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보듬 조각보’의 뜻은 ‘온 세상’이라는 ‘누리’와 ‘보듬다’라는 ‘보듬’이 합쳐진 말이다. 우리나라의 여성과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여성들의 다양한 문화를 조각보처럼 아름답게 꽃피워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강서영어도서관에 모여든 모임의 구성원들 중에 이주여성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모임에 참여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내내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했다.
다양함이 하나로 모아지는 시간
‘누리 보듬 조각보’모임에 오는 주부들의 마음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오늘은 어떤 내용의 수업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누구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 만들어져 있는 커리큘럼에는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그 때 상황과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내용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사실 강사도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하게 될지 모르고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음에서 오는 다양한 활동들이 가져오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누리 보듬 조각보’모임은 문학과 요리, 공예, 문화, 역사 등이 골고루 섞여 그 어떤 모임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융복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수업에 한 번 참여하기만 하면 문학작품 한 가지는 꼭 알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손으로 할 수 있는 공예작품 한 가지에 만들고 있는 작품에 대한 역사학적인 설명까지 지식과 정보를 얻어가는 알찬 수업으로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기대감이 평온함으로 변하는 신기한 시간
마침 모임이 있던 날은 추석을 앞두고 다식을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구성이 되었다. 다식은 쑥 가루, 백년초 가루, 미숫가루 등으로 골고루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져 고소한 냄새와 함께 은은하고 보기 좋게 어울리는 색감을 만들어 내었다. 다식 틀에 반죽을 넣고 꺼낼 때마다 새겨지는 문양이 아름답다. 다식을 만들기 전에는 이미 야생화로 곱게 꽃꽂이를 해두어 책상마다 고전미가 풍겨 나오고 있다. 화병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꽃꽂이 방법을 알려줘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었다. 다식을 다 만들어 낸 후에는 접시에 곱게 담아내고 차를 우려내 따뜻하게 감싸 쥐고 다식과 함께 마시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중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차와 관련한 내용의 구절을 함께 읽어본다.
우려낸 차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과 다식의 색감과 꽃을 눈으로 보면서 듣는 선현들의 좋은 말씀은 아이들 뒷바라지나 소소한 집안 살림으로도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게 돕는다. 가만히 앉아서 귀로 듣고만 있어도 지인들과 정자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시 한 구절씩 낭독하고 있는 한가로움이 떠올라 마음이 저절로 안정된다. 정성행 회원은 아이들을 3명을 키우는데 정신없는 시간 중에 수업을 오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재미있어져 기다려 진다고 말한다.
책과 문화와 감동이 어우러지는 시간
‘누리 보듬 조각보’의 수업은 예측 불가하다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 어떤 활동들이 콜라보를 이뤄 가장 멋지고 즐거운 시너지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3월부터 한 달에 두 번씩 모임을 지켜오면서 자연물을 이용한 나무 액자 만들기, 7송이 꽃으로 팝업카드 만들기, 야생화 자수를 광목천에 놓기, 꽃잎으로 만다라 만들기 등 다른 강의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들에는 문학작품 한 편씩은 꼭 들어가 있는데 예를 들어 꽃 팝업 카드를 만들 때는 장영희 작가의 에세이를 알아보고 야생화자수를 놓을 때는 풀잎 시인인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을 읽어보는 식으로 진행해 많은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유미숙 회원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고 빠르게만 흘러가는 시대에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좋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오늘 만든 다식과 꽃꽂이도 지난 시간에 만든 야생화 자수 광목천 위에 장식하고 보니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내 뿌듯하기만 하다. 다음에 만들어 낼 수업의 내용도 알차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미니 인터뷰>
최미려 강사
“문학위주의 수업을 만들어 내고 싶어서 수업시간마다 빼놓지 않고 문학작품을 넣고 있어요. 만드는 재료는 모두 자연이나 생활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이라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네요. 회원들 모두 즐거워하고 잘 따라주고 있어서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정연실 회원
“아들 둘을 키우는데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았어요. 이 수업을 들으면서는 활력이 넘칩니다. 쉽게 구한 재료로 이렇게 멋진 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누름 꽃으로 만든 작품이랑 나무 액자를 만들어 본 것이 기억이 많이 남아요.”
이전예 회원
“우리 전통을 알아가는 시간이 많고 이해하기 쉽게 수업이 진행돼 좋아요. 한국 사람인데도 야생화나 우리 전통 음식, 문화 등을 몰랐던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문학작품들도 접하게 돼 책도 많이 보게 되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런 활동도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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