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사람을 길러낸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자라 학생이 되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청년이 되는 과정을 누구나 거친다. 모두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청년이 되면 더 큰 세상을 찾아 마을을 떠나는 이들이 많지만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희망을 만들어 가는 청년들도 우리 곁에 있다. 고양시 청년 공동체 <리드미>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청춘의 열정으로 성큼성큼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
처음 출발 당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많았다. 소속도 없고, 예산도 없고, 공간도 없이 일단 모임을 갖고 시작한 것이 고양시 청년 공동체 ‘리드미(Read Me)’다. 있는 것이라곤 함께 뜻을 모은 이웃 청년과 열정 뿐. 2014년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가장 중심에 둔 활동은 사람책 도서관이다. 리드미라는 이름처럼 ‘나를 읽어주세요’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 책으로 엮어냈다.
사람책 도서관은 사람이 주인공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사업을 준비하며 먼저 회원들이 사람책이 돼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정리해 샘플을 만들어봤다. 그러면서 성공스토리나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살아 온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소통 부재의 시대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소중했던 것이다. 그렇게 청년과 청소년 등 다양한 고양시 사람들과 소통하며 리드미는 지금까지 21회의 사람책 도서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마을 공동체를 꿈꾸며
사람책 도서관 활동을 중심으로 리드미는 다방면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양시 청소년 및 청년이 함께하는 인문학 모임과 텃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활동, 고양시 청소년 기자단 운영에 이어, 고양시 소식을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도 준비 중이다. 고양시 청년 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도 펼치고 있는데 고양시는 인구 백만이 넘는 도시임에도 청년조례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고양시 청년기본조례제정 필요성 및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드미의 여러 활동들은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것 같지만 모두 충분한 의사소통과 합의를 거친 활동이라고 한다. 청년 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개인의 관심 분야와 욕구를 존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업으로 이어졌다.
철학, 종교, 직업, 나이, 정치 성향 등이 각기 다른 25명의 고양시 청년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목적을 내세우지 않는 모임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애초에 확고한 목적을 갖고 출발했던 것도, 사업을 펼쳐가기 위한 모임도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소통하고 공존하는 공동체의 가치만으로 리드미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청년이란 무엇이고, 그 많은 고양시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지, 왜 우리가 모여야 하는지를... 그리고 계속되는 물음에 “끝까지 공동체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마을에서 해답을 찾아보겠다”고 스스로 대답한다.
“100만 명의 시민이 100만 권의 사람책이 돼 건강한 공감이 머무는 공동체의 꿈"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 간의 소통의 징검다리가 되는 꿈"
“‘청년이 떠나고픈 고양''에서 ''청년이 머무르고 싶은 고양''이 되는 꿈"
"마을의 형, 언니들이 동생들을 따뜻하게 챙기는 꿈"
"마을에서 살아가고, 친구들과 꿈을 꾸고, 안심하고 실천하고, 이웃들과 나누는 꿈"
이처럼 우리에겐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청년들이 곁에 있다.
<나에게 리드미란?>
-나경호
리드미는 서로 충고나 조언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요.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과 공존, 회복을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김동욱
리드미를 통해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고 있어요. 일상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언제나 충전해주는 모임이랍니다.
-정연우
동네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리드미 덕분에 든든한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의 소소한 문제점과 이야기를 다루는 마을 대안 언론으로 리드미 뉴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신정현(관장)
실패하면 어때, 그냥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리드미를 시작했는데 이후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네요. 한사람 한사람 소중한 사람들이 찾아와 자리를 잡아가더라고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다양하게 해보는 놀이터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리드미가 되길 바랍니다.
-김내일
혼자하면 해낼 수 없는 일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을 보며 공동체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리드미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이 이루고 싶은 것을 도와주며 리드미 활동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남문
결혼 후 고양시에 살면서 항상 관계에 대한 갈증이 있어왔어요. 리드미 활동을 하며 사람을 깊이 알아가고 관계를 맺고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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