊게 된다고 덧붙인다.
그들에게 ‘뮤젤 밴드’는 정년 후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생활하느라 잊고 살았던 열정을 되돌려 주고, 누구보다 슬기롭게 노년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준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연주로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즐겁다는 ‘성남 뮤젤 밴드’회원들. 그들의 인생이 묻어나는 연주는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며 오후 내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문의 010-3290-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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