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사망사건, 고독사와 자살의 현장, 심각한 쓰레기 집이 일터인 사람이 있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다. 사무실은 일산에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일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인터뷰 하던 날도 사망 사건 청소를 위해 멀리 지방까지 다녀온 다음 날이라고 했다. 수많은 죽음의 뒷모습을 바라봤을 그의 이야기는 상상과 달리 담담하고 또 따뜻했다.
일본의 플리마켓에서 힌트 얻어
김완씨는 2010년 일본 유학 중에 특수청소사업을 접했다. 원래 정리와 청소를 좋아하던 그에게 일본의 중고품 가게와 고물시장, 플리마켓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릇부터 가치 있는 고물, 유품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된 플리마켓에 체계적인 정리기술은 필수적이었다. 일본은 정리에 대한 화두가 있던 곳이고 정리 서비스 분야도 발달했다. 김완씨는 관련 산업의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판단으로 귀국 후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트라우마 클리닝이라고 부르는 이 사업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독특한 일이기도 하고요. 일본은 2003년,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에 시작됐죠. 추이를 지켜보던 터에 일본에서 실제 유품들을 만나게 되면서 일을 구상하게 됐죠.”
쓰레기 집에서 유품정리까지
국내 특수청소 서비스 전문 업체는 10여 곳이다. 하드웍스에 의뢰되는 일은 연간 100여 건 이다. 사망이나 범죄의 현장에서 혈흔을 지우는 일부터 사체정리와 청소, 심각한 쓰레기 집까지 그를 부르는 곳은 많다.
쓰레기 집 청소는 주 3회 정도 의뢰가 올 만큼 많다. 김완씨는 “어쩌다 TV에 나오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5평에 1톤 정도 쓰레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쓰레기 집이 성별이나 연령 막론하고 많다”고 말했다.
생업에 바빠 집안에 쓰레기를 감당 못할 정도로 쌓아두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방 하나를 아예 화장실처럼 사용하는 집도 있었다. 날이 풀리면 쓰레기에서 생기는 구더기도 치워야 한다.
쓰레기 집은 청소 후 살균 소독에 물품정리까지 ‘맨 처음 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이 하드웍스의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사연을 묻거나 불쾌하다는 뉘앙스를 주지 않는 것이다.
참혹한 죽음의 현장을 처음으로 돌리다
범죄나 사망현장 청소도 만만치 않다. 사후 48시간이 지나면 사체가 썩기 시작하는데 부패와 팽창이 일어나면서 혈액 등 여러 흔적들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든지 깨끗한 죽음은 없었어요. 목을 매달아도 반듯하게 죽어있는 경우도 없고 부패하면서 악취도 심해요. 현장에 10분만 있으면 옷부터 머리카락까지 냄새가 다 배어서 식당에서 거부당하기도 하죠. 상상을 초월해요.”
냄새나 혈흔제거를 위해 벽지며 마룻바닥을 뜯어야 할 때도 있다. 다 작업하고 나면 콘크리트와 수도배관 같은 구조물들만 남는다. 고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김완씨가 택한 일은 특히 힘들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대단치 못한 일도 있을까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자살자 늘어나는 현실 안타까워
이른바 ‘헬조선’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청년층의 자살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자살한 사람의 집에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기개발서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구호를 자살자의 집에서 많이 발견해요.”
가치 없는 탄생이 없듯 의미 없는 죽음도 없기에 블로그(http://hardworkers.blog.me)에 망자의 마지막 흔적을 기록하곤 한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 자살을 결심한 한 여성이 그의 블로그를 보고 전화한 일이 있었다. 여성의 의문은 ‘정말로 고통스럽게 죽느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김완 씨는 시간을 끌며 경찰과 119에 신고해 여성을 구조할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겪는 미담 아닌 미담이다.
“죽음을 겪지 못해 잘은 모르지만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에요. 현장에 도착해서 보면 고통 속에 기어 다니거나 배회한 흔적이 동선으로 다 보입니다. 인터넷에 보면 자살법이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속된 것과 성스러운 것은 하나다
김완씨는 ‘성속일여(聖俗一如)’를 말했다. 속된 것과 성스러운 것은 하나라는 동양의 철학이다. 취미로 미술 관람을 즐기고 전자기타 연주를 즐기는 그는 감흥을 주는 예술도 하나의 기술이며 TV 속 ‘생활의 달인’들이 보여주는 기술도 예술의 경지라고 여긴다.
김완씨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노트를 만들고 날마다 전화를 해서 생사를 확인하는 일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유품정리사협회도 만들었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혼자 죽어요. 우리 사회도 죽음을 공포스럽게만 보는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해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현실에 더 충실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하드웍스 1800-8408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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