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DMZ생태연구가 전선희

통일 후 DMZ 훼손 막으려면 디엠지글로벌트러스트로 준비해야죠

지역내일 2016-07-13 (수정 2016-07-13 오후 1:42:36)

DMZ생태연구가라 불리는 전선희(53)씨도 13년 전에는 DMZ의 자연을 잘 몰랐다.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품고 있는 곳이라 관심을 갖고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2004년에 생태 공부를 시작 하면서 민간인통제선 안에 날아온 독수리와 재두루미를 만났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광은 단숨에 그의 마음을 빼앗았다.



멸종 위기종의 새들이 DMZ 안에서 흔하게 날아다니게 된 건 역설적이게도 분단으로 인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분이었다. 비극적인 역사가 다른 생물 종들에게는 안전한 피난처가 되는 상황. 군사 정치적인 이유를 넘어 그 안의 자연 환경은 연구하고 보전할 가치가 뛰어나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 번 민통선 지역을 오가며 전선희 씨는 사람들에게 DMZ의 소중함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아이의 엄마는 그렇게 생태연구가의 길을 걷게 됐다.
 
두 아이의 엄마에서 DMZ생태연구가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 여유가 생기면 전선희 씨는 어김없이 DMZ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부 DMZ 민통선 지역인데 일산과 파주, 연천 25사단까지 포괄하는 곳이다.
전선희 씨가 관찰한 서부 DMZ 지역은 북녘의 임진강과 예성강, 남녘의 한강이 서해 바다와 합쳐지며 기수역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그는 그곳에서 멸종 위기종 새 42종을 비롯해 그 지역 생태계와 생물종을 관찰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독수리 흰꼬리수리와 황새 검독수리 붉은배새매처럼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 새들과 다큐멘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파랑새 꾀꼬리 호반새 청호반새 같은 희귀 새들도 만났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쇠부엉이, 금눈 쇠올빼미와 텃새인 황조롱이, 원앙도 관찰했다.
일월산 계곡에서 분홍빛 우산처럼 무리지어 피어나던 앵초, 비밀의 숲이라고 부를 만큼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던 애울의 버드나무와 신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DMZ 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동식물들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2013년에 펴낸 그의 책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자연과 생태 출판사)에는 그가 관찰한 서부 DMZ 지역의 생태 환경부터 새와 들꽃에 얽힌 이야기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재두루미 :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고양 파주 연천 철원을 잇는 중서부DMZ민통선 일원의 농경지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
저어새 :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전 세계 1600여 마리만 생존하는 국제보호종으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집중 번식하며 갯벌과 습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여름철새.


자연이 주는 서비스 계산하면 난개발 못할 것
가슴 아픈 순간도 많았다. 아무리 희귀한 생명체도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 눈 깜짝할 새에 파헤쳐지거나 시야에서 사라졌다. DMZ 지역은 군사 지역이다. 군용 도로를 낼 때 야생화와 약초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동물도 마찬가지였다. 운정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산남습지에 찾아오는 새들의 반이 줄었다. 흔하던 청둥오리도 얼마 보이지 않는다.
전선희 씨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해 보자고 말한다. 장수의 상징인 두루미를 보면서 그들을 통해 받는 위안을 값어치로 따지면 얼마일까. 습지의 환경이 인간에게 주는 이익에 값을 치러야한다면 우리는 얼만큼을 공짜로 누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유럽에서 시작된 ‘생태계 서비스’ 개념이다.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 내는 입장료도 우리가 지불하는 생태계 서비스 비용이다.
인간은 모든 생물종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없다. 63년간 형성된 DMZ내 원시림은 인간을 위해서라도 보전하고 연구해야 한다. 통일 후 DMZ 지역이 함부로 개발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선희 씨의 주장이다. 

 
금개구리 : 멸종위기 2급. 한국고유종. 농경지 주위 둠벙이나 습지에 서식하는 환경의 지표종인 양서류.
독수리 :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제243-1호. 날개를 편 길이가 280~300cm에 이르는 대형 조류로 주로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진 겨울철새.


디엠지글로벌트러스트로 DMZ 환경 보전해야
2008년에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 DMZ의 자연 생태계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연구자는 적은 현실이 부끄러웠다는 전선희 씨. 그 일을 계기로 서부 DMZ 지역 기록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DMZ를 안내하는 프로그램에서 그가 만난 학생만 해도 5천 명 가까이 된다. 고양환경연합 환경지킴이 조류반을 지도하는 한편 고양시 환경위원,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생물다양성위원으로 활동해 온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2016년 6월에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모든 생명들의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전선희 씨. 그는 요즘도 월요일 아침이면 DMZ로 갈 채비를 서두른다. 디엠지글로벌트러스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DMZ를 사유화할 수 없도록 막자는 취지의 디엠지글로벌트러스트는 전선희 씨를 비롯해 DMZ의 생태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장하는 바다.
“고양시에 살던 새가 환경이 나빠지면 어디로 갈까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겠죠. DMZ도 마찬가지겠죠. 통일 후에 이곳이 마구잡이로 개발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문의 전선희 씨 블로그 ‘DMZ 생태이야기’ http://blog.naver.com/atman7000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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