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지역의 체대 합격생 비율은 수시보다는 정시 비율이 높다. 수시 경쟁률이 치열하기도 하지만 내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시를 노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수시로 체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일찌감치 체대로 진로를 정하고 늦어도 고2부터는 내신과 실기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힘든 운동과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 않은 일. 2016년 수시전형으로 한국교원대 체육교육과를 차석으로 합격한 배정준 군의 합격 스토리는 체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중등의 쓰디쓴 운동부 경험,
고등 때 맘 잡고 공부하는 계기로 작용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곧잘 하던 배정준 군은 특기자전형을 통한 체대입시를 염두에 두고 중2 때 잠시 농구부가 있는 중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짧았지만 혹독한 운동부 경험은 배군에게 쓰디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초등학교부터 선수를 했던 또래와 비교하니 운동능력의 한계가 느껴졌고 온순한 성격은 다소 거친 운동부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예전의 학교로 돌아와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잠시 방황하던 그는 짧았던 운동부 경험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도 있잖아요. 운동부 생활을 해보니 ‘내가 차라리 공부를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훈련도 힘들었지만 선후배간의 군기잡기 문화나 운동부에 대한 주변의 인식, 이런 것들을 온 몸으로 겪어보니 공부를 해야겠단 결심이 섰습니다. 그래서 중2까지 진지하게 공부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대로 공부를 시작해보자고 각오를 다졌어요.”
부모님 같은 체육선생님 만나
잊었던 운동에 대한 열정 다시 지펴
현암고에 진학하며 배군은 내신 관리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적 향상에 힘을 쏟았다. 1학년 첫 학기를 평균 3등급대로 성적을 올렸다. 무작정 공부만 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체육 담당 장재영 교사가 배군을 불렀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 체교과 진학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하셨다.
“힘든 운동을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한 학기를 망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장재영 선생님과 여러 번 상담을 하면서 체대에 가고 싶었던 열정이 다시 살아나고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저의 대학 진학을 이끌어 주고 싶어 하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을 먹었지요.”
2학년이 되면서 배군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게 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학교 체육관으로 달려가 장교사의 지도 아래 2~3시간의 체력단련 운동을 되풀이하는 힘든 나날이 시작됐다.
“장재영 선생님께서 체대 준비반 아이들에게 강조하시는 게 있었어요.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 수업 시간에 집중하라.’ 수시 준비를 하는 저희들에게 내신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죠. 운동하는 학생이라고 다른 교과목 선생님들께 밉보이지 않도록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언제나 말씀하셨어요.”
운동 후 힘들어도 매일 수업 내용 복습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데 운동하느라 피곤하다고 잠을 자는 건 예의에 어긋나잖아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요. 그리고 따로 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으니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부분은 교과 선생님들께 질문하면서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학교와 학교 체육관, 집만을 오가며 노력한 결과 배군은 2학년 기말고사에서 전 과목 2등급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은 천근이고 눈꺼풀은 만근이었어요. 그래도 매일 30분이라도 공부하고 자려고 이를 악물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학원도 다니고 학습량이 저보다 많으니 저는 매일 복습하는 길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꼭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어도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운동에서 슬럼프가 오니 공부도 힘들어졌다고 배군은 회상했다.
“그때 한 선배가 이런 얘길 해줬어요. ‘슬럼프가 왔다는 건 네가 한계치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반증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너는 네 한계를 넘어서는 거다’라고요. 그 말이 제 버팀목이 됐습니다.”
꾸준한 훈련 요하는 실기 종목 많아 빠른 진로 설정 중요
사설 체대 입시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오로지 자기주도학습과 학교 체대준비반에서 하는 운동만으로 수시전형을 준비했던 배군. 4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학생부종합우수자 특별전형에서 차석으로 합격하며 입학성적 우수장학금까지 거머쥔 그에게 체대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체대 실기에는 유연성이나 근력, 주력처럼 꾸준히 훈련해야만 기록이 좋아지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기 시험은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기에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또한 엄청납니다. 실기 점수를 높이거나 실수에 대비하는 방법은 꾸준한 훈련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빠른 진로 설정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내해야지요.”
배군은 은사인 장교사 같은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해 체육교육과를 목표로 대학을 선정했기에 지원 대학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실기를 준비해야 했다. 그렇지만 후배들은 효율적인 준비를 위해 실기 종목이 겹치는 학교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또 실기 대신 면접을 보는 대학에 지원하였다면 면접에서 자신의 운동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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