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역에 알라딘 중고매장이 문을 열면서 교보,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서점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 서점마다 아날로그 감성 공간 책방에다 디지털의 날개를 달고 ‘책 읽는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사로잡기 위해 분투중이다. 미스터리 쇼퍼로 3곳의 매장을 둘러 본 리포터의 리얼 체험기를 공개한다.
‘책과 머무는 공간’으로 쑥쑥 성장하는 ‘교보문고 잠실점’
잠실 일대 서점들의 터줏대감이자 맏형. 올해 들어 교보문고의 변신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점의 뿌리인 광화문점에 11.5m 기다란 원목책상을 놓아 반향을 일으켰던 교보문고. 잠실점 매장 중앙에도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스탠드까지 갖춘 기다란 테이블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서점 곳곳에 독서용 의자들을 비치해 호평을 받고 있다.
‘책 판매 공간 에서 책 보며 머물 수 있는 곳’이 앞으로 서점의 지향점이라고 판단하고 당장은 서가가 줄어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멀리 보고 투자하겠다는 교보문고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책 보기가 훨씬 편해졌다.
공격적인 책 세일즈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 중 일부 신간서적은 10%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책 할인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한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으는 소설가 한강 작품만 따로 모은 별도 판매대를 곳곳에 배치하는 등 시즌별, 테마별 이벤트 매대를 다채롭게 구성해 손님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다가오는 휴가철을 앞두고 발빠르게 정여울, 이병률 등 베스트 여행 작가 6인의 작품만 따로 모은 판매대가 눈길을 끌었다. 책 할인 이벤트는 잠실역 광장, 석촌호수 수변 무대 등 서점 밖 공간에서도 수시로 진행한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경계 없이 넘나드는 O2O(online to offline)가 대세인 요즘,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은 인기 서비스. 서점에서 책을 골라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서점 할인가에 결재해 현장에서 바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직원도 “스마트폰 바로드림 서비스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무가지 ‘책과 삶’도 교보문고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지. 매월 작가와 작품 이야기부터 출판계 소식을 깊이 있게 다뤄 읽을거리가 쏠쏠하다.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 것, 책을 이것저것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주지 말 것,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창업주 신용호회장의 교보문고 영업지침이다. 국내 서점의 맏형인 교보문고가 초심 그대로 디지털의 날개 달고 긍정적으로 서점의 진화를 리드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위치 : 2호선잠실역 2번 출구, 롯데캐슬프라자 지하 1층
좋아요 : 편하게 책 볼 수 있는 테이블 등 곳곳에 의자를 비치, ‘머무는 공간’으로서 서점 모델 보여줌.
아쉬워요 : 서점 특유의 냄새가 강해 책을 고르다 보면 머리가 다소 아픔
석촌호수 전망 일품 ‘반디앤루니스 롯데월드몰점’
통창으로 펼쳐지는 석촌호수 전망이 이 서점의 트레이드 마크. 서점 최고의 명당 자리에 북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단 계산 완료한 책만 볼 수 있는 게 카페 규정.
서점이 위치한 롯데월드몰 4층은 유아, 어린이 대상 점포들이 배치돼 있다. 여기에 맞춰 서점도 유아·어린이 도서, 학습용 놀이교구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세련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는 서점 오픈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매장 구성도 ‘쇼핑’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에는 각종 문구류, 팬시제품, 액세서리샵이 입점해 있다. 디지털기기, 음반 매장도 체험존에 신경썼다. 요즘 쉽게 보기 어려운 턴테이블을 비롯해 곳곳에 헤드셋을 비치해 K팝, 최신가요, 클래식까지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다.
잡지 코너는 숨은 보석. 여성지, 여행지, 시사지 등 상당수 잡지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한 넉넉한 인심이 돋보인다.
초등학생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반디서당은 매주 일요일 오전 1시간씩 열린다. 삼성역 코엑스무역아카데미에서도 성인, 어린이 대상으로 한문, 동양고전을 교육하는데 반디서당은 반디앤루니스가 20년째 열고 있다.
온라인서점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북셀프서비스도 인기몰이중이다. 다만 서점의 내공과 색깔이 담긴 좋은 책 소개 코너, 기획 도서전은 다소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위치 :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4층
좋아요 : 석촌호수 전망이 일품. 각종 잡지를 편하게 볼 수 있으며 음반 체험존이 잘 갖춰져 있음.
아쉬워요 :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의자, 테이블은 교보문고에 비해 부족.
헌책방과 북카페의 만남 ‘알라딘 잠실롯데월드타워점’
쇼 윈도우를 따라 일렬로 배치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책 읽는 사람들 모습이 잠실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 한복판에 카페가 자리 잡았고 그 주변에도 책 읽을 수 있는 좌석들이 마련돼 있다. 음료 한잔 들고 서가에서 맘에 드는 책 가져다 읽는 손님들이 많았다. 중고책방에 북카페 개념을 결합해 ‘편하게 책 보는 공간’의 등장에 손님들이 반기고 있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남미산 원두 커피가 3500원, 갓 구운 쿠키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소설, 에세이, 어린이 등 장르로 구분된 서가 외에 ‘출간일 1년 신간’, ‘같은 책 다른 가격’ , ‘절판서적 코너’처럼 헌책방 콘셉트를 잘 살린 코너도 있다. 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2015년 출간한 장석주 작가의 산문집을 발견하고 얼른 집어 들었다. 겉보기엔 새 책과 다름없는데 가격은 9000원(정가 1만5000원), 흐뭇한 순간이다. 새 책 같은 헌책도 간간이 있지만 ‘눈 밝은 손님’ 차지며 많지는 않다.
베스트셀러 소설, 에세이, 실용서는 아직 골고루 갖추지 못해 책 선택의 폭은 좁다. 가격대는 정가에서 보통 40~50% 할인해 판매한다. 반면 유아, 어린이책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창비, 비룡소, 보리 등 국내 유수 출판사별로 서가를 구성해 국내외 다양한 동화책, 학습만화, 를 선보인다. 동화책은 평균 권당 2000~3000원선. 영어 원서도 골고루 있으며 미국 교과서 등 5만~9만원대 고가의 원서는 절반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집에서 준비해간 4권을 헌책 판매가 가능한지 묻자 여행서 2권은 2000원(정가 1만원), 700원(정가 9000원)에 나머지 2권은 매입 불가란 답변이 돌아왔다. 책 상태에 비해 헐값으로 매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위치 : 잠실역 8호선 부근 지하 1층(송파구 올림픽로 305)
좋아요 : 북카페 형태라 책 읽기 편하다. 유아·어린이 도서, 국내외 문학서 저렴하게 구입 가능.
아쉬워요 : 구비한 책이 다양하지 못함. 스테디셀러, 실용서 라인업이 탄탄하지 못함.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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