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정호승
펴낸 곳 해냄
가격 14,800원
“벽을 벽으로만 보면 문은 보이지 않는다. 가능한 일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결국 벽이 보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보면 결국 문이 보인다. 벽 속에 문을 보는 눈만 있으면 누구의 벽이든 문이 될 수 있다. 그 문이 굳이 클 필요는 없다.”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간
한 해 한 해 지나며 기성세대임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은 한 가지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지나온 세월로 생긴 연륜이라고 위로해보지만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시선이 부러우며 나이를 느끼는 것은 비단 계절 탓만은 아닐 것이다. 쉽게 읽혀지면서도 잔잔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호승 작가. 시인으로 등단한 작가의 산문들은 주변의 사건과 사물에서 저자가 느끼는 의미들을 깔끔하고 담백한 필체로 덤덤히 풀어내고 있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청년 세대들에게 인생의 쓴맛부터 먼저 맛보는 것이 당연하다며 오늘 그들이 맛본 쓴맛이 내일 맛볼 단맛을 보장한다는 조용한 위로와 응원부터 자기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며 자기를 속이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향상을 도모하라는 날카로운 이야기, 아파트 앞에 놓인 소나무를 통해 내가 있기에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는 글들은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일상을 다시금 바라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인생을 위하여 항상 마라토너처럼 달릴 필요는 없다며 조금은 느릿하게 여유를 즐기라고 말해주는 위로와 공간의 분리를 상징하는 벽이 생각에 따라 새로운 문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주변을 새롭게 돌아볼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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