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살아있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멋들어지게 지어진 공연장만 있다고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란 멋진 무대와 무대를 채우는 공연 팀 그리고 그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넘쳐나는 도시 아닐까.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이웃으로 남아 무대를 채워주는 전문예술단체들을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고뇌와 땀방울 덕분에 무대와 광장이 볼거리로 넘쳐나고 무료했던 시간에 감동과 즐거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전통 가락에 담긴 공동체 문화 우리가 지킨다
97년 결성 매년 정기공연과 활발한 교육활동 펼쳐
전통 사물놀이 공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풍물마당 터주’는 1997년에 결성됐다. 사물놀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낸 원년멤버 이광수 선생의 ‘민족음악원 안산지부’로 출발한 풍물마당 터주는 한양대학교 풍물패 출신 단원들이 이끌어 오다가 지금은 국악을 전공한 젊은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록구 이동에 자리한 풍물마당 터주의 연습실. 방음시설을 갖춘 크고 작은 연습실과 사무실로 꾸며진 공간에서 차도열 대표와 함주명 공연단장을 만났다.
안산 사람 흥이 담긴 전통가락 보존에 앞장
20년 전통을 이어가는 풍물마당 터주에는 5명이 활동 중이다. 차도열 대표는 터주의 원년 멤버. “직장을 다니다가 우연히 사물놀이를 배웠는데 참 재밌더라고.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두고 이것(사물)만 했죠. 재미있고 좋아해서 하는 일이지 그거 없었으면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차 대표.
풍물마당 터주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안산의 전통 가락을 계승하는 일이다. 천년 고도 안산에는 안산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가락이 남아 있다. 단원구 와동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와리 풍물놀이’와 초지동 둔배미 마을에서 전승되어 온 ‘둔배미 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함주명 공연단장은 “안산지역의 풍물놀이는 경기 충청도 웃다리 풍물의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당잽이 가락이나 진풀이 가락 등 안산 풍물 가락만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어 보존하고 전승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예전엔 마을마다 지역마다 그 색깔이 달랐지만 요즘은 워낙 교류가 활발해 지역의 전통색이 희미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20회 정기 공연, 전통 가락 잇는 ‘맥’
터주는 잊혀져가는 안산의 가락을 오래도록 전승하기 위해 20회 정기 공연에 와리풍물 판굿을 올릴 예정이다. 11월 13일 예술의 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진행되는 정기공연은 매년 정기공연의 레퍼토리인 사물놀이 공연과 함께 와리풍물 판굿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옛것을 잇는다는 의미로 공연 제목도 ‘맥(脈)’으로 정했다. 사물놀이가 앉은반 연주인데 비해 판굿은 치배들이 악기를 메고 상모놀음과 진풀이를 펼치는 역동적인 공연이다.
함 단장은 “사물놀이는 평소 공연시간보다 줄이고 대신 전문연주자 30여명이 와리풍물 판굿을 공연할 예정이다. 와동풍물은 모든 연주자들이 나비상모를 쓰고 연주했는데 이날 공연도 모든 연주자가 상모와 전통 복장을 갖춘 판굿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물마당 터주에서는 일반인과 학생들을 상대로 다양한 교육활동도 진행 중이다. 풍물 동호회를 꾸려 배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매주 풍물교실도 운영 중이다. 매년 회원들의 기량을 뽐내는 회원 정기발표회도 진행한다.
안산시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면서 풍물마당 터주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몇 몇 학교에서 문화예술 교육중 하나로 풍물교육을 선택해 2학기부터 단원들이 지도하고 있다. 1990년대 안산지역 모든 초등학교가 와리 풍물을 배우던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나마 전통 음악을 접할 기회라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사회적 기업 전환 추진, 젊은 예술가 취업 기회 제공
풍물마당 터주는 전문공연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국악을 전공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해 주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던 사업이다. 예술가란 배고픈 직업이긴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특히 국악 연주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차 대표는 “학생들을 가르치려 학교에 가면 ‘이거 하면 돈 많이 벌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아이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언제부터 돈이라는 게 아이들 인생에서 이렇게 큰 의미였었나 싶기도 하고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해 줄 수 없는 현실도 안타깝죠” 라고 말한다. 학교에는 국악을 가르치는 교사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10년 이상 풍물만 치고 살아온 터주 단원들에 후회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터주 풍물 교육시간
어린이반 : 월요일 오후 5시
성인반 : 초급반 화요일 오후 3시,
중급반 화요일 오후 8시
문의 : 031-494-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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