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생활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생활 그림을 뜻한다. 주로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한 실용적인 그림이었는데, 도화서에 소속된 화원들도 민화를 그렸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특히 유행했으며 병풍이나 족자로 만들어 사용하곤 했다.
“민화는 본래 행복을 부르고 희망하는 것을 기원하는 그림이에요. 우리 민족의 바람이 가장 잘 나타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민화에 푹 빠진 권순주(58) 작가가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권 작가의 작품은 민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정교하면서 깔끔하고 뚜렷한 색이 인상적인 그림들이다. 조심스런 세필 붓이 지나간 자리는 그림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케 하고도 남았다.
권순주 작가
행복을 부르는 그림 그리며 행복 느껴
그림은 어릴 때부터 꿈꿔 온 갈망이었다. 탁월한 그림솜씨를 지닌 언니 오빠조차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온 권 작가는 감히 미술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중등교원으로 명예퇴직을 하고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살아온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우연찮게 민화를 접하게 됐다. 놀랍게도 민화는 권 작가의 성격과 세심한 작업 스타일이 꼭 맞았다.
민화를 그리는 선조들의 마음이 그랬을까. “민화를 그리면서부터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어요.” 권 작가의 갈망은 민화를 접하고 나서부터 오아시스를 만난 듯 싹 풀렸다. 초고도 집중을 하게 되고 민화를 그릴 때는 무념무상의 순간으로 들어가곤 했다.
홍초도, 일월오봉도, 책가도
가장 한국적인 그림, 민화
권순주 작가는 그림의 장르를 이리저리 굳이 나누는 것보다 그림으로 감상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민화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민화는 가장 한국적인 색채를 지닌 그림이에요. 외국인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서슴없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민화랍니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동양화 산수화는 다 있다. 민화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정서가 결합된 그림이다. 전통적인 오방색을 기초로 서민들의 꿈 소망 염원 이상을 표현했으며 음양오행의 원리가 담겨있다. 해와 달이 동시에 있거나 실재하지 않는 동물을 그리는 등 사실화가 아닌 이상을 그린 민화도 있다. 권 작가는 “민화는 현대미술의 초현실주의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민 예술의 전통은 일제강점기 때 말살되다시피 했다. 민화의 채색재료로 분채 석채 등을 사용했는데, 6.25를 겪으며 채색재료 생산은 거의 맥이 끊겼고 서양문물이 우위를 독점하며 사라지는 위기를 맞았다.
권 작가는 “현재 대부분의 민화 채색재료는 일본 제품을 수입해 쓴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래서 분채를 자제하고 한국화 물감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카페 아르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
넓고 화려한 전시관보다 차 한 잔의 여유 나누는 공간이 좋아
이번 전시는 보다 따뜻한 정감을 주는 기복민화 위주로 전시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꽃 작품도 많다. 그의 작품은 특히 색감이 깨끗하고 곱다. 총 23점을 전시한다.
권 작가는 전시공간으로 카페 아르크를 택했다. 지난 10월 발달장애 청년들의 손자수 전시회 바림전 때 민화그림으로 밑그림을 그려준 인연도 있거니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편안히 앉아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권 작가는 민화의 소재를 넓혀 더욱 다양한 바탕에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지난 전시 때 점토판에 민화를 그렸더니 관객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고. 이번 전시에서도 헝겊에 오일 페인팅으로 민화를 그린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소재의 독특함과 어우러져 민화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난다.
민화를 배우기 시작한 게 공교롭게도 미국에 있을 때였다. 권 작가는 그때 느꼈다. 우리 민화는 미국의 여느 가정에 걸어두어도 무척 잘 어울린다는 것을. 우리전통 민화의 힘을 실감한 것이다.
“민화는 마음을 정화하고 평온하게 만드는 그림이에요. 보기보다 어렵지 않고 재밌어요. 세밀한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답니다.”
민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전통민화 강좌를 찾으면 된다. 권순주 작가의 세심한 지도를 받으며 민화를 배울 수 있다.
■ 제3회 권순주 개인전 - 민화에게 듣다
전시기간 : 12월 17일(토)까지, 일요일 휴관
전시장소 : 카페 아르크(천안시 나사렛대길 22-4)
전시문의 : 010-9411-7740
작업실 : 천안시 서북구 월봉 7길 494(효명리치빌 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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