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능이 끝났다. 작년과 비교할 때 난이도는 다소 높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번 수능을 불수능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과의 경우 2개 틀린 학생까지는 1등급, 3개 틀리면 2등급으로 예측되고 있으므로 오히려 적절한 난이도라고 해야 할 것이며, 문과의 경우 3개 틀리면 1등급, 4개 틀리면 2등급으로 불수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은 수능 출제당국이 ‘교과서의 기본개념과 원리’를 익힌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은 출제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험생의 체감난이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수능 출제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수험생이 ‘출제방향’과 맞지 않는 학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능 시험은 철저하게 교과서를 근거로 출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수능에서 난이도가 높았다고 평가되는 모든 문항은 교과서에 서술된 기본개념과 공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럴 때만 가장 간명하고 명쾌하게 문제가 해결된다. 간단히 말해서 수능 출제당국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2등급을 결정하는 문항까지는 수험생도 출제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2등급을 결정하는 문항까지는 해당 문항을 틀린 경우라면 수험생 자신이 성실하게 학습하지 않은 경우이거나 아는 것을 실수로 틀렸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는 교과서를 학습의 기준으로 삼고 열심히 공부하면 해결된다. 특별한 학습의 방향이나 방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역시 교과서를 학습의 기준으로 삼아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풀 수 있는 문항을 틀리고 있다면 아는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다시 말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또는 중요하지 않은 잡스러운 내용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즉 교과서의 수준과 범위를 뛰어 넘는 학습은 2등급을 결정하는 문항까지는 문제 해결에 필요 없거나 생각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틀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1등급, 또는 그 이상을 위해서 맞혀야 하는 문항은? 수험생이 체감난이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이런 문항을 해결하는데 교과서의 수준과 범위를 뛰어 넘어서 공부한 내용이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체감난이도가 높은 불수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능은 시험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이 언제나 ‘새로운 유형’이 출제된다는 것이다. 특히 체감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시험일 수록 이런 문항의 수는 당연히 증가한다. 그리고 이런 문항은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학교 시험이라면 모를까, 수능에서는 출제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유형별 풀이 방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수능 문제의 출제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시중에 이미 존재하는 문제와 유사한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유형에 강해지는 방법은? 그렇다. 교과서에 ‘있는’ 기본개념과 공식을 이용하여 교과서에 ‘없는’ 여러 난이도의 문제를 풀면서 공부하고 훈련하면 된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교과서에 없는 문제를 교과서에 없는 수준으로 유형을 세분화하고, 유형별로 해결방법을 익히는 학습을 하고 있다. 당연하게 신유형의 문제를 풀어보는 학습이 전무하고, 2등급을 결정하는 문항까지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높은 난이도의 문항은 그것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철저하게 교과서를 기준으로, 출제당국이 밝히는 출제원칙과 방향을 따르면서 공부하고 훈련하는 것. 오로지 이것만이 수능을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이 실제 학생이 처한 여러 학습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출제당국의 ‘갑질’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것을 감내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수능 학습의 정도임을 2017 수능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정스터디 수학
이정환 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