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가기 바쁜 아이들과 시간조차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과 각종 신조어로 부모와 자녀 간 대화는 단절되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아이와 대화라도 시도할라치면 핀잔이 먼저 날아온다. 이런 가정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강좌가 마련됐다. 바로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소통교실‘이다.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현장을 찾았다.
通하는 가족이 행복하다
지난 11월 9일 오전 10시 양천구평생학습관 3층 배움나눔학당, 사춘기 자녀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부모를 위한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소통교실’ 수업이 열리는 날이다.
이날은 한국NVC(비폭력대화센터)에서 나온 이경아 강사가 '비폭력 대화'란 무엇이며, 공감하고 마음으로 듣는 법은 어떤 것인지를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이경아 강사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비폭력대화 4단계를 통해 부모 자녀와 모든 인간관계 상호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시간”이라며 “아이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학부모에게 비폭력적인 대화법은 자녀들과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의했다. 강의가 끝난 후 토론 시간에는 강요, 비난, 모욕, 비교하는 말, 꼬리표 붙이기, 책임을 부인하는 말, 분석 진단하는 말을 찾아보기도 하며 현재를 분석 진단하며 발전방향을 모색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만의 자녀 소통법 만들기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소통교실은 2014년 서울시 하반기 부모커뮤니티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참부모소통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시작한 참부모소통학교는 ‘사춘기 자녀와 참 소통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독서토론, 작가와의 만남, 강연, 연극관람, 마주 이야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후 양천구가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면서 교육 사업으로 ‘학부모 인문학아카데미’와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소통교실’로 이어졌다.
‘학부모 인문학아카데미’에서는 교육선진국인 핀란드, 덴마크의 교육 이야기와 교육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마을이 함께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아동청소년의 뇌 속 비밀과 아이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고, 부모와 아이의 소통법을 배운다.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소통교실’은 사춘기 청소년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부모와 갈등문제 등을 이해하고 미술활동, 글쓰기, 가족대화법을 실습해보면서 자신만의 자녀 소통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통교실 초점 ‘부모의 마음’
수업은 지난 9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양천구평생학습관 3층 배움나눔학당에서 시작됐다. 총 11회 차로 자녀와 대화 단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대화, 소통, 공감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바람직한 가정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마련됐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도 다양화됐다. 처음엔 자녀와의 대화를 실제로 시연하는 ‘드라마 치료’도 시도했다. 직접 자녀의 입장이 돼 연기를 펼치며 부모 스스로 효능감도 높이고 자녀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나 호불호가 갈리면서 올해 소통교실의 초점을 ‘부모의 마음’에 맞췄다.
“그간 자녀 소통 관련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부모들의 태도변화만을 요구했다면, 이번 소통교실의 핵심은 부모님들에게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고 치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며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것이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여자들은 총 11회로 진행되는 소통교실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미술치료 ▲마음의 치유 책 속에 길이 있다▲비폭력 대화란 무엇인가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교육에 참여한 김현정씨는 “그동안 아이에게 자신의 시각에서 말하고 아이를 바라봤고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며 “아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대화법을 배우고 나서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말랑말랑해졌다”고 전한다. 최은희씨는 “평상시 찌들었던 삶이 일주일간의 다른 주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들으면서 힐링하게 된다”며 “일주일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 전한다.
미니 인터뷰
한규옥씨
“아이와의 대화가 길어졌어요”
“총 11회차 강좌가 좀 길기도 하고 공감 가는 강좌도 있었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평소 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 질문을 던지면 ‘네, 아니요, 몰라요’라고만 대답을 했는데 마음을 열고 느낌을 이야기하면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김지영씨
“소통교실 코디로 참여해요”
“행복한 소통교실에서 코디로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하반기에 커리큘럼을 계획할 때 학부모와 아이 엄마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이 반영돼 그대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강사님 소개와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소통교실 단톡방을 운영하면서 참가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이경언씨
“대화법 더 연습하고 싶어요”
“강의를 듣고 가장 많이 변화된 점은 아이들과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고 내가 원하는 의도를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어요. 대화법을 배운 다음 그 시간에 써보고 싶은데 과정이 짧아서 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테이블마다 선생님이 와서 질문법을 좀 더 길게 지도해주면 더 좋겠습니다.”
방미혜씨
“실천하는 거 아직 어려워요”
“요즘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강의 내용이 특별하거나 모르는 것을 배우는 건 아닙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주기적으로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시 잡고 내 기준이 아니라 중립된 자세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도록 아이와의 소통을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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