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생기부, 도대로 뭘? 어떻게? 쓰라는 건가?

파주 교하 크리스피 Crisp 이재원 요리사

지역내일 2016-07-27

요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저 점수와 등급으로만 나뉘던 성적표는 쪼개져 여러 칸으로 분리되고 대신에 빼곡한 글자들이 들어찼다. 소위 7차 교육과정의 핵심 기치인 정량적 평가가 정성적 평가로 바뀌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숫자만으로 평가하는 한우 등급이 아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던 선인들의 말씀처럼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이미 출발부터가 인간의 오만인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고 기다려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구석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세상이치인데 사람이라야? 그런데 과연 정성적 평가를 표방하는 생기부는 글자와 문장으로 빼곡히 채우기만 한다고 해서 정성적 평가가 공정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인간이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의 한계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생기부를 들여다보아야 그 평가의 진실을 알 수 있다.
흔히 학부모나 교사들은 생기부에 학생의 진로와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여 그 칸들을 빼곡히 채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다시 정성(定性)이 아닌 정량(定量)적 평가로 돌아가게 하는 순간이다. 겉으로만 숫자가 아니라고 해서 정량적 평가가 아닌 것은 아니다. 학업 성취과정을 의미 없이 상투적이고 평범한 말들로 채워가는 것은 그저 스펙의 개수 채우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여느 입학설명회에 가든 한결같이 듣는 말이 ‘생기부에 사실(fact)이 드러나도록’, ‘검증 가능한’, ‘변화된 결과, 성취 결과’라는 말들이다. 다시 말하면 이 말은 꼭 좋은 결과를 내라는 말이 아니라 ‘진실을 믿음직하게, 믿을 수 있게 써주세요’라는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이렇듯 기록과 평가방식의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글쓰기가 생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그것도 자신에 대해서 보여주는 글을 쓰라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책임전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학생들이 학부모나 주변인의 대필로 글을 써내다 보니 마치 초등생들 성적은 엄마가 결정한다는 말이 유사하게 떠오르는 상황이다. 주변인의 대필은 표현의 주체가 본인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확신에 찬 힘 있는 글이 되지 못하고 눈치 보는 글이 되고 만다. 물론 그런 글이 진정성과 공감을 주기란 쉽지 않다. 애초에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논술 교육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실제 자기소개서나 생기부의 독서이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결국 학생의 생각이 살아있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의 그릇을 만들어 줄 바른 독서와 꾸준한 일기쓰기 습관이라도 갖춘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성적 평가에 걸맞은 인재가 될 것이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스터디 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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