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증후군이란 사전에 없는 단어다. 그래서 이 칼럼의 제목을 보고서 이런 단어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분도 계실 것이라 믿는다. 이 조어의 배경에는 필자의 학원 강사, 나아가 학원 원장으로서의 오랜 경험과 관찰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이 가장 심하고, 갈수록 증상이 완화되기는 하나 치유 불가능한 케이스도 여럿 보아왔다. 그렇다면, 이 숙제증후군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학원 숙제가 야기시키는 학습장애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작년에 필자의 조카를 관찰해 본 결과(당시 초5), 학원가는 시간보다 학원에서 내주는 각종 온라인 과제물과 오프라인 과제물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것을 보는 부모는 뿌듯해했고, 학원에서의 각종 평가도 나무랄 데가 없다는 게 누님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는 과제물의 내용을 한번 넌지시 물어보았다. 대답을 들은 후, 바로 중고등 전문학원인 필자가 운영하는 학원으로 데려와 버렸다. 숙제를 빨리 끝내야 자유를 얻는 구조 하에서 숙제는 학습의 연장이 아니라 후딱 해치워야 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원숙제가 야기시키는 학습장애를 해결해야
아이들의 숙제를 빨리 끝내야 하는 압박감은 숙제의 내용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조금만 길어지고, 서로 다른 개념의 혼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라는 투정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학원 클래스의 정원이 6명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태를 불구경할 수밖에 없다. 조카를 데려온 지 1년째 되어가는 지금 투정사태는 사라졌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훈련이 쌓아지자, 공부를 재밌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습의 과정은 성취욕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숙제 부과는 성취욕에 이르는 시스템을 파괴하고, 학습의 과정을 농단하게 된다. 그렇다고 숙제 부과가 없으면 부모는 학원을 의심하게 되고, 학원은 상인의 생래적 속성 때문에 부득불 타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숙제 외에도 부모님의 의심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자율적인 공부를 유도하되, 학습의 내용에 대한 다각적 평가를 학원 자체에서 끊임없이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강의실도 많이 필요하고, 선생님도 많이 필요하고, 그 만큼의 관리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물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의 결단이 있어야 하고, 그 운영자가 실제로 학창시절 또는 학원운영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인 것들이어야 한다.
과도한 숙제 없이도 성적향상 가능해
3년째 되는 필자의 학원은 그간 200% 이상 성장했다. 이는 선순환 구조를 도입해 숙제증후군을 타파한 결과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뜻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들과의 갈등도 많았고, 심지어 학생들조차 숙제를 많이 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학원 운영이 어려워질 때도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과도한 숙제 부과 없이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자 의심은 믿음으로 바뀌었고, 학원은 단순히 시간 때우는 곳이 아닌 학습의 장으로 변모했다. 꼬박 2년 이상이 걸린 노작물인 것이다.
예비고1은 삶의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숙제증후군에 또 허덕이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낼 것인지, 병적 증상을 치유해 가면서 새로운 학습 과정의 모멘텀을 구축할 지는 적어도 지금 시기에는 학생보다는 학부모의 결정이 중요한 시기다. 변화의 시기에 좋은 결정을 내리시기를 잠실의 부모님들께 권하고 싶다.
명건일 원장
쿠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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