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중간시험이 지나자마자 벌써 기말시험을 준비해야 할 때가 멀지 않았습니다. 국어의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초조하고 불안한 시기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뻔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꾸준한 노력만이 최선이라는 충고입니다. 단,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모자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뜬 구름 같은 소리로 들릴까봐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고 1학년생으로 중3 때부터 한결학원을 다녔던 학생이 있습니다. 영수는 괜찮은데 국어가 문제여서 고민이 많다는 전형적인 이과 성향의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은 대부분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온다는 고민을 호소합니다. 왜 안 나오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면 국어를 공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독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휘력도 약한데 평소 별다른 준비나 노력을 하지 않다가 시험 때만 집중적으로, 닥치는 대로 많은 문제만 풀다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태도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노력’이라고 포장하거나 착각하는 것이죠.
저는 그 학생에게 일단 학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국어의 기초가 약한 학생들은 무엇보다 선생이 지도하는 대로 꾸준하게 따라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학생은 성실한데다 공부에 대한 의욕도 꽤 있는 편이어서 시키는 대로 약 3개월 동안 성실하게, 충실하게 학원 프로그램을 따라 왔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처음으로 90점 중반을 넘겨 국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학원에서 아주 힘든 겨울방학 예비고1 100일 과정을 소화하고 나서 고1 첫 모의고사에서 가뿐하게 1등급을 받았습니다. 학생 자신은 물론 그간 반신반의했던 학부모님도 한껏 고무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두 번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이제 문제 없다라고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모의고사는 말대로 모의고사인 만큼 별 의미를 두지 말고 우선 학교 수업에 충실하라고. 특히 내신은 학교 수업에 조금이라도 불성실할 경우 대책이 없다고.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점차 방심하는 기색이 눈에 띄었습니다. 과제 수행도 예전 같지 않고 수업 집중도마저 떨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고사에서 놀랍게도(?) 70점대가 나온 거죠. 다른 학교에 비해 시험이 좀 어렵긴 했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점수였습니다. 본인도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기말고사 때 최대한 만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끊임없이 격려하고 다독였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괜찮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라고. 시간이 좀 흐르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예전대로, 아니 더욱 수업에 집중하고 과제도 정말 충실하게 해 왔습니다. 기말고사 결과는 제 예상대로였습니다. 보기 좋게 만점을 받은 겁니다. 다만 중간고사 때 너무 점수를 까먹어서 불과 1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1등급을 놓쳤다는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간의 실수를 통해 깨달은 바에 비하면 그 정도는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이 사례에서 얻은 깨달음을 저는 이 한 마디로 정리하겠습니다.
국어에 자신감이 지나치게 없는 학생이든,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 자만하는 학생이든 공통점은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타성에 빠져 결국 시험에서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어에 자신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선생을 믿고 성실하게 따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공부와 시험에 임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습니다.
이호 선생
한결국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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