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에서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유학준비를 위한 학교프로그램이나 해당 국가의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유학을 위해 목표로 하는 국가의 언어 공부와 더불어 내신과 수능 준비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성고에서는 DSD(Deutsches Sprachdiplom, 독일어집중이수과정)반이 따로 개설되어 있어 학생들의 독일유학 준비를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입학 후 지원 통해 편성되는 DSD반
보성고의 DSD(독일어집중이수과정) 프로그램은 독일문화교육부의 독일어능력인증시험 집중과정으로 독일 정부 산하기관인 해외학교관리처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는 201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보성고를 비롯해 서울사대부고, 이화외고, 한국외대부고 등 7개의 학교에 DSD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60여개 국가, 1천100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보성고의 DSD반은 1학년 학기 초에 개별 신청을 통해 반이 따로 구성된다. 현재 1학년은 26명이 DSD반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2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반에 나눠 배치된다.
1학년 때는 기술가정 2단위, 창체활동 진로와 자율 2단위를 독일어 수업으로 대체한다. 정규 독일어 수업은 독일어회화1 2단위를 주당 4시간 이수한다. 또 방과후수업을 학기 중 주당 4시간(80시간), 여름방학(40시간), 겨울방학(40시간)에 진행하며 1년에 독일어 수업을 300시간 이수한다.
현재 독일어 수업은 독일 교육부에서 파견된 경력 20년차 교사인 프란치 토마저 원어민 교사와 한경희 독일어 교사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준비하는 독일어능력시험
2학년은 제2외국어 3단위와 창체활동 진로와 논술 2단위를 독일어 수업으로 대체한다. 독일어회화와 독해 등의 수업을 연간 300시간 이수한다. 1학년과 2학년 합계 600시간의 독일어 수업 이수 후 3학년 초(3월)에 DSDⅠ(유럽 연합 참조 기준 B1 단계)시험에 응시한다. DSDⅠ시험 합격자는 독일대학 예비과정에 입학이 가능하다. B1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A2 단계에 해당하는 독일어 능력 자격증이 수여된다.
3학년은 독일어독해, 독일어작문 수업과 방과후수업을 통해 독일어 수업을 200시간 이수한다. 이후 12월에 DSDⅡ(유럽 연합 참조 기준 C1)시험을 치른다. DSDⅡ 합격자는 별도의 독일어 시험 없이 바로 독일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 C1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B2 단계에 해당하는 독일어능력 자격증이 발급된다.
한경희 교사는 “DSD 시험은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영역이 각 25%를 차지하며 3년 안에 DSDⅡ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며 “독일어자격증 취득, 국내대학 수시목표 등 다양한 이유로 DSD반에 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중도에 유학준비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한다.
독일대학은 ‘제대로’ 공부하려는 학생이 가야
독일은 대학의 서열화가 되어 있지 않고 학교를 옮기는 것도 수월한 편이다. 학비가 무료이고 유럽 내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스펙을 넓혀 나가기도 좋다. 입학의 문이 넓은 편이지만 졸업은 매우 힘들고 장기간 휴학이 힘들다. 그래서 유학하는 남학생들은 대학 4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대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한경희 교사는 “DSD반에서 1학년 입학 때부터 교과담당 교사와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관리 받는 시스템이 좋다. 학생들이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적극적으로 몰입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현재 보성고 출신의 학생들이 독일 본 대학을 비롯해 다양한 학교에서 경제학, 통계학, 공학, 건축학 등을 전공하고 있다.
독일 유학의 자격조건은 수능 총점의 62% 이상(400점 만점의 경우 248점 이상/4.4등급 이내)과 독일어 어학증명서(DSDⅡ)가 필요하다. 또 국어, 외국어(영어), 수학, 자연과학 과목을 3년간 성실하게 이수한 성적이 필요하다. 자연과학으로 인정되는 과목은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지리, 한국지리, 경제지리, 생태와 환경 과목이다.
문과생의 경우에는 독일유학을 준비하며 고등학교 3년간 과학성적을 증명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점차적으로 기준이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DSD반 3학년 윤세형(사진 왼쪽)군과 문준호군
독립적으로 다른 문화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문준호군과 윤세형군은 DSD반에서 공부하며 착실하게 독일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 윤세형군은 마케팅과 경제학 전공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고 문준호군은 통계학 전공을 준비 중이다. DSDⅡ 합격을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일정 시간 독일어 공부와 더불어 수능 준비를 함께 하고 있다.
윤세형군은 “고2 때 1달간 독일 여러 도시를 혼자 배낭여행하며 유학에 대한 의지를 더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선진 문화 속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좋은 환경에서 여유를 갖고 사는 독일의 생활이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독일어를 공부하며 폭넓은 단어와 글의 주제가 심화되는 것이 많이 어렵다는 두 학생.
문준호군은 “1학년과 2학년 때는 독일어 공부를 착실히 하고 내신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여러 차례 갈등을 겪지만 진로의 길은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구체적으로 보여집니다”라고 말하며 성실한 학교 생활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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