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1회 생태교통 페스티벌 ‘친환경 교통체험’으로 ‘차 없는 마을’의 성공적인 롤 모델이 된 수원은 이후에도 행궁동을 시작으로 현재 10개 지역에서 생태교통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차량운행 제한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참여로 매월 1회, 차 없는 거리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곳에선 어떤 모습이, 어떤 변화가 펼쳐지고 있을까. ‘차 없는 날’의 다양한 풍경을 담았다.
#24일 토요일 오후, 정자3동 현대코오롱아파트 정문~동신초등학교 정문 앞 200여 미터의 도로는 자동차 대신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도로를 점유한 채 신나게 인라인스케이트며 이색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거칠 것이 없어보였다. 한쪽에선 에어 바운스 놀이터가 바쁘게 돌아가고 오후의 거리 문화공연은 흘러간 가요 메들리로 흥겨운 시작을 알렸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아마추어 가수, 주민센터 동아리 연주, 태권도학원의 태권도 시범 등 주변의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공연이 계속됐다.
선착순으로 자리 잡고 앉은 70동 정도의 벼룩시장 부스는 오후쯤 되니 하나둘씩 빈자리가 드러났다. 철수 준비를 하던 동네주민 김지현씨는 “오전에 일찍 안 나오면 자리가 없다. 몇 번 벼룩시장에 참여했는데 이참에 물건도 정리하고 필요한 사람과 나누다 보니 정도 느껴지고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차 없는 거리로 인한 소음에 대해선 “하루 정도인데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도로에서 차 걱정 없이 실컷 뛰어 놀겠냐”면서 행사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현대코오롱아파트 차승호 관리소장은 “차 없는 거리 운영과 관련해 주민의견을 수렴했는데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다. 소음이나 차량 통제 시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행사를 기다리는 분들도 많고 인근 아파트에서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운영되는 차 없는 거리는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이 변화되는데 한참 더웠던 지난여름엔 워터슬라이드 수영장을 운영했고 도농직거래장터, 심폐소생술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다. 차 소장의 말처럼 차 없는 거리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이자 잘 모르던 이웃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주민소통의 장이 되고 있었다.
보행, 자전거 등
생태교통 문화 확산 위한 시도
‘자동차 없는 날(Car Free Day)’ 운영 지역은 2014년 4곳으로 시작해서 2015년 7개동 8곳(정자3동, 영화동, 금곡동, 호매실동, 행궁동, 매산동, 영통1동), 올해는 이들 지역을 포함한 2곳(서둔동, 평동)까지 더해져 10개 지역이 선정됐다. 2018년까지 20개 지역으로 늘릴 예정이라는 교통정책과 생태교통팀 정상국 주무관은 “처음엔 시나 동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3년차에 접어든 정자3동을 비롯해 행궁동, 영통1동의 경우 행사 준비 및 프로그램들이 지역주민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세계 최초의 제1회 생태교통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생태교통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경험했던 수원시는 이런 생태교통 문화 확산을 위해 자동차 이용은 줄이고 보행,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자동차 없는 날’ 공모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15명 이상의 추진 주체가 접수하면 실사를 통해 이면도로나 버스노선이 적은 도로를 갖춘 지역을 선정하게 된다. 추진 주체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봉사단체나 상인회 등 기존에 활동해왔던 단체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상권 활성화와 지역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이기도 한데 아파트 단지인 정자3동, 영통1동, 거북시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동, 작은 골목길을 활용한 서둔동 등 지역의 특성과 색을 잘 살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정자3동, 마을르네상스 운영경험과
적극적인 홍보로 주민참여 높여
99년도 입주 때부터 주민체육대회, 야유회 등을 개최하고 탁구대회, 벼룩시장 등을 운영해 2014년 마을르네상스 공동체 프로그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정자3동 현대코오롱아파트는 이런 추진력과 경험을 계기로 ‘차 없는 거리’에 도전하게 됐다. 차 소장은 “동 주민센터에선 경찰 협조요청 및 진행, 인근 학교에선 행사 자원봉사자 지원, 입주자대표회에선 문화행사 준비 등 각각 업무분장도 잘 되어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이곳으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지역도 많다는 그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결국 적극적인 홍보에 달렸다”는 조언도 들려줬다. 차 없는 거리 운영은 결국 이웃 간 층간소음의 문제도 줄이고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과 시도를 인정받아 정자3동 동신초교 주변은 올해 말까지 ‘사람중심 보행환경’을 갖춘 장소로 꾸며지게 됐다.
모니터링 통해 주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 및 보완
“주민들이 차 없는 거리에서 자유롭게 보행하고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것이 차 없는 거리의 원래 모습이긴 한데 현재는 ‘차 없는 거리’의 취지를 알리고 주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행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 주무관은 “그래도 이런 시도들로 인해 교통통제의 불편함을 감안하고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수원시정연구원과 ‘차 없는 거리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해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차 없는 거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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