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진행 하면서 학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인 것 같다. 공부하는 방법을 거론하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걸 보면 공부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하느냐 안하느냐의 논란은 더 이상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과목별 학습 전략이 난무하고 있고, 공부 방법을 강의하는 세미나는 점점 더 상업화 되면서 학습 전략 매니지먼트 강사들이 나타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필자는 강하게 반발한다. 물론 효율적인 학습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효율적인 학습법을 제시하는 강사들의 방법이 틀렸다가 아니라 그 강사 자신이 터득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에 불과하다. 다만 세미나 중 공부를 잘하는 특별한 비법, 비결에 대한 궁금증을 사람들에게 유발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필자가 권장하는 학습 방법은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고 아이들 스스로 진지한 태도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그 방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공부법은 스스로 ‘터득’되는 것이다. 공부법은 네비게이션이 제시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최선’이라는 단어의 의미
‘최선’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매우 추상적이며 함부로 거론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최선’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이 전에 몸에서 고통을 먼저 느낀다. 그러기에 내 자녀에게는 내가 평생 동안 최선을 다해왔던 그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한다. ‘최선’은 여러 번 넘어지고 좌절하고 한계를 느끼게 하고 절벽 앞으로 몰아세우고 우리들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짓밟아 놓기도 한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비극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스스로에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결코 쉽게 말할 수 없는 아름답지 않은 단어 ‘최선’의 순간들이다. 이런 과정들을 무시한 채 얄팍하게 이런 저런 공부 비법을 찾아 헤매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공부처럼 정직한 일이 세상에 별로 없다. 절망적인가, 희망적인가
나는 이런 학생들을 기다린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다 보면 매순간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며, 힘들고 지쳐서 응급실도 갈 수 있는, ‘최선’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될 그런 학생을 기다린다. 열두 시간 열네 시간을 공부하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라는 반발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학생을 기다린다.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 스스로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두 팔 걷어 부치고 함께 손잡고 갈 학생을 기다린다. 칼날같은 비바람의 생채기에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리는 영하 추위의 위엄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끝까지 ‘최선’으로 버티어 낸다면 반드시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해본 사람' 과 '해보지 못한 사람'의 의식 수준은 하늘과 땅이다
공부 방법을 들려준다고, 듣는다고 터득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렵지 않다. 효과적인,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외부에서 수혈 받으려고 하지 말고 자생적으로 생성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속는 말 중 하나가 “선생님 앞으로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상담하면서 맺는 마지막 결론이자 새로운 의지와 각오를 나타내는 처음과도 같은 말이다. 그런데 그 뒤에 공부를 안 한다. 과연 그 학생은 거짓말을 한 것일까? 분명 간절한 의지표명은 했지만 문제는 행동으로서 나타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바로 오래된 ‘습관’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말로 ‘동기 부여’를 해도 어림없고 매일 같이 잔소리와 각종 ‘시스템’을 운운해도 안 된다. 해본적도 없고 설령 시작을 한다 해도 3일도 못해 낼뿐더러 여러 가지 핑계거리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데 바쁘다. 결국 이렇게 각오를 다졌어도 공부해 본 적이 없고, 공부해도 모르는 것에 눌려 급기야 포기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을 알기에 다가오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한 번 ‘해낸 경험’을 만들어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미리부터 계획하고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는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김수미 원장
그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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