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이면 시집을 선물하고 좋아하는 시는 꼭 외워 조심스럽게 낭독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시를 사랑했고 시인은 존경받았으며 문학소년, 소녀들은 작가를 꿈꾸었다.
지난 1월 문을 연 ‘청색종이’는 문래 예술촌 입구에 자리 잡은 동네 책방이다. 시인 김태형씨가 출판사를 겸해 운영하는 곳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오래된 유명 시집과 쉽게 구하기 힘든 절판 시집을 판매하고 추천할 만한 인문서적, 신간 시집, 저자 사인본도 다양하게 갖춰놓았다. 1천 권이 넘는 시집들은 대부분 책방의 주인장인 김태형씨가 애장하고 있던 것들이다. 이곳에서는 일반 서점이나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책들을 구경하고 시에 담긴 해석을 전문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김태형씨는 “실비아 플라스의 <거상>이나 함형수 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 등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시집들이 대부분”이라며 “한 권 한 권 모두 좋은 책들이지만 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접근하기 편안한 시집부터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씨가 직접 쓴 시집과 산문집도 판매한다. 92년 <로큰롤 헤븐>(민음사)으로 등단한 김태형 시인은 이후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문학동네), <코끼리주파수>(창비), <고백이라는 장르>(장롱) 등 4권의 시집을 썼고 인도와 고비사막을 여러 번 여행한 뒤 받은 감동을 두 권의 여행 산문집을 통해 옮겨 놓았다. 최근에는 음식과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풀어쓴 세 번째 산문집 <하루맑음>(청색종이)을 펴내 관심을 받았고 저술과 라디오방송, 강연 등 독자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적 한하운, 윤동주, 랭보 같은 시인을 알면서부터 시에 대한 재미를 느꼈었다”며 “덕분에 영화 ‘동주’를 만든 이준익 감독과 함께 영화관객들 앞에서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색종이’는 출판사와 책방의 역할뿐 아니라 문인들의 사랑방과 방문한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녁마다 다양한 문학 강좌가 열리는 공간으로 개방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월요일은 독서토론 세미나 ‘인문독회’, 화요일은 일반인들이 편안히 참여할 수 있는 ‘책방모임’, 수요일은 김태형 시인의 시 창작 교실 ‘수요시회’, 목요일은 김도언 작가가 이끄는 소설 창작 전문가 과정인 ‘소설동인’ 등의 모임이 열린다.
김 시인은 “시간을 견뎌낸 문학작품은 퇴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해 진다”며 “독자들이 모쪼록 많은 시를 읽고 좋은 시들을 가려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 읽기 모임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위치: 영등포구 당산로 8-6 (문래동3가 58-11) 청색종이
문의: 02-2636-5811, 페이스북 www.facebook.com/bluepaperps
운영시간: 오후 1시~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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