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에는 사물을 셀 때 손가락을 사용한다. 손가락은 수를 세는 가장 기초적이며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1에서 5까지의 수를 제대로 센다면 양 손가락을 이용하여 6~10까지도 확장하게 된다. 1에서 10 사이의 수 안에서 덧셈을 한다면, 손가락만큼 이해하기 쉽고 좋은 도구도 없다.
10이 넘어가는 셈을 익힐 때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5+6을 알려준다고 보면, 아이가 10까지 센 다음 손가락 하나가 부족함을 느끼고 엄마의 손가락을 접어 11을 센다. 물론, 10 이후의 수를 모두 배웠다는 가정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와 수업을 하다가 10 이후에 온몸을 꿈틀대던 친구가 있었는데, 발가락을 동원하여 20까지 세더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손가락으로 수 세기는 언제까지 허용해야만 할까? 사실 나는 대학교에서 시험 볼 때에도 손가락의 도움을 받았었던 것 같다. 아이들처럼 하나하나 접어가며 세진 않았어도 6+7을 더하여 받아올림이 필요할 때에는 어김없이 손가락을 사용했다. 손가락은 나에게 오랜 시간 도움을 주었고, 만약 사고력 수학을 본업으로 삼지 않았다면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는 수 가르기에 있었다. 수학은 이해하는 학문이고, 암기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6+9는 완벽하게 이해가 되어 15가 즉각적으로 나오지만, 6+7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해는 되지만 6+7=13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는 싫고…. 이런 생각은 몇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고, 손가락은 20살을 넘어 성인이 되어서도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사고력 수학을 하며 수 가르기를 완벽하게 깨우친 이후에 자연스레 손가락의 도움은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수를 세어 정확하게 답만 맞출 수 있다면 굳이 말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다. 6살이던 2학년이건 ‘우리 아이는 아직도 손가락으로 수를 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이가 몇 살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난 성인일 때도 손가락으로 수를 셌다. 손가락으로 세서 정답만 정확하게 맞힌다면 아이에게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수 가르기와 모으기에 대한 차분하고 정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고력수학 시매쓰 불당센터
박성헌 초등수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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