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지원 학생들을 위한 분당 교사들의 조언

지역내일 2016-03-31

입시와 취업의 이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올해 전국 영재학교의 경쟁률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지역에서도 매년 많은 수의 이과 성향 중학생들이 영재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재학교를 목표로 매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우리 지역의 현실. 이에 분당지역 중학교 현직 과학교사들로부터 영재학교 합격을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수학, 과학 즐기고 공부의지 있어야 합격합니다”
- 매송중학교 과학부장 이옥경 교사
, 과학 즐기고 공부의지 있어야 합격합니다”- 매송중학교 과학부장 이옥경 교사

저희 학교에서는 매년 10여명 안팎의 학생들이 영재학교를 준비하고 원서를 씁니다만 매년 결과를 보면 정말 갈만한 아이들이 뽑혀가더라고요. 원서를 써주면서 ‘이 정도면 붙겠다’ 싶거나 ‘가서 잘 하겠지’싶은 아이들도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동안 입시 경험에 의하면 영재학교는 학생이 수학, 과학 공부를 스스로 즐기면서 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듯 보입니다. 즉 부모님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가 아닌지를 가려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나 할까요. 영재학교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본인의 의지보다는 부모님의 의지가 강해 힘겨워 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합격도 어려울뿐더러 간혹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견디기 힘들 겁니다.
영재학교에 가는 학생들은 수학, 과학의 학교내신은 학교 수업시간에만 충실히 하고 1~2주 정도 조금만 공부해도 쉽게 A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공부 내공이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학생이 지원한 영재학교에서는 그 학생의 인성과 학교 생활태도를 자세히 알고 싶어 합니다. 중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실력파 학생들이 많이 원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시간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자 하거든요. 그러한 내용을 교사 추천서를 통해 알고자 하며 직접 선생님 면접을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과학 동아리가 매우 활성화돼 있는데, 그렇다고 영재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이 과학 동아리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올해 영재학교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1학년 때 영재학급에서 공부를 하긴 했는데, 2,3학년 때는 영재학교 준비 공부에 집중하느라 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재학교 합격에는 영재성 검사 시험이 과학 활동 스펙보다 더 중요하거든요. 과학 활동 스펙은 그 시험을 통과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1 때 열심히 다양한 과학 활동을 경험하고 중2~3때는 심도 있는 수학, 과학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1차 영재성 검사에서 통과하면 2차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서류 내용이 맞는지를 심층 면접으로 확인합니다.
해마다 영재학교 경쟁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영재학교에 불합격 하더라도 진정으로 과학에 뜻이 있고 좋아한다면 과고에 또 한 번 시도할 수 있고, 분당 일반고 중에는 낙생고나 분당중앙고처럼 과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갈만한 학교가 있기 때문에 걱정 말고 열심히 도전해보길 응원합니다.


“스펙만 쫒다보면 창의력이 죽습니다”
- 샛별중학교 양선환 수석교사

영재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스펙 쌓기에 쏠리곤 합니다. 그러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자연히 학교생활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결과에 치중하곤 하지요. ‘이 실험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발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실험으로 무슨 상장을 탈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스펙 쌓기에 집중하면 할수록 학생의 창의력과 영재성은 죽어갑니다. 실험이나 학습 과정과 배움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탐구정신을 소홀히 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지요. 이런 학생들은 설사 영재학교에 합격하더라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끌고 나가야 하는 학교생활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른바 ‘영재부진아’로 전락하곤 합니다. 늘 상장을 타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일지라도 영재학교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창의성과 영재성을 전제로 하고 진행되는 일련의 학습 과정은 영재학교 합격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학생들에게 버거운 또 하나의 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장과 결과에만 치중하던 학습방식에서 벗어나 모르는 것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기뻐하는 진정한 학습자로서의 학교생활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지나친 선행도 학생의 창의력에 해를 끼칩니다. 물론 영재학교에서 하는 소위 영재성 검사의 문제들은 고1, 2 과정의 수학과 과학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부의 주체가 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욕심으로 어린 나이부터 지나친 선행에 내모는 것은 자녀로부터 배움의 기쁨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것입니다. 계산을 빠르게, 어려운 문제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 하는 선행 학습과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써 지식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상위 학년의 공부까지 스스로 해나가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저희 학교 졸업생 최영석군은 그 흔한 교내대회 수상 실적도 없었으며 선행을 위해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1, 2 수학, 과학을 부모님 지도로 혼자 공부하고 1학년부터 졸업하는 해까지 교내 방과후 수업인 ‘수학과학 창의력캠프’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매회 했던 실험에서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개인 블로그에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영재학교에서는 최군의 자기주도성과 창의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얼마 전 편지를 보내왔는데 영재학교에서 하는 그 어려운 실험들이 너무 재밌어서 매일 학교생활이 기대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준비해서 영재학교에 도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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