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일찌감치 아들에게 요리사의 길을 권했다. 일식 요리사가 멋있어 보였던 아들은 호텔조리학과로 진학해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식과 양식을 요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이 그의 삶을 뒤흔들었다. 4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17살에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10년 뒤 한식이 접목된 레스토랑을 연 요리연구가 ''코리 리''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 한 편에 꽂혀 미국으로
음악에 맞춰 춤추듯 양파를 써는 셰프의 모습은 이재원(30)씨의 가슴을 뛰게 했다. 떡이며 한과, 이바지 음식을 배우던 나날을 뒤로 하고 무조건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건 힘들지 않았다. 성격이 무덤덤해서 처음 가는 곳에서도 별로 당황하지 않는 이재원씨는 국적이 다른 주방식구들하고 금세 친해졌다. 언어가 달라도 몸짓을 통해 요리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우리 고유의 디저트인 떡 만드는 방법을 외국인 요리사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한국사람 특유의 근성과 강박에 가까운 정직함, 성실한 모습은 뉴욕의 주방에서도 빛을 발했다. 월급을 받는 요리사라면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것이 이재원 요리사의 생각이다. 유명한 요리사일수록 대가를 받는 만큼 연구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향한 그의 진심은 뉴욕에서도 통했던 것일까. 이재원 요리사는 식당의 모든 파트에서 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행운을 누렸다. 셰프들이 바쁠 때는 그 역할을 대신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뉴욕식 레스토랑과 브라질 레스토랑을 거친 다음 1년 2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만의 작은 식당을 열다
귀국한 그가 선택한 것은 호텔이나 유명 요리사의 식당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만드는 자기만의 식당이었다.
“우리나라 서양식 식당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까르보나라, 샐러드, 파스타와 피자도 특색이 없어 보여요. 제가 지향하는 건 뉴욕에 있는 중저가 식당이고 우리나라로 하면 청담동에 있는 식당들이에요. 그런 분위기와 음식을 만들려고 해요.”
교하에 1인 주방장 식당을 열 때 인테리어 고민을 오래 하지 않은 건 오랫동안 메모하면서 자신의 가게를 구상한 덕분이다. 매장은 취향대로 약간 어둡게 꾸몄으며 뉴욕의 스페인 식당인 ‘CASA MONO’처럼 오픈 주방으로 꾸몄다. 좋아하는 힙합 음악을 비롯해 외국 음악을 주로 틀어 놓는다.
한쪽 벽면은 그가 다닌 식당의 명함들이 마치 장식처럼 인테리어 효과를 주고 있다. 오롯이 혼자 가게를 꾸려 가는 일은 때로 외롭다. 다른 친구들처럼 큰 식당에서 오랜 경력의 셰프들과 일하지 않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그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맛을 위해 파스타 면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독특하고 정성어린 음식으로 인기
양송이버섯 파스타와 카바텔리라 숏 파스타에는 건면을 만들어 쓰고, 볼로네제 라구 파스타는 페투치니 생면을 계란노른자로만 밀가루 반죽해 만든다. 쫄깃함은 덜하지만 면 자체에서 깊은 맛이 난다. 양송이버섯 파스타는 소스로 송로버섯 오일을 쓰는데 스파게티 면으로 하면 시간이 지날 때 먹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세몰리나라는 밀가루로 반죽한다. 그렇게 만들면 쫄깃하고 시간이 지나도 잘 불지 않는다. 파스타마다 어울리는 면과 허브, 치즈가 있기에 맛을 살리려면 귀찮더라도 직접 만들어야 마음에 든단다.
갈비살을 진공해 24시간 동안 물에 익혀 영양을 지키고 식감을 살린 수비드 스테이크, 오리다리살을 오리 기름에 잠기도록 해 장시간 익힌 오리다리콩피, 드라이에이징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도 호평을 받고 있다. 고구마 퓨레에 사과 피클을 곁들인 이베리코 항정살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식감에 상큼한 끝 맛으로 인기다.
부끄럽지 않은 요리사 되고파
“많은 사람이 봤을 때 대충하면 창피해요. 친구들도 요리사인데 제 식당 와서 왜 이렇게 하냐고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요리하고 싶어요.”
스시 셰프가 차분하게 일하는 모습이 장인 같아 멋있다는 이재원 요리사. 그는 앞으로 일식과 서양식, 한식 등 레스토랑 그룹의 오너가 되는 게 꿈이다. 지금은 교하 중심상가에 있지만 조만간 문발동 단독주택 단지로 식당을 옮길 예정이다. 텃밭에서는 요리에 들어갈 채소를 직접 키우려고 한다.
주말이면 스시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재원 요리사의 나이는 올해로 30살이다. 그가 꿈꾸는 장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요리를 탄생시킬까. 두 달에 한 번 메뉴를 바꾼다는 그의 작은 1인 주방장 식당을 자주 찾아가고 싶은 까닭이다.
위치 파주시 책향기로 423 두손비채 111호 CRISP
영업시간 오전 11:30~자정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5:30) 마지막 주문 점심 오후 2시, 저녁 오후 11:30
문의 070-4238-3376 http://blog.naver.com/ljw2848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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