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글을 읽어도 단어에 대한 인지능력과 추리능력,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능력은 사람마다 개개인별로 다르다. 그것은 단순한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독해와 어휘추리과정에서 오판을 하게 되면 궁극에 가서는 크나큰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서로 다르게 말한다면 그 믿음은 진실을 왜곡하는 꼴이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통신과 교통을 속도전으로 바꾸어 놓았다. 덩달아 우리 인간들은 더 빨라지고 정확해졌다고 착각하며 살게 되었다. 물리적인 속도가 빨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과연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오류 없이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되짚어보며 반성해 보건데, 사상누각(砂上樓閣)의 오류가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
똑같은 단어를 읽어도 그 의미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이 개입하게 마련이다. 그 경험은 직간접의 경험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소 겪은 경험은 직접적인 감각기억을 환기시키고, 독서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간접적인 기억은 감각기억을 바로 환기시키지 않고 언어적 변환과정을 거쳐 상상에 의해 기억을 퍼 올리기 때문에 기억의 추출 속도와 선명도의 차이를 보인다. 물론 간접적인 기억이라고 해서 추출의 속도가 항상 느린 것은 아니다. 자주 반복해서 사용하는 언어들은 기억의 추출과정에서 습관이 작용하기 때문에 훨씬 빠른 추론 과정을 거쳐 간접기억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학습은 이렇게 언어적 학습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언어적 인식과정을 검증하는 절차가 고작해야 문학과 비문학 지문을 읽고 이해한 정도를 출제자의 변용된 어휘와 문장구조로 견주어 판별하는 수준이다. 물론 시험제도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보화 사회는 이미 인간의 정신세계를 뒤바꿔 놓고 있다. 이대로 방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기성인으로서 반성해보게 한다.
며칠 전 대학생 하나가 찾아왔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하였고 그래서 친구들도 채팅으로 만나 잠시 대화하는 정도였다. 학생은 자신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입사시험이나 스펙이 걱정이 아니라 회사에서 만날 사람들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미래에 닥칠 회사라는 공간과 동료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학생의 부탁은 어떻게 하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언어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하였다. 이 말 앞에 고개 숙여 ‘우리’를 생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진정으로 이런 고민을 낳은 사회는 어느 나라 어느 학교란 말인가?
위 사례는 결코 특수한 것이 아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20~30대의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지금 언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문의 : 042-477-7788 www.sindlin.com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해법독서논술 세종·대전북부지사장
(주)메가스터디 메가넥스트 NCS 직업기초능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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