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이라 불릴 만큼 국어영역 시험이 어려웠다고들 한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등급 변별력이 있는 시험은 우선 환영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에게 형평성이 있게 출제된 시험이었는가 하는 점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규 교육과정은 교육부에서 제시한 검인정 교과서의 가이드라인인 국어과목 성취기준을 말한다. 물론 시험이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의 해석이 가능하지만 학생입장에서 냉정히 보면 지문 연계율과 문제유형 연계율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또한 EBS 연계성을 높인다고는 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그 이유는 수능 국어영역 시험이란 근본적으로 읽기와 어휘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 국어영역 시험에 반영된 글자수는 57,500자이다. 국어영역 시험이 80분 동안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1분당 적어도 718자를 읽어내야 한다. 전체적으로 사용된 단어의 수는 18,800개이고 문장으로 보면 2,700줄의 문장을 읽어내야 했다. 우리는 좀 더 국어영역 시험지를 분석적이고 현실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수험생들은 교과서와 EBS만 따라가기에도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더군다나 학생부 전형이 확대되면서 내신을 잡기도 수월치 않아졌다. 이런 현실에서 국어공부의 근본 문제를 고민할 여유조차 허락지 않는 것이다.
수능만이 아니라 학종전형으로 변별력이 높아진 내신 국어영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국어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휘력과 독해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고민해 보지 않는다. 이번 수능에 출제된 어휘를 몇 가지만 살펴보자. ‘섬유소와 비섬유소/셀룰로스/반추동물/반추위/숙신산/젖산/대사산물/산성증/산정/비대칭성/고지의무/상법/청약/상응/기댓값/해지권’ 등은 이번 수능 2개 비문학 지문에 활용된 단어들이다. 1~2개를 제외하면 전문적인 용어들로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단어들이 아니다. 그래서 어휘추론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단어들은 물론 맥락으로 추리하고 경험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유의어나 예시 등으로 대치하여 독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1분에 700글자 이상을 읽어내야 하는 시험에서 제대로 문장을 읽어내고 주제를 도출하여 주요정보를 정리한 후에 대입해야 하는 수능에서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원천 한자어 1,800자에 대한 음독추론 훈련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원천 한자어 1,800자를 활용빈도수에 따라 의미 추론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면 누구든 12주면 독해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스터디 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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