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이나 상호는 때로 예언적일 때가 있다. 백석동 ‘차 마시는 작업실’도 그렇다. 이곳은 신정화(44)씨가 2008년 경 친구와 함께 연 인테리어 사무실이다. 2015년부터 차 마시는 작업실은 이름 그대로 차를 마시며 작업을 하는 공간이 됐다.
인테리어 공간을 차 마시는 작업실로
신정화씨는 낮 시간이면 텅 비어있는 사무실 공간이 늘 안타까웠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던 그였다. 그러다 2015년에 동업하던 친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독립해, 그동안의 구상을 현실로 옮기게 됐다.
배우는 것을 좋아했기에 뜨개질과 홍차와 테디베어 등을 배우는 소모임에 자주 참석해왔던 신정화씨. 그는 아이를 키우고 취미를 나누며 맺어온 인연들을 하나씩 차 마시는 작업실로 초대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르칠 공간이 필요한 강사들에게도 작업실을 개방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강좌도 있고 원데이 수업도 열린다. 공동구매를 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차 마시는 작업실은 점점 ‘그녀들의 아지트’가 되어가고 있다.
마음을 열고 덜어내는 시간
지난달 30일, 미술심리치료상담사인 백수현(56)씨의 안내로 칼라테라피 수업이 열리는 차 마시는 작업실을 찾았다. 칼라테라피 수업은 그날의 주제에 맞게 컬러링 북 도안을 칠한 다음 강사의 해석을 듣고 마음을 나누는 강의다.
이날의 주제는 ‘화’였다. 참가자들은 컬러링 북의 그림을 골라 화가 나는 빈도와 강도를 생각하면서 색칠을 하고 있었다.
“색칠하다가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또 칠하다가 생각이 정리가 되면 그 마음을 칠하셔도 돼요.” (백수현 상담사)
칼라테라피 수업은 단순히 색연필로 도안을 채우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을 쏟아내는 시간이었다. 백수현 상담사의 해석에 이어 참가자들의 내밀한 고백들이 이어졌다. 이야기에 때로 울음이, 웃음이 섞여 나왔다. 수업이 모두 끝났을 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후련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를 이해하면 관계가 편안해져
허소림(41)씨는 휴직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강좌를 듣게 됐다. 허씨는 칼라테라피 수업에 참여하면서 아이와 남편,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어른이 되면서 아이 감정은 알아도 제 감정은 돌아보지 않고 살았는데 이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강의를 듣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소중한 공간”이라고 차 마시는 작업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희랑(53)씨는 ‘아루쌤의 뜨개강좌’를 들으면서 차 마시는 작업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자신을 표현하게 도와주는 여러 강좌를 들으며 상대도 나에게 불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가족들과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우리들의 작은 문화센터
조선희(42)씨는 차 마시는 작업실을 ‘작은 문화센터’라고 표현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도 막상 시작하려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이 공간을 통해 편하게 배움에 다가설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됐고, 오후의 휴식 프로그램으로 위안을 느꼈으며 역사수업을 들을 때는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뛰었다.
김윤정(39)씨도 차 마시는 작업실의 단골 수강생이다. 칼라테라피와 오후의 휴식,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으면서 아이와 남편 감정을 읽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강호신(39)씨는 칼라테라피 수업을 진행하는 백수현 강사와의 인연으로 차 마시는 작업실을 찾아오게 됐다.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막상 찾아가 들어 볼 용기는 내지 못하던 참에 도서관 강좌를 통해 백수현 강사를 알게 됐고 지금은 삶의 새로운 자극을 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다양한 강좌로 일상을 즐겁게
차 마시는 작업실에서는 다양한 강좌가 열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아루쌤의 뜨개&낭만수작쌤의 자수’ 수업이 열린다. 화요일은 번갈아가며 첫 주에는 ‘테디베어 쌤의 바느질’, 둘째 주에는 ‘유니쌤의 원데이 캔들&석고방향제’ 수업이 열린다. 셋째 주에는 ‘하늘마루쌤의 엄마가 먼저 배우는 역사 교실’이, 넷째 주에는 ‘백수현쌤의 칼라테라피’ 수업이 진행된다. 격주로 월요일 마다 ‘고혜성쌤의 캘리그라피’ 수업이 진행되며 둘째 주 토요일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칼라테라피 수업이 진행된다. 수제 빵과 쿠키에 차를 곁들이는 ''목욜빵회원''도 모집 중이다.
이 밖에 ‘다 같이 글 쓰는 시간’, ‘홍차 모임’, ‘플라워 센터피스’, ‘아빠들의 칼라테라피 저녁 모임’도 구상하고 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인연의 흐름을 따라 동네 아지트가 된 차 마시는 작업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덩달아 궁금해진다.
위치 일산동구 호수로 446번길 74-11
문의 031-903-2940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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