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멘토들의 공부 노하우를 정리한 공부의 정도(正道)에 대해 살펴보면서 기본 단계를 건너 뛰고 공부했던 찬우에 대해 얘기했다. 오늘은 찬우의 사례 만큼이나 빈번하게 나타나는, ‘학습내용 확인’ 단계가 부족한 아이들 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기본서도 잘 읽고, 개념 정리도 열심히 했다, 난 정말 성실하게 잘 했는데 억울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노트정리하고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왜 안 될까?
민영이(중2, 가명)가 딱 이런 유형이었다. 민영이도 교과서를 기본으로 공부하고 노트정리도 깔끔하게 잘 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 열심히 노트정리했으니 공부 다 했다, 라고 착각한다. 노트정리라는 것은 기본서를 보면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판단하면서 핵심 사항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그런 다음, 두번 세번 들여다볼 때 중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볼 수 있도록 효율을 높여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노트정리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건너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으니 거기에 만족하고 마는 것이다.
“노트를 다시 보면 다 제가 쓴 거라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해법은 간단하다. 노트에 정리한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지 확인해보고 공부가 덜 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제일 먼저 해보았던 것은 마인드맵 그려보기였다. 결과는 제목 외엔 아무것도 쓰질 못해서 실패. 노트를 보면 다 아는 내용인 것 같아 대충 훑어만 봤는데, 정작 노트를 덮고 공부한 내용을 직접 그려보고 설명하게 해보니, 말문이 턱 막힌 것이다.
“노트를 다시 보면 다 제가 쓴 거라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민영이는 왜 노트정리를 하는지 목적은 간과한 채, 노트정리 자체에 그치고 말았다. 민영이를 비롯한 많은 아이들이, 공부내용이 실제로 머릿속에 정리되어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할 수준으로 완벽하게 내 것이 되었는지 확인해볼 줄 모른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면 낙담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지금 이거 하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데, 여기서 뭘 더 하라고요? 시간이 없어요…”
이럴 경우는 색색깔로 예쁘게 노트정리를 하고, 보기 좋게 필기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노트정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공부한 내용을 내 머릿속에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 중요한 것만 반복해서 볼 수 있게 효율을 높여주는 방법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놀거 다 놀고도 공부 잘 한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확인하는 공부 습관 덕분
종종 “쟤는 놀거 다 놀고도 공부 잘해요” 라고 부러움을 한 몸에 모으는 아이들이 있다.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그런걸까? 아니다. 이런 친구들은 들이는 시간 대비 머릿속에 새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 어떻게 그런 습관을 기를 수 있었을까? 1시간 공부했으면 책을 덮고, 노트를 덮고 공부한 만큼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나서 다시 교재와 노트를 펼쳐서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대조해보고 머릿속에 정리된 것과 빠뜨린 것을 빠르게 점검한다. 공부한 내용에 대한 확인작업을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읽고 노트정리를 할 때에도 정리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머릿속에 새기면서 정리하는 것이 습관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노트가, 문제집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 입력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공부라는 것을 잊지 말자.
변화된 민영이의 결과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결론만 얘기하자면 민영이는 지난 시험에서 전교 11등을 찍었다. 다음 목표는 “놀거 다 놀고도 공부 잘 하는 전교1등”이 되는 거란다.
장수지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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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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