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청솔중학교 급식조리실에서는 13명의 어머니들과 선생님이 모여 알이 실한
매실 70kg 씻기와 꼭지 따기가 한창이었다. 학교급식 반찬을 만들 때 사용할 매실청을 담그기 위해서다.
직장 맘들까지 휴가를 내고 봉사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아이들 교육문제 만큼은 열정이 대단하다.
공부는 기본, 아이들의 정서와 몸 건강까지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의 ‘맹모’들이다.
3년 전부터 학부모회에서는 성남시 교육지원사업예산으로 아이들이 급식으로 먹을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갔다. 청솔중학교 학부모회는 학부모 활동지원금 예산으로 아이들에게 도움 되는 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장을 담갔다고 한다. 올해는 아직 간장도 남아있고 예산이 삭감이 돼 매실청을 담그기로 결정했다.
학부모 행사를 주관하는 이선희 진로부장은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서 좋은 재료를 선정하기위해 학부모회에서 직접 농장에 가서 보고 유기농 매실을 구매했다. 100일 후엔 매실거르기 행사가 있다.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고등학교, 대학 진학 후에도 계속 좋은 모임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계속 인연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매실의 물기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며 식품조리과 교수인 2학년 학부모 김현정씨는 평소 집에서 장을 담가 먹는다며 내년 활동을 위해 학부모들에게 장 담그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학교 2층 베란다 초록정원에서 김선희 교장이 직접 따주신 상추와 치커리로 쌈밥 도시락을 먹으며 학교 자랑이 이어졌다. 학생들도 이곳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종종 ‘쌈쌈파티’를 한다고 한다.
공부가 재밌는 수준별 수업
중국어센터로 유명한 청솔중학교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처럼 과목별로 전담교실이 있어 학생들이 매 시간 교실을 옮겨 다닌다. 능동적인 수업 태도는 학생 수는 적지만 각종 논문대회, 토론대회, 학과시험, 수행평가 등 수업참여도와 성취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두 명의 교사가 각각 수준별 수업을 적용해 한 반에 있는 최상위급 학생들이나 농구대표팀 학생들의 실력에 모두 맞춘 수업이 가능하다.
이선미 학부모회장은 “아이가 늘푸른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행정구역상 청솔중학교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친구도 별로 없어 재미없어 했지만 일주일 후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과학영재고 3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학교수업이 팀 프로젝트 방식이고 토론식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사춘기도 잠재우는 정서적 안정감
학년 간 위화감이 없이 친동생처럼 후배들을 귀여워해주는 선후배 관계와 전 학년이 동참하는 운동회 또한 청솔중학교의 자랑거리다. 1·2·3학년이 모두 모여야 축구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 돈독한 관계가 유지된다. 학교 2층에는 전교 사물함이 모두 모여 있어 매일 아침 전 학년 학생들이 모여 그날 배울 과목 책을 챙기며 자연스럽게 소통의 장이 열린다.
1학년 학부모 조은정씨는 “입학 전에는 학생 수가 적어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장점이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체크해주시고 소통하니 큰 학교에서 느낄 수 없는 안정감이 있다. 사춘기임에도 선배들과 형, 누나처럼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어 만족한다”고 한다.
학교 안에 노래방이? Be Creative!
3학년 정재영 전교학생회장이 선생님과 소통하고 스트레스도 풀자는 의도로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건 교내 노래방이 올해 설치되었다. 시험 끝나고 노래방에 가면 돈이 들고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학업성취가 좋거나 수업분위기가 좋으면 노래방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급 간 선의의 경쟁도 이루어진다”는 김선희 교장의 지지로 다소 엉뚱한 제안도 현실이 된 긍정적인 학교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교실 3개를 터서 만든 탁구장과 뮤지컬 연극 룸까지 있어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도 학교가 답답할 틈이 없을 것 같다. 남학생들은 무거운 설탕 포대를 옮겨주고 여학생들은 호기심에 찾아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두 개의 깊은 항아리가 140kg의 매실과 설탕으로 어느새 그득해지자 ‘일손이 많아 힘들지 않게 빨리 일이 끝났다’며 환한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 교장은 “학기 초부터 화단 가꾸기와 야생화심기로 학교를 예쁘게 꾸며주시고 매실도 담가 주시는 등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해주신다”며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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