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뜩이나 입맛 살아나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고 싶은지 감칠맛 나고 짭짤한 남도음식이 간절하다.
전라도에 가면 흔한 분식점 김밥도 맛이 다르다는데, 제대로 된 음식이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분당에선 야탑동에 위치한 ‘만강’이 유명하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벌써 17년이 되었지만 전라도 사투리가 진하게 배어있는 길호철 대표가 매일 식재료를 공수하고,
직접 모든 음식을 만들어 전라도 특유의 맛을 제대로 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하루에 두 번씩 여수와 목포에서 공수되는 식재료
나무의 뒤틀림을 그대로 살린 한옥의 인테리어가 도시생활을 잊고 시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남도 계절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메인 요리로 장어구이가 유명하지만, 흔하지 않은 남도만의 음식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예약 없이는 방문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특히 ‘덕자’ 회와 조림은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아주 만족스러워 하는 음식이다. ‘덕자’는 병어과의 물고기로 살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V모양으로 잘라 플레이팅을 하는데, 기존에 보았던 생선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횟감, 수산물 등은 새벽 전화통화로 결정이 되고 그날 사용할 식재료는 여수와 목포에서 하루에 두 번씩 고속버스로 배송 받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 꽉 찬 얼음 속에 들어 있는 싱싱한 식재료를 눈으로 확인한 손님들은 ‘만강’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낸다.
“사실 음식의 맛은 80%가 식재료죠. 재료가 좋으면 과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맛이 저절로 난답니다.” 알고 보니 목포는 길 대표의 고향, 고향 친구들 중 어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수산물을 책임진다고 한다. 그래서 회의 신선도가 훌륭하고 맛도 좋을 수밖에 없다. 봄동이 나오는 철에는 봄동 위에 된장, 고추, 마늘, 밥을 살짝 올리고 갈치젓을 척 올려놓고 쌈을 싸 먹어야 맛이 좋다.
회를 먹고 나면 ‘덕자’ 조림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조림과는 달리 국물이 많아 국물을 떠먹을 수 있어 좋다. 맛깔스러운 양념의 칼칼한 국물은 손님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덕자’의 부드러운 살은 칼칼함과 어우러져 묘한 맛을 자아낸다. 워낙 ‘덕자’가 싱싱해 단맛마저 느껴진다. 간장과 젓갈로만 간을 한다고 하는데 어찌나 감칠맛이 나는지 밥도둑이 따로 없다.
민어도 슬슬 제철이다. 두툼하게 썰어 나온 회는 숙성이 잘 되어 부드럽고 식감이 뛰어나다. 남도 회는 써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아무한테나 회를 맡길 수가 없다. 길 대표가 주방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회가 부담스럽다면 보리굴비 정식도 추천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제격인 음식으로 시원한 녹차밥과 쫀득한 보리굴비의 궁합이 최상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영하의 날씨에서만 말린 굴비를 영광에서 들여와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식감이 남다르다. 함께 제공되는 반찬도 100% 남도 스타일, 맛깔 진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손맛, 음식에 대한 철학 뚜렷해
길 대표는 음식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다. 메인 식재료는 물론이고 각종 양념을 위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 뒤질 정도로 자신의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편이다. 전라도 쪽에서 음식으로 명성이 두터웠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란다. 길 대표는 지금도 어머니에게 음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곤 하는데 어머니는 늘 말미에 ‘사람들이 집에서 잘 해먹지 못하는 음식, 집에서 만들기엔 비싼 음식, 만들기 어려운 음식을 해야 손님이 온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데, 매번 막걸리를 담아 식초로 만들어 ‘만강’에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이곳은 170석이 준비되어 있으며 거의 가득 차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녁에는 남자 손님이 많은 편, 음식으로 비즈니스를 부드럽게 이어나가기 위한 사업 미팅도 많은 것이 특징으로 또 다른 특별한 음식으로는 낙지탕탕, 갈낙탕 등이 있다. 위치 분당구 야탑동 337-6
문의 031-705-8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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